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文구도' 의식?…윤석열, 대선토론 정말 3번만 하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8일 오후 페어몬트 엠버서더 서울 그랜드 볼룸에서 열린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한 지방 소멸 대응 특별 법안 국회발의 간담회'에 참석하기위해 이동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연초 전략기조를 '정책대결'로 정하면서 정책토론에 나서라고 총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상대의 '자격'을 문제 삼으며 법으로 정한 3차례의 의무토론에만 임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李 "국민 비교 기회 줘야" vs 尹 "중범죄자와 토론 어려워"



이재명 후보는 28일 "대선후보의 토론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의무사항"이라며 "국민에게 (후보를) 비교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한다. 신발 한 짝을 사도 비교할 기회를 준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도 같은 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초등학교 반장선거도 토론 없이는 안 한다"며 날을 세웠다.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단의 관련 논평도 속출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6일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의 대국민 사과 다음 날부터 '윤 후보 토론장에 불러내기'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대장동 특검부터 받으라'는 조건부 토론회를 내건 윤 후보는 같은 날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이 후보의 '대장동 의혹'을 언급하며 "확정적 중범죄, 다른 변명의 여지가 없는 후보와 국민들 앞에서 정해진 정도의 토론이 아닌 토론을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재차 토론 반대 의사를 밝혔다.
 
다만 "과거의 전례에 따라 합당한 정도의 수준은 당연히 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법정 토론회 횟수 3회는 지키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법정 TV토론회는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내년 2월15일부터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대선에서 후보들이 단 3차례의 의무토론만 했던 선거는 지난 2012년 18대 대선이 유일하다. 2017년 대선 때는 6차례의 TV토론이 있었고, 2002년에는 27번, 2007년에는 11번의 TV토론이 열렸다.
 

전문가들 "토론회 회피, 분명 마이너스"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지방신문협회 주최로 열린 지방자치대상 및 한국지역발전대상 시상식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오른쪽)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왼쪽)가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윤 후보가 사실상 최소한의 토론만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다보니, 발언 실수가 잦은 윤 후보가 일종의 '부자 몸조심' 하는 차원에서 토론에 소극적인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물론 공식적으로 국민의힘은 "윤 후보가 토론을 겁내거나 꺼릴 이유가 없다. 윤 후보는 경선과정에서 무려 16번의 토론을 하며 국민과 당원의 선택을 받은 후보(권성동 사무총장)"라며 자신 있는 모습이지만, "토론과 관련해 '하자 대 하지 말자'가 붙으면 '하지 말자' 쪽이 피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국민의힘 관계자)"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역시 이 대목을 놓치지 않고 연일 토론회를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은 특히 지난 25일 양강 대선후보가 각각 출연해 주식·부동산 정책을 얘기한 유튜브 경제방송 '삼프로TV'와 관련, 이 후보 방송분의 조회수가 더 높고 댓글 반응이 우호적인 사실에 고무된 모양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중도·보수층이 즐겨보는 경제방송 유튜브에서 이 후보의 진가가 드러났다. 민주당 정책대결 기조도 그 뒤로 본격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마다 온도차는 있었지만 토론을 피하는 모습 자체가 윤 후보에게 이롭지 않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대구가톨릭대 장성철 특임교수는 통화에서 "결과적으로 토론회를 회피하는 모습이 마이너스인 것은 분명하다. 윤 후보가 비전·정책 면에서 경쟁자를 압도한다는 평가를 아직 못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토론을 차라리 피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토론회에 소극적인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용인대 교양학부 최창렬 교수도 통화에서 "국민이 봤을 때 후보가 토론을 피하는 모습이 좋게 비춰지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후보들 모두 리스크를 안고 있기 때문에 지금 토론회를 열어도 네거티브 공방만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며 성숙한 토론장의 역할을 주문하기도 했다.

 

'반문' 정서 이용?…"李 대 尹 구도 최대한 끌 것"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윤 후보가 토론을 피하는 건 반문(反문재인)구도로 이 후보를 대선 직전까지 최대한 오랫동안 압박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내년 대선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실책 등으로 정권심판의 성격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 후보가 부동산 보유세·거래세 부담 완화를 외치며 '우(右)클릭'을 하는 것도 문재인 정부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런데 공식선거운동 기간 전부터 두 후보가 나와 1대1 토론을 시작하면 윤 후보 입장에서는 공격 대상인 문재인 대통령이 사라진다는 문제가 생긴다. 윤 후보는 이날도 정부의 내년도 전기·가스요금 인상 결정에 "문재인 정부, '참 나쁜' 정부다"라고 직접 SNS를 통해 비판했다.
 
여론조사업체 조원씨앤아이의 김대진 대표는 통화에서 "민주당이 토론회를 제시하는 건 반문 정서를 희석하기 위해서고, 반대로 국민의힘이 토론을 피하는 건 반문 정서를 선거 때까지 끌고 가려는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윤 후보는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가 최대한 늦게 만들어지길 바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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