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율은 홍콩식 30.2%…결과는 중국식 친중 89 : 중도1

홍콩 입법회(의회) 선거 투·개표일인 19일 바르나바스 펑와 선관위원장과 위원들이 홍콩의 한 개표소에서 투표함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국가보안법 시행과 선거제 개편 이후 처음 실시된 홍콩 입법회 선거가 30.2%라는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날 투표로 90명의 입법회 위원이 선출되지만 실질적으로 주민 직선으로 뽑는 지역구 의원은 20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70명은 직능 대표 30명과 홍콩행정장관을 뽑는 선거인단 가운데서 선출하는 40명으로 채워졌다.
 
20명을 뽑는 지역구 선거나 직능 대표 의원 선거에서 민주진영 인사들은 원천 배제되거나 아예 발을 담그지 않았다. 친중파로 분류되지 않은 중도 우파 후보 11명이 10개 지역구에 출마했지만 큰 표 차로 친중파에 고배를 마셨다.
 
직능 대표 의원 30명과 선거위원회에서 선출된 입법위원을 합친 70명 가운데 비(非) 친중파는 직능 대표 의원 선거에서 선출된 틱치연 의원이 유일했다. 이로써 홍콩 입법회는 89대 1로 구성되게 됐다.

홍콩 주민들은 불을 보듯 뻔한 이번 선거 결과에 등을 돌렸다. 전체 유권자 447만 명 가운데 135만 명만 투표장을 찾아 30.2%라는 최저 투표율을 기록했다.
 
어디 내놓기도 민망한 낮은 투표율은 홍콩인들의 베이징 중앙정부의 통제 하에 이뤄진 보안법 시행과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는 징표다.
 
홍콩 입법회 선거 배너. 연합뉴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대부분의 유권자들이 베이징의 승인을 받은 후보들 가운데서 입법 위원을 선출하는 투표를 거부했으며 이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반체제 인사들을 제거함으로써 대중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정부 노력에 타격을 입혔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홍콩을 대표하는 유일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인 탐위충은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즈에 "격렬한 대립과 사회적 갈등이 있거나 대중이 정부에 불만을 가질 때 투표율은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다. 그렇지 않고 평화로운 환경에서는 그렇게 높지 않다"고 희한한 해석을 내놓았다.
 
중국 정부의 공식 평가도 국제사회에는 이상하게 비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은 투표 다음날인 20일 "일국양제 아래 홍콩의 민주주의 발전'이라는 제목의 백서를 냈다.
 
국무원은 백서에서 영국 통치 시기는 민주주의라고 말할 수 없다면서 1997년 주권 회복 이후 일국양제 시행과 더불어 민주주의 제도가 수립됐고 '반중난항'(중국에 반대하고 홍콩을 어지럽힘) 세력의 도전을 물리치고 국가안전을 지키는 법률을 마련하고 선거제도를 보완해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원칙을 확고히 실현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중국공산당과 정부는 내륙을 잘 관리할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제도를 시행하는 홍콩을 잘 관리하고 홍콩의 실제 상황에 맞는 민주주의를 건설하고 발전시킬 지혜와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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