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수석 아들의 입사지원서 내용은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다. MBC 보도에 따르면 김 씨는 입사지원서 '성장과정' 항목에 "아버지께서 민정수석입니다"라고 적었다.
학창시절 항목은 더 어처구니없다. "아버지께서 많은 도움을 주실 것"이라고 썼다. 성격의 장단점에는 "제가 아버지께 잘 말해 이 기업의 꿈을 이뤄드리겠다"고 적었다. 이 정도면 입사지원서가 아니라 협박편지에 가깝다.
우리 아버지가 민정수석인데 자신을 입사시키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도록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다섯 군데의 회사에 이런 식으로 입사지원서를 작성해 제출했는데, 이들 회사에서 모두 연락이 왔다고 한다. 일단 민정수석인 것을 확인하려는 차원일 수 있겠다. 그리고 사실로 확인되면 김 씨의 능력 여부에 상관없이 채용 했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김 수석은 아들의 문제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면서 "아들이 불안과 강박 증세 등으로 치료를 받아왔다"고 밝혔다. 김 수석의 해명은 어떤 면에서 안타깝다. 누가 봐도 황당한 이력서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잘못이 소명되는 것은 아니다. 아버지의 직위를 어떤 식으로든 이용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실행한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또한 김 수석의 아들은 다른 IT기업에 취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기업에 취업이 가능할 정도라면 일상생활과 업무 수행에 큰 지장이 없다는 의미다. 따라서 정신과 치료를 이유로 내세우기는 명분이 약해 보인다.
당장 아들의 퇴직금 문제로 의원직을 사퇴하고 수사 대상에 오른 곽상도 전 의원의 사례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곽 전의원이 민정수석을 역임하지 않았다면 그 아들에게 뇌물로 의심될 정도의 거액의 퇴직금을 지급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강남 다주택 보유 논란의 사퇴한 김조원 수석을 제외하고는 모두 검찰 개혁과 관련돼 있다. 조국 전 민정수석은 검찰 개혁을 위해 법무장관에 취임했지만, 검찰의 혹독한 수사로 두 달도 안 돼 사퇴했고, 다른 수석들 역시 검찰과의 마찰과 갈등 조율 실패로 물러났다. 개혁작업에 조직적이고 강력하게 반발한 검찰이 무엇보다 문제라고 할 수 있지만, 이런 문제를 최소화하면서 완충역할을 해야 할 민정수석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탓도 크다고 할 수 있다.
민정수석 역할과 별개로 김진국 수석의 아들 이력서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천명한 공정한 사회 구현이라는 국정운영기조와 완전히 배치된다. 정권 초기 전직 대통령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보면서 많은 국민들은 촛불로 만들어진 문재인 정부가 우리 사회를 크게 변화시킬 것으로 기대했다.
김 수석의 사퇴로 문재인 정부의 마무리가 그나마 제대로 이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