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찰 논란 공수처 수사에 '파견 경찰' 주도적 참여…"위법" 지적도

박종민 기자
'통신사찰' 논란이 불거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주요 수사 실무에는 공수처가 인력 부족을 이유로 파견 받은 경찰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의 실무 의사 결정 과정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공수처 파견 경찰의 수사 참여 자체가 위법이라는 비판도 법조계 일각에서 제기된다.
 
공수처는 광범위한 통신자료 조회행위를 넘어 일부 언론사 기자에 대해선 아예 통신영장을 집행해 언제, 누구와 통화했는지, 카카오톡 대화상대는 누구인지까지 따져본 것으로 최근 드러나 사찰 논란이 일파만파 번졌다. 공수처는 'TV조선 이성윤 고검장 황제조사 보도' 관련 내사와 '이성윤 공소장 유출 의혹' 관련 수사 과정에서 이처럼 기자들에 대해 강제수사를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황제조사 보도 관련 CCTV 정보와 '이성윤 공소장' 관련 내용이 검찰 내부로부터 흘러나온 것은 아닌지 파악하기 위한 차원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의도는 취재원 색출 아니었겠느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기자는 공수처 수사대상도 아닐뿐더러, 유출 의심 대상 정보들이 누설해선 안 되는 '공무상 비밀'인지 여부도 법적으로 불분명하고,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더라도 누설 받은 상대방은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존재하는 등 많은 쟁점이 있음에도 강제수사가 이뤄진 배경에는 다른 의도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이한형 기자
이 같은 논란의 수사 실무엔 공수처에 파견된 경찰들이 투입돼 역할을 했다는 게 공수처 안팎의 공통된 설명으로, 한 법조계 관계자는 "환부를 정밀하게 진단해 메스를 대야 하는데, 메스부터 대서 환부를 찾는 격의 수사가 이뤄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같은 맥락에서 "이번 사안과 관련해 정상적인 보고·지시 체계가 가동된 것인지 따져볼 필요도 있다"고 했다.
 
나아가 '공수처 파견 경찰의 수사 투입 자체가 위법'이라는 법적 해석도 제기된다. 국가공무원법과 공수처법 등을 따져보면 파견 경찰의 업무는 수사가 아닌 '행정업무 수행'으로 한정된다는 취지다.

특히 공수처법상 공수처 검사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수사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수사처수사관'의 정원은 40명 이내로, 검찰로부터 파견 받은 '검찰 수사관'의 경우 정원에 포함시키도록 하는 규정이 있지만, 경찰 파견 인력을 자동으로 정원에 포함시키는 근거규정은 없다. 실제로 국회에 제출된 '수사처수사관' 수는 지난달 기준 총 36명으로, 이는 경찰로부터 파견 받아 수사 인력으로 투입된 34명은 포함되지 않은 숫자다.
 
공수처가 경찰을 파견 받은 법적 근거는 수사처수사관 관련 규정이 아닌 공수처법 44조로, "수사처 직무의 내용과 특수성 등을 고려해 필요한 경우 다른 '행정기관'으로부터 공무원을 파견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공수처법엔 '수사기관'과 '행정기관'이 구별돼 적시된 만큼, 경찰 파견은 수사 파견이 아닌 행정 파견으로 봐야 하며, 공수처 내 이들 수사 활동의 법적근거는 없다는 게 법조계 일각의 해석이다.
 
한편 공수처 수사 인력으로 활동했던 파견 경찰관들은 이달부터 순차적으로 경찰로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한 변호사는 "논란의 상황에서 제대로 된 내부 진단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일단 복귀시키는 게 맞는지 생각해 볼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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