강원 볼보이의 행동, 선 넘었을까? 홈 어드밴티지일까?

강원FC 홈 구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볼보이가 공을 주워주지 않자 대전 하나시티즌 선수가 직접 공을 들고와 드로잉을 하고 있는 장면. 스카이스포츠(SKY SPORTS) 인터넷 중계화면 캡처
   
경기에 지고 있었지만 열심히 응원 중이던 원정 팬이었다. 북을 치며 선수를 격려했고 공격 시에는 환호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그러나 관중석에 있던 대전 하나시티즌(K리그2) 팬들의 목소리가 험악해지기 시작했다.
   
상대 진영에서 대전이 드로잉 찬스를 맞았지만 강원FC(K리그1)의 볼보이가 공을 주워 주지 않았던 것.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대전은 12일 오후 강원 강릉종합체육관에서 강원을 상대로 2021 K리그1 승강플레이오프(PO) 2차전 원정 경기에 나섰다.
   
지난 8일 홈에서 열린 1차전 1 대 0 승리로 유리한 고지에 있던 대전은 전반 17분 이종현의 중거리포로 선제골을 신고했다.
   
그러나 10분 뒤 이지솔의 자책골에 이어 강원 임채민에게 역전골을 허용했고 다시 한국영에게 추가골을 내줬다.
   
5분도 안 된 상황에서 나온 3골.

승강PO 1·2차전 합계 스코어는 순식간에 2 대 3이 됐고 강원이 앞서게 됐다.
   
다급해진 대전은 후반 총력전을 펼쳤다. 시작과 동시에 바이오를 투입해 어떻게든 골을 끌어내려고 했다. 원정 다득점이 적용되는 만큼 한 골만 넣어도 대전이 6년 만에 K리그1로 승격할 수 있었다.
   
대전은 후반 27분 상대 진영에서 공격을 풀어가던 중 오른쪽에서 드로잉 기회를 잡았다.
   
그런데 강원 볼보이는 공을 쥐고 있을 뿐 대전 선수에게 공을 넘기지 않았다. 결국 대전은 이종현이 그라운드 밖으로 뛰어나와 직접 공을 주워왔다.
   
홈에서 리드하고 있던 강원 입장에서는 볼보의 행동은 재치가 있었다. 반면 대전에겐 경기를 지연시키는 나쁜 행위로 여겨졌다.
   
대전 이민성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거세게 항의했다. 대전의 팬들도 볼보이에게 야유를 보냈다. 분이 식지 않았던 일부 팬들은 욕설까지 했다.
   
대전의 간절한 바람에도 골은 오히려 강원에서 터졌다. 강원은 후반 추가시간 쐐기포를 신고해 합계 스코어를 2골 차로 벌리고 K리그1 잔류를 확정했다.
   
경기 후 취재진 인터뷰에서 대전 이 감독은 볼보이의 행동에 대해 이해하면서도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원정이니 감안을 해야 한다. 심판이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다"면서도 "팬들도 오셨는데, 그런 부분에서 좀 깨끗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원 최용수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제가 볼보이의 영역까지 관여할 바가 아니다"며 "홈 원정 어드밴티지는 전세계 어디에나 있다. 그건 제가 굳이 신경 안 쓰고 싶고 관여하고 싶지도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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