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부터 세실극장을 운영해온 서울연극협회는 대한성공회의 요청에 따라 지난 10일 극장 장비를 모두 철수했다. 이에 따라 세실극장은 극장 기능을 상실했다고 밝혔다.
1976년 개관한 세실극장은 1977년부터 1980년까지 연극인회관과 서울연극제의 전신인 대한민국연극제가 개최된 극장이다. 삼일로창고극장과 함께 상업주의 연극에 반대하며 소극장 문화를 꽃 피웠다. 6·10 항쟁 민주화 선언이 이뤄진 곳이기도 하다.
세실극장은 2018년 1월 경영 위기로 폐관 위기에 내몰렸지만, 서울시가 극장 소유주인 대한성공회와 협력해 서울연극협회를 운영자로 선정했다.
서울연극협회는 2018년 9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1년 4개월 동안 40여 개 단체가 공연과 축제를 무대에 올릴 수 있도록 지원했다. 기존 대관료를 60%까지 인하해 예술단체의 부담을 완화하고 노후된 시설물을 개보수해 안전을 강화했다.
그러나 극장 운영은 순탄치 않았다. 2020년 1월 극장 옥상에 시민공간을 조성하는 공사를 진행하는 동안 운영이 중단됐고 그 해 10월 공사를 끝낸 후부터는 무대 상부에서 전기 합선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서울연극협회는 조명과 전기 시설을 교체하지 않는 이상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해 운영을 중단했다. 이를 통보받은 서울시가 정밀진단 컨설팅을 실시한 결과, 심각한 전기상의 문제점이 발견됐고 대한성공회의 요청으로 3년 만에 협약을 해지했다.
대한성공회는 세실극장의 명맥을 이어간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서울연극협회 지춘성 회장은 "극장의 공공성을 지키는 한편 아동청소년 전용극장으로 탈바꿈해 미래 세대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극장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성공회의 결단이 필요하다. 세실극장이 계속 극장으로 남을 수 있길 희망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