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우승 드라마와 술자리 파문, 2021 KBO 리그의 명과 암 [스포츠결산①]

2021 한국시리즈 MVP로 선정된 kt 위즈 통합 우승의 주역 박경수. 연합뉴스

2021시즌 KBO 리그는 명과 암이 뚜렷했다. 프로야구의 막내 구단 kt 위즈는 풍성한 스토리를 남기며 사상 첫 통합우승의 감격을 차지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위반한 술자리 파문과 도쿄올림픽 부진 등 한국 야구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친 이슈들도 있었다.

올해 KBO 리그를 달군 주요 이슈들을 정리했다.


KBO 리그 이미지 추락시킨 술자리 파문과 리그 중단

올해 7월은 KBO 리그에게 악몽의 시기였다. 박민우를 비롯한 NC 소속 선수 4명, 키움 한현희와 안우진, 한화 소속 선수 2명이 방역 수칙 위반과 그에 따른 품위손상행위로 인해 KBO 사무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이들은 코로나19가 재확산하는 시기에 사적 모임 제한 규정을 위반하고 술자리에 참석했다가 철퇴를 맞았다.

후폭풍이 거셌다. KBO 리그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살아가는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박민우와 한현희는 도쿄올림픽 국가대표팀에서 하차했다.

KBO는 정지택 총재의 이름으로 코로나19 방역과 선수관리 실패에 대한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7월 중순 두산과 NC 내에 자가격리 대상자가 많아져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리그를 중단한 결정은 도마 위에 올랐다. 특정 구단 봐주기가 아니냐는 논란은 시즌 막판까지 이어졌다.

韓야구 자존심이 무너진 도쿄올림픽 무대

7월 KBO 리그를 강타한 코로나19 술자리 파문으로 인해 도쿄올림픽 야구 대표팀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만은 않았다.

이번 올림픽은 더 이상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열정에 박수를 보내는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야구 대표팀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2008 베이징올림픽 이후 부활한 올림픽 야구 종목에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출전한 한국은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남겼다. 라이벌 일본의 벽을 넘지 못했고 미국과 도미니카 공화국에게도 패한 끝에 '노메달'로 대회를 마쳤다.

'역대급' 순위 경쟁과 1위 결정전

후반기 일정을 재개한 KBO 리그에서는 '역대급' 순위 경쟁이 펼쳐졌다. 우승팀은 물론 포스트시즌 전체 대진이 정규리그 마지막 날에 정해졌다. 올해 포스트시즌은 정규리그 최종전이 열린 지난 10월30일에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날 결과로도 부족했다. kt와 삼성은 정규리그 마지막 날까지도 승률이 같았고 KBO가 새로 도입한 1위 결정전 무대에 나섰다.

kt는 윌리엄 쿠에바스의 눈부신 호투와 강백호의 결승타, 박경수의 막판 호수비 등에 힘입어 대구 원정에서 1대0으로 승리해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언제 또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는 1위 결정전은 야구 팬에게 이색적인 재미를 선물했다. 탄탄한 선발진을 앞세워 우승에 도전한 삼성은 정규리그를 2위로 마무리했지만 6년 만에 포스트시즌 무대에 진출하며 오랜 가뭄에서 벗어났다.

'막내의 반란' kt 위즈의 역사적인 통합 우승

올해 가을야구에서는 '미라클 두산' 열풍이 불어닥쳤다. 두산은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시작한 팀으로는 사상 최초로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키움, LG, 삼성을 순서대로 완파하고 KBO 역사상 전무후무한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달성했다.

하지만 kt는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을 4승무패로 압도하고 사상 첫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쿠에바스, 소형준, 데스파이네, 배재성 등 선발 4명이 나란히 승리를 따내며 압도적인 전력을 과시했다.

부임 3년 만에 팀을 정상에 올려놓은 이강철 감독과 선수들은 단판 토너먼트 결승전 같았던 1위 결정전을 치른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결정적인 호수비와 홈런으로 kt의 첫 3승을 이끈 박경수는 3차전 도중 당한 종아리 부상으로 4차전에 뛰지 못했지만 생애 첫 한국시리즈 MVP의 영예를 안았다. 박경수가 동료들 앞에서 목발을 집어던지고 세리머니를 펼친 순간은 올해의 명장면 중 하나로 남았다.

역대 단일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을 세운 두산의 MVP 미란다. 연합뉴스


37년 만의 새 기록 '닥터K' 미란다

프로야구 역대 단일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를 논할 때 1984년 롯데 고(故) 최동원의 이름은 결코 빠지지 않는다. 최동원은 그해 27승13패 6세이브를 기록했고 무려 284⅔이닝을 소화하며 223개의 삼진을 잡았다.

'불세출의 투수' 최동원이 수립한 단일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은 무려 37년 만에 새 주인을 만났다. 두산의 에이스 아리엘 미란다가 225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신기록을 수립했다.

미란다는 14승5패 평균자책점 2.33에 최다 탈삼진 기록을 수립한 데 힘입어 정규리그 MVP와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독식했다.

최정 400홈런·오승환 300세이브 등 의미있는 기록들

의미있는 기록이 다수 쏟아진 한 해였다.

SSG의 거포 최정은 KBO 최다홈런 기록 보유자 이승엽에 이어 두 번째로 개인 통산 400홈런을 돌파했다. 삼성으로 돌아온 '끝판대장' 오승환은 사상 첫 통산 300세이브 및 최고령 시즌 40세이브를 달성했다.

한화 마무리 정우람은 올해 50경기에 출전, 통산 929경기로 역대 투수 최다 출전 기록을 다시 썼다. KIA 마무리 정해영은 20세1개월27일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30세이브를 달성했다.

키움 간판 이정후는 치열한 경쟁 끝에 타격왕(타율 0.360)을 차지해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에도 없는 '부자(父子)' 타격왕을 탄생시켰다. 그의 부친 이종범 LG 코치는 1994년 해태 시절 타격왕에 오른 바 있다.

KBO 리그 무대 수놓은 '추추 트레인'

오랜 기간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추추 트레인' 추신수의 SSG 입단은 올해 최대 이슈 중 하나였다.

만 39세의 추신수는 불혹에 가까운 나이에도 KBO 리그 역대 최고령 20홈런-20도루를 달성하며 이름값을 증명했다. 또 추신수는 역대 최고령 단일 시즌 100볼넷 기록도 세웠다.

메이저리그에서 증명한 호타준족과 '눈야구'의 가치를 KBO 리그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한 것이다.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 마이너리그 선수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통 큰 기부를 했던 추신수의 따뜻한 선행은 국내에서도 계속 됐다. 팀내 저연봉 선수들을 위한 야구 용품 기부를 통해 또 한번 훈훈한 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쩐의 전쟁' 역대급 스토브리그

올해 스토브리그는 정규시즌 이상으로 뜨거웠다. 28일 현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풀린 돈은 무려 937억원이다. 종전 최다인 2016년 766억2천만원을 가뿐하게 넘어섰다.

KIA는 스토브리그의 주인공이 됐다. NC 출신 나성범과 역대 최대 규모 타이인 6년 총액 150억원에,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양현종과 4년 총액 103억원에 계약을 맺는 등 전력 강화를 위해 무려 253억원을 투자했다.

두산 김재환과 LG 김현수는 각각 총액 115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맺으며 원소속팀에 잔류했다. 박건우는 두산을 떠나 NC 유니폼을 입으며 총액 100억원 '대박'을 터뜨렸다. 한 해에 무려 다섯 명이 '100억원 클럽'에 가입했다.

kt가 우승 멤버 황재균과 장성우를 모두 잡은 반면, 롯데의 프랜차이즈 스타 손아섭은 NC에 새 둥지를 틀어 FA 시장을 더욱 뜨겁게 달궜다.

아직 박병호, 정훈, 허도환 등 굵직한 FA가 남아있어 계약 총액이 역대 최초로 1000억원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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