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예능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 시즌2'(이하 '골때녀') 시청자들은 지난 2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제작진 추가 입장'을 촉구하며 "1차와 2차 사과문 모두 성의가 없다는 입장이 대다수이며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구체적인 입장 표명 및 제작진 교체를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 "많은 시청자는 재발 방지를 위해 전후반 경기 진영 교체, 전광판 도입, 방송 종료 후 팀들의 무편집 경기 영상 업로드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작 의혹의 시발점이 된 FC구척장신 대 FC원더우먼의 경기 영상 역시 골 순서 조작 없이 있는 그대로 재편집해 업로드 해줄 것을 요구했다. 현재 SBS는 해당 클립을 삭제한 상태다.
앞서 '골때녀'는 방송 상 스코어를 조작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2일 방송된 '골때녀'에서 FC구척장신이 FC원더우먼을 상대로 전반에만 5골을 넣으며 승기를 잡았지만 제작진이 극적인 승부를 연출하기 위해 일부러 팽팽한 스코어를 연출했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시청자들은 중계진이 보는 스코어 보드에는 '4대0'이라고 적힌 반면 자막에는 '후반 4대3'으로 나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결국 24일 '골때녀' 제작진은 편집 순서 조작을 인정하며 사과했다. 오후에 재차 입장문을 내고 "이번 일은 현장에서 최선을 다해주신 출연진과 진행자 두 분 배성재, 이수근씨와는 전혀 관계없이 전적으로 연출진의 편집 과정에서 벌어진 문제"라며 제작진 외 관계자들과는 무관함을 강조했다.
'골때녀' 중계를 맡은 배성재 아나운서는 이날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지난 22일 방송에 나간) 저의 멘트는 후시녹음이었다. 매번 녹음실에서 하는 게 아니라 중계 중에 여러 멘트를 따놓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그 부분이 편집이나 흐름 조작에 사용될 거라는 상상 자체를 할 수 없었다. 뇌를 거치지 않고 기계적으로 읽은 건 저의 빼아픈 실수"라며 "제 입으로 뱉은 멘트는 책임지고 정확하게 생각하면서 했어야 했다. 제 책임이라 피할 생각도 없다. 제 인생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게 충격적이고 누굴 비난할 생각도 없다"라고 직접 심경을 밝혔다.
그럼에도 사태는 좀처럼 진화되지 않았다. 시청자들은 시즌1 4강전과 지난 15일 방송된 FC아나콘다 대 FC탑걸 경기에서 연달아 편집을 통한 조작 정황을 발견했다. 15일자 방송에서는 일부러 멤버 윤태진의 플레이를 편집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SBS 측은 26일 CBS노컷뉴스에 추가 입장은 없다고 전했다.
스포츠 예능 홍수 가운데 '골때녀'는 출연진들의 진정성 덕분에 시청률 9%대 인기 예능으로 자리잡았다. 축구계 인사들이 각 팀을 열과 성을 다해 지도했고, 축구와 인연이 없었던 여자 방송인들은 점점 성장하며 드라마틱한 승부의 역사를 써내려갔다. 출연자들 간 친목보다는 경기에 뜨거운 집중력을 보여주면서 스포츠 예능의 기본에 충실했다.
그러나 경기 흐름을 일부러 바꿔 편집한 순간, 공정해야 할 승부는 빛이 바랬다. 극적인 경기에 울고 웃었던 시청자들은 거대한 불신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프로그램 정체성까지 훼손된 사건에 제작진 전면 교체 요구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예능적 재미를 위한 제작진의 오판으로 이제껏 '골때녀'가 쌓아 온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