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관객참여형 연극이란 이런 것…'내게 빛나는 모든 것'

포토존 모습. 문수경 기자
연극 '내게 빛나는 모든 것'이 공연 중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로비 한 켠 포토존에는 내게 빛나는 것을 적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겨울에 먹는 그 해 첫 딸기, 비오는 날 창문 열어놓고 바람 냄새 맡기, 내가 웃기지 않은 얘기를 해도 웃어주는 친구, 새로운 길에 도전하는 나, 언제나 생각해 왔던 나의 가게. 포스트잇에는 관객이 저마다 느끼는 각양각색 행복이 담겼다. 타인의 시선에선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개개인에겐 각자의 삶을 반짝반짝 빛나게 해주는 것들이다.

극중 주인공은 일곱 살 무렵부터 자신에게 빛나는 것들에 대한 리스트를 쓰기 시작한다. 리스트는 물싸움, 풍선, 초콜릿 등 사소한 것들로 가득하지만 이를 채워가는 주인공의 마음은 결코 가볍지 않다. 리스트에는, 극심한 우울증을 앓는 엄마가 자신이 느꼈던 행복을 느끼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길 바라는 주인공의 마음이 담겼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주인공은 리스트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산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들과 이별하면서 슬픔과 절망을 느낄 때 주인공은 리스트를 보며 위로를 받고 앞으로 나아갈 에너지를 얻는다.

크리에이티브테이븍 석영 제공
'내게 빛나는 모든 것'은 1인극이다. 백석광, 정새별, 이형훈이 번갈아가며 주인공을 연기한다. 이들과 함께 극을 이끄는 건 관객이다. 이 작품은 관객참여형 연극의 진수를 보여준다. 관객은 직접 학교 상담선생님, 아버지, 배우자 등의 역할을 맡아 주인공 역 배우와 호흡한다. 즉석에서 섭외가 이뤄지지만 극에 참여한 관객들은 배역에 녹아든 모습이다. 어떤 '관객 배우'가 무대에 서느냐에 따라 극 분위기가 달라진다는 것이 이 작품의 묘미다.

주인공은 삶에서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뒤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간다. 그리고 '관객 배우'에게 묻는다. "행복이란 뭘까요?" '관객 배우'는 답변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요."

공연의 마지막. 주인공은 내게 빛나는 것들 리스트가 담긴 상자를 들고 나와 바닥에 쏟아부었고, 관객들은 객석에서 내려와 리스트에 담긴 내용을 세심히 살폈다. 저마다의 행복을 나와 너 그리고 우리가 공유하는 순간이었다.

'내게 빛나는 모든 것'은 연극 '렁스'의 작가로 알려진 던컨 밀란이 쓴 작품이다. 2013년 영국 로드로우 페스티벌에서 처음 선보였고, 국내에서는 2018년 초연했다.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2022년 1월 2일까지.
크리에이티브테이블석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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