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朴사면' 셈법 복잡…이재명vs윤석열 누가 웃을까

박근혜 전 대통령.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을 전격 단행하면서 대선을 74일 앞둔 여야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양측 모두 이번 특사가 박 전 대통령의 건강 악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조처였다고 입을 모으며, 자당(自黨) 대선후보들에게 제기될 수 있는 정치적 책임 문제에 일찌감치 선을 긋는 모양새다.
 

'정치적 책임' 부담…여야 모두 '대통령 결정' 강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전격적인 사면 소식이 나오자 여야 모두 일단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인 만큼, 여야 모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엔 부담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이 후보와 부인 김혜경 씨의 뮤직비디오 촬영 후 메시지 전달하는 현장 스틸컷.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제공)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제공
우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송영길 대표와 이재명 후보 모두 "대통령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사전 특사 논의 과정에 당과 후보가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강성 촛불개혁 세력들의 이탈을 염두에 두고 청와대 결정에 일찌감치 거리두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대신 박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가 심각하다며 '어쩔 수 없는' 특사였음을 강조했다. 당의 한 전략통 의원은 24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이 최근 건강이 악화해 더는 시간을 늦출 수 없었던 부분이 특사가 당겨진 가장 큰 이유들 중 하나"라고 말했다.
 
실제 이러한 정치적 부담을 의식한 듯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문 대통령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현실의 법정은 닫혀도 역사의 법정은 계속됨을 기억하시기 바란다"며 박 전 대통령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이재명 책임론'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선제대응으로 읽힌다.
 
국민의힘 김종인 중앙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빌딩에서 열린 서울시당 선거대책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역시 "(박 전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가지 건강이 안 좋은 입장이어서 병원에 입원까지 해 있는 상황이었다"며 "문 대통령으로서는 이런 저런 참작을 해서 사면 결단을 냈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이 자칫 보수 분열의 단초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이처럼 '건강 악화', '대통령의 결단' 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특사 발표 직후 옛 친이(親이명박)계 의원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면 대상에서 빠진 점을 지적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이 결정된 24일 박 전 대통령이 입원 중인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앞에서 우리공화당 주최로 열린 쾌유 기원 집회에서 조원진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진박(眞朴)'을 자처해 온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는 이날 삼성서울병원에서 석방 축하 집회를 열고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를 비판했다. 윤 후보는 지난 2016년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으로서 박 전 대통령에 중형을 끌어낸 장본인이다.

장기적 호재?…與 '중도층 확장', 野 '박근혜 메시지' 기대

하지만 여야는 장기적으로 대선레이스에서 이번 특사가 자신들의 후보에 유리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선 민주당은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이 중도층 확장의 발판으로 이어지길 기대하는 눈치다. 당의 또 다른 전략통 의원은 통화에서 "이번 선거는 어떤 때보다 양쪽 진영이 단단하게 버티고 있다. 결국 중도층 공략이 관건인데, 그들에게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무리한 결정으로 읽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또 문 대통령이 책임지고 박 전 대통령 사면을 대통령 고유 권한으로 단행한 만큼, 지금 대선후보의 정치적 짐을 덜어줬다고 보고 있다. 또 이번 특사가 '국민통합' 차원에서 본다면 내년 대선을 앞두고 통합에 대한 미래 담론을 선제적으로 제시하는 역할을 했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의 '입'에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정상화, 즉 정권교체를 간절히 바라는 분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사면도 윤석열 후보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박 전 대통령이 윤 후보에 대한 '악연'보다 현 정부에 대한 '원죄'를 더 심각하게 본다면, 직접 '정권 교체·심판' 목소리를 내 보수 단결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이 일단 내년 1월까지는 병원 치료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대선정국에서 직접 정치적 메시지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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