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시대' 성큼…지원 늘어도 '월세난민'은 서럽다

지난해 1~11월 전월세 거래서 월세 비중 43% 넘겨
세액공제, 직접 지원 늘려도…"매력 줄어든 전세…당분간 월세화 계속"

이한형 기자
최근 주택시장에서 월세가 늘며 가격대가 오르고 있다. 임대차법 시행 후 '월세난민'이 속출하면서 세입자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와 정치권에서 마땅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월세시대' 서울은 더 빠르다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44% 이상으로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승세는 지난해 서울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나타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전국의 주택 월세 거래는 전체 약 92만 4534여 건에 달했다. 전년 동기(81만 1995건) 대비 14%가량 늘어난 것이다.
 
절대적인 양뿐만 아니라, 임대차시장 내 전세 대비 비중도 커졌다.
 
국토부에 따르면, 같은 기간 전체 전월세 거래 중 월세의 비중은 43.3%에 달했다. 직전 해 40.5%나 5년 평균치인 41.4%보다 컸다.
 
특히 서울은 지난해 1~11월 전월세 거래 중 월세의 비중이 45.3%로 전국 평균을 상회했다. 전년도 같은 시점(41.0%) 대비 증가폭이 전국 범위보다 더 컸다. 비교적 전세 비중이 높은 아파트로 범위를 좁혀 봐도 월세 거래 비중은 39.9%(전국 평균 37.7%)로 40%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이한형 기자
KB부동산이 95.86㎡ 미만 아파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월세지수는 지난해 5.47% 올라 조사가 시작된 2016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지원은 늘지만 "월세 전환, 당분간 계속될 듯"


 '월세 난민'이 증가하자 정부는 관련 지원을 늘리고 있다.
 
정부의 올해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월세 세액공제율은 올해 한시적으로 상향된다. 총급여 5500만 원(종합소득 4500만 원) 이하는 12%, 초과 시 10%로 적용되던 공제율이 각각 15%와 12%로 오르는 것이다. 전세에서 반전세로 전환 사례가 다수 나타나는 등 월세 부담이 커지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란 설명이다.
 
무주택 청년에 대한 월세 직접 지원도 강화한다. 본인소득이 중위소득 60% 이하, 가구소득이 중위소득 100% 이하인 만 19~34세 청년은 1년간 월 최대 20만 원씩 월세를 지원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올해 국비로 821억 원이 책정(지방비 매칭 방식)돼 있고, 오는 4월쯤 신청 접수가 시작될 예정이다.
 
이밖에도 △연 소득 5천만 원 이하 청년에게 무이자 월세 대출 △주거 급여 지원 대상 확대(중위소득 45%→46%) 등 다른 간접적인 지원도 더해진다.
 
연합뉴스
월세 부담 감경에 대선주자도 빠지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SNS를 통해 최대 5년 전 월세까지 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이월공제를 도입하고, 공제율도 높이겠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은 대상이 제한적이고 한시적이란 점에서 전반적인 월세화 추세를 막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유선종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외국자본이 유입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던 '전세의 월세화'는 장기간 저금리 상황과 맞물려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던 현상"이라며 "특히 최근에는 전세 계약 단위가 2년에서 4년으로 늘어나는 점이나 주택 관련 세 부담이 커지는 등 변화로 인해 임대인 입장에서 전세의 이점이 줄어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세의 사금융적 특성을 고려하면 이것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겠지만, 당분간 월세 전환은 빠르게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수요자들은 올해 임대차시장에 전세난 못지않게 월세난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중개서비스 직방에 따르면, 앱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2022년 주택 월세가격에 대한 질문에 전체 응답자(1236명) 중 절반 이상인 51.4%가 '상승'을 예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매(38.8%)는 물론 전세(46.0%)보다도 높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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