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회 싹쓸이 홍콩 '천안문' 기억 지우기…6·4 기념물 잇따라 철거

최근 입법회 선거에서 친중파들이 싹쓸이를 한 홍콩에서 톈안먼(천안문) 민주화운동 기념 상징물 지우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홍콩 중문대에 24년간 전시돼 있던 '민주주의 여신상'이 24일 새벽 철거되었다. 사진은 지난 2012년 대학생들이 청소하고 있는 모습. SCMP 캡처

홍콩대 교정에 24년간 전시돼 있던 중국 톈안먼 민주화시위 추모 조각상 '수치의 기둥'이 철거된데 이어 홍콩 중문대에 설치돼 있던 '민주주의 여신상'과 링난대학에 있던 탄압을 기억하는 벽면 부조도 철거됐다.
 
홍콩 중문대는 24일 성명을 통해 새벽에 교정에 세워져있던 '민주주의 여신상'을 철거했다며 "학교는 2010년에 해당 조각상의 교내 설치를 반대했다고 밝혔다.
 
'민주주의 여신상'이 사라진 모습. SCMP 캡처

중문대 '민주주의 여신상'은 1989년 톈안먼 시위 당시 대학생들이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에 세운 동명의 조각상을 본 떠 제작한 것으로 6월 4일 중국 정부의 유혈 진압을 기념한다는 취지에서 6.4m 높이로 제작했다. 원래는 빅토리아 공원에 세워졌다가 중문대 샤틴 캠퍼스로 옮겨졌다.
 
홍콩 링난대도 톈안먼 민주화시위를 추모하는 대형 부조 벽화를 철거했다. 부조 작품은 '민주주의 여신상'과 함께 톈안먼 광장에서 홀로 탱크를 막아섰던 일명 '탱크 맨'과 중국군의 총탄에 희생된 이들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홍콩 링난대의 톈안먼 민주화시위를 추모하는 대형 부조 벽화(빨간 박스) 가 철거된 모습. SCMP 캡처

링난대 학생회관 메인 홀에 있던 '민주주의 여신상'의 그림 위에도 회색 페인트가 덧칠됐다.
 
이 두 작품은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 태생의 뉴질랜드 시민 조각가인 천웨이밍이 제작했다. 그는 작품을 손상시킨 대학 측을 고소하겠다고 말했다.


 
중문대와 링난대의 텐안먼 관련 작품 제거는 홍콩대가 지난 22일 야밤에 민주화시위 기념 조각상 '수치의 기둥'을 기습 철거한 직후 이루어졌다.
 
수치의 기둥은 톈안먼 민주화시위 희생자를 추모하는 조각상으로 높이가 8m, 무게가 2t에 달한다. 톈안먼 민주화시위를 벌이다 인민해방군에 사망한 시민들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덴마크 작가 옌스 갤치옷이 제작한 '수치의 기둥'. SCMP 캡처

덴마크 작가 옌스 갤치옷이 제작해 1997년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지련회)에 기증했고 지련회가 홍콩대에 전시했다.
 
갤치옷은 철거 소식을 전해 듣고 "완전히 충격받았다. 홍콩이 주민과 예술, 개인 자산 보호에 대한 법과 규정이 없는 잔혹한 곳이 됐음을 보여준다"고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갤치옷은 홍콩대가 추모 조각상을 철거할 움직임을 보이자 덴마크로 이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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