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윤석열의 '토론 회피' 유력 대선 후보 맞나?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윤창원 기자

토론회 개최를 둘러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진영 간 공방이 날카롭게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후보 측은 대선이 70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하루라도 빨리 얼굴을 맞대고 토론을 하자고 압박하는 반면에 윤석열 후보 측은 어떻게든 토론회를 늦추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공직선거법상 법정토론은 공식선거기간(내년 2월15일부터 3월 8일 까지)중에 최소 3회 토론회를 열도록 돼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이재명 후보는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일대일 정책 토론을 제안한 데 이어 최근에는 언론 인터뷰를 "국민이 판단할 기회를 봉쇄하겠다는 것"이라며 윤 후보를 비난하고 나섰다.
 
그는 "제 문제가 있다면 제 면전에서 지적하고 제게 반론 기회를 주고 저도 후보께 질문할 것도 있으니 질문에 답도 해주고 하는 게 국민의 일을 대신하는 일꾼이 되겠다는 사람의 아주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 한다"고 몰아세웠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윤 후보가 토론을 거부하는 선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면서 대선 법정토론을 현행 3회에서 7회로 늘리는 법 개정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윤창원 기자

윤석열 후보 측은 민주당의 토론회 개최 공세에 '토론 무용론'과 '조건부 토론 수용' 등을 내세우며 회피하는데 급급해하는 모습이다.
 
윤석열 후보는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서 "토론을 하게 되면 결국은 싸움밖에 안 난다"며 토론 무용론을 주장했다.
 
이어 지난 27일에는 이재명 후보를 향해 "기본적으로 저와 토론하려면 대장동 특검을 받고 여러 의혹에 대해 진솔하게 설명해야한다"며 조건부 토론 수용 의사를 밝혔다.
 
토론을 둘러싸고 유력 대선 후보 간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것은 두 후보 간 유·불리 분석에 따른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시절 이재명 대선 후보가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달변가인데다 성남 시장과 경기도 지사를 지낸 이 후보의 경우 검사로 일하다 정치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되는 윤 후보에 비해 토론 능력이 월등히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양자 토론에서 윤석열 후보와의 경쟁력 차이를 확실하게 보여줘 유권자의 지지를 이끌어 내겠다는 의도가 명확해 보인다.
 
이 후보는 특히 TV 토론을 통해 자신의 철학과 비전, 구체적인 정책 방향까지 유감없이 드러내는 것은 물론 대장동 의혹과 아들 문제 등 제기된 약점을 털어버리겠다는 전략이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반면에 잇따른 말실수로 곤혹을 치룬 윤 후보는 상대와 얼굴을 맞대고 정해진 시간 내에 치열하게 논쟁을 벌여야하는 토론회에서 얻을 게 별로 없다고 판단한 듯싶다.
 
게다가, 현 정부에 맞섰다는 이미지에 힘입어 대선 후보까지 됐으나 구체적인 정책 공약도 아직 모호한 상황에서 최대 약점인 부인과 장모 등 처가 문제가 집중 부각될 경우 흥분하기 십상이다.
 
이 때문에 윤석열 후보 측의 토론회 회피 전략은 선거에서 이기려는 전술 차원에서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선거에서의 유·불리를 떠나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고자 뜻을 세운 후보자 그것도 야당의 유력 대권 후보자가 토론을 회피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하기 어렵다.
 
지난 19대 대선 당시 후보들이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무엇보다 민주주의의 기본은 토론으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상대나 주제가 아무리 껄끄럽더라도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상대방의 입장을 경청하는 치열한 논쟁 과정을 통해 해결점을 찾아가는 게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다.
 
토론 과정이 없다면 힘 있는 사람이 자기 멋대로 하는 '독재'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윤석열 후보는 토론해 봤자 싸움 밖에 되지 않는다는 말로 토론 무용론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평생 검사 생활을 해 온 윤 후보가 상명하복 · 검사 동일체라는 검찰 특유의 잘못된 조직문화에 길들여진 탓이 아닌가 싶어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27일 오후 경기 성남 분당구 대장동 현장을 방문해 특검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원희룡 전 지사 등과 함께 개발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후보자 상호 간 토론이 필요한 두 번째 이유는 유권자인 국민이 원하기 때문이다.
 
토론회는 유권자가 지지 후보를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 가운데 하나로 이미 대선과 총선 등 각종 선거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자리로 잡은 지 오래됐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후보 등록 전이라도 후보자 상호 간 TV 토론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응답이 65.7%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윤 후보는 "국민 입장에서 봤을 때 공적인 정부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를 뽑기 위해 그 사람의 사고방식 등을 검증해 나가는 데 정책 토론을 많이 하는 게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토론 대신에 대선캠프에서 잘 포장해 준비한 이미지로 자신을 판단해 달라는 것으로 유권자인 국민의 수준을 너무 얕잡아 보는 것 아닌가 싶다.


말실수로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오른 윤석열 후보 입장에서 달변가인 이재명 후보와의 양자 토론 자체를 피하고 싶은 마음은 잘 알겠다.
 
하지만 국민들이 토론회를 통해 보고 싶은 것은 매끈한 말솜씨가 아니라 후보자의 철학과 능력 그리고 무엇보다 '진정성'이다.
 
좀 투박하더라도 진솔함이 담겨 있다면 그 말의 힘과 무게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하다는 점을 윤 후보가 알았으면 싶다.
 

이번 대선에서 후보자 간 토론이 특히 더 필요한 이유는 바로 코로나19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후보자와의 직접적인 접촉 기회가 확연하게 줄어든 상황에서 유권자가 지지 후보자를 결정하는데 토론회만큼 유용한 게 없다.
 
지금까지 두 유력 후보는 11월과 12월 관훈토론회와 방송기자토론회에 각각 참석하는 형식으로 대선후보 토론회를 갖은 바 있다.
 
언론사 패널들과의 토론에서 두 후보는 현안 등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히기는 했으나 사전에 어느 정도 정제된 질문과 준비된 답변이 오갈 뿐 '논쟁'의 치열한 맛은 떨어졌다.
 
대선이 불과 70일 앞으로 다가 온 상황에서 유권자인 국민은 유력 후보 두 사람이 함께 얼굴을 맞대고 자신의 정치 철학과 정책 공약 등을 놓고 치열하게 논쟁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이번 대선의 화두는 최선을 뽑는 것이 아니라 최악을 피하는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로 두 유력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약점들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두 사람은 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적극 토론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지금 그 키는 윤석열 후보가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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