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뿐 아니라 검찰도…'통신자료 조회 논란' 일파만파

공수처, CBS노컷뉴스 기자 3명 상대로 4차례 통신자료 조회
중앙지검도 기자 3명 대상으로 7차례, 경찰도 2명 상대로 각각 1회씩 통신자료 조회
시민사회·인권위에서 지적해 온 '통신자료' 조회의 기본권 침해 논란 다시 수면 위로
'검찰 개혁 아이콘' 공수처도 검찰 수사 관행 답습 적절한가 '물음표'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전체회의에서 2022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안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취재기자 등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통신자료 조회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통신자료 조회 사실을 확인한 취재기자들이 늘어나면서다. 다만, 공수처 뿐 아니라 중앙지검 등 다른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조회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전체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조회가 적절한 지에 대한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른 모양새다.

공수처, CBS노컷뉴스 기자 3명 4번 통신자료 조회…중앙지검도 3명 7번 조회

17일 통신사 확인 결과, 공수처는 CBS노컷뉴스 법조팀 기자 3명을 상대로 4차례 통신자료를 조회했다. 8월 23일 수사과가 3명의 기자를 상대로 통신자료를 조회했고, 10월 5일 수사3부는 이 가운데 1명의 기자를 상대로 또 한 차례 통신자료를 조회했다.

앞서 공수처는 CBS노컷뉴스 외 TV조선, 조선일보, 중앙일보 문화일보, 경향신문, 뉴시스, 채널A, OBS 소속 기자 최소 30명을 상대로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60건이 넘는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는 법조팀 말고도 야당을 취재하는 정치부 기자들에 대해서도 통신 자료를 조회했다고 한다.

기사 내용과 관련없는 사진. 스마트이미지 제공
공수처 뿐 아니라 중앙지검도 CBS노컷뉴스 법조팀 기자 3명을 상대로 통신자료를 7차례 조회했다. 주로 10월과 11월에 집중됐다. 대장동 의혹 등 주요 수사와 관련된 사건 관계자의 통신내역을 확보한 뒤 통화 상대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중앙지검 측 설명이다. 경기 남부경찰청도 지난 10월 26일 기자 2명에게 각각 통신자료를 1차례씩 요청했다. 법조팀 다른 기자들에 대해선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아 전체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조회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시민사회·인권위도 지적한 '통신자료' 조회의 기본권 침해 문제

수사기관이 통신사로부터 확보한 '통신자료'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가입일, 해지일이다. 법적 근거는 전기통신사업법 제 83조 제3항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전기통신사업자는 법원, 검사 또는 수사관서의 장, 정보수사기관의 장이 재판, 수사,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보수집을 위해 자료의 열람이나 제출을 요청하면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 전기통신사업자(이동통신사)의 통신자료 제공은 의무가 아니지만 관행적으로 수사기관의 요청에 따르고 있다.

이때 '통신자료'는 '통신사실확인자료'와는 다르다. 통신사실확인자료는 통화 일시, 통화 시간, 상대방의 전화번호 등을 포함하는데,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반면 통신자료는 △대상자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사전·사후 사법적 통제가 전무하며 △자신의 개인정보가 제공됐는지 알 수 있는 통지 절차가 없어 수사기관에 편의주의적이라는 지적이 있어왔다. 이에 따라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조회가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비판이 시민사회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시민단체 진보네트워크센터와 민주사회를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등은 이에 대해 약 5년 전헌법소원을 청구했고, 19대·20대 국회를 통한 법 개정도 추진해왔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14년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조회는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하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통신자료 조회 규정을 삭제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특히 국제인권기준과 판례 등을 종합 검토한 결과, 통신자료는 다른 정보와 결합할 경우 쉽게 개인을 알 수 있는 정보이므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개인 정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수사기관이 범죄 수사 지연, 증거인멸 우려 등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막혔다. 정부도 수사기관의 반대 의견을 받아들였다.

'검찰 개혁 아이콘' 공수처도 검찰 수사 관행 답습 적절한가 '물음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연합뉴스
통신자료 조회가 전체 수사기관의 관행이라는 것이 공수처의 취재기자 통신 조회에 정당성을 부여하기는 어려워보인다. 우선 지금까지 나온 바로도 공수처가 압도적으로 많은 통신자료를 조회했기 때문이다. 공수처가 '고발 사주' 의혹과 '이성윤 서울고검장의 공소장 유출' 수사를 하면서 피의자가 통화한 상대가 기자들이 많은 것이 이유로 지목된다. 실제 공수처는 수사상 확보한 통화 내역에 전화번호만 있어 이에 대해 확인 작업 과정에서 기자들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일 뿐 언론 사찰은 아니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공수처가 수사 관행대로 했을 뿐이라는 해명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공수처의 태생 자체가 검찰 개혁의 아이콘으로 출발해 검찰과 달리 인권 친화적인 수사기구를 자임한 까닭이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취임 이후 거듭 인권보호를 강조하며 "법의 지배와 적법절차의 원칙은 모든 국가권력으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헌법상 대원칙"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공수처는 검찰과 다르다고 자부하면서 이런 때는 또 검찰처럼 한 것일 뿐이라고 하니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상황에 따라 기준이 변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게다가 공수처는 다른 수사기관과 달리 수사 대상도 고위공직자로 한정돼 있어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은 문제라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의 수사대상은 고위공직자인데 기자나 회계사 등 민간에 대해 통신자료 조회를 하는 것에 대한 설명이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한 기자를 여러 번 조회한 것은 과잉수사를 했다는 오해를 살 수밖에 없다"면서 "괜한 정치적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어떤 일을 하는지 좀 더 정확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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