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접종 완료자만 출입할 수 있도록 한 방역패스 조치를 정지했을 때 공공복리에 얼마나 큰 위협이 생길지를 정부가 설득력 있게 입증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한원교 부장판사)는 이날 의료계 인사 등 시민 1023명이 제기한 방역패스 집행정지 사건의 첫 심문을 진행한다.
신청인들은 보건복지부장관과 질병관리청장, 서울특별시장을 상대로 "방역패스 조치는 미접종자의 사회생활 시설 전반의 이용을 제약하고 코로나 백신접종을 강요해 수많은 중증환자와 사망자를 양산하고 있다"며 이번 소송을 냈다.
지난 4일 같은 법원의 행정8부(이종환 부장판사)는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 등 교육시설에 적용된 방역패스에 대해 효력정지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방역패스로 인해 미접종자의 기본권이 직접적으로 침해당하는 반면, 공공복리를 위해 방역패스를 반드시 유지해야만 하는 지에 대해선 확신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교육시설 방역패스 조치는 이를 아예 취소할지를 다루는 본안소송의 1심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일단 정지됐다.
지난 2년간 법원은 정부의 방역조치가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에 무게를 두기보다는, 현재 확진자 규모와 확산 위험 등 다소 추상적인 상황 설명들을 근거로 방역정책의 당위성을 인정해주는 판결을 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3년차를 맞아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앞선 사건에서 재판부는 방역패스보다 자발적인 백신접종 유도와 위중증률 통제가 우선적인 조치라고 봤다"며 "정부는 방역패스를 중단한다면 위중증률이 가파르게 치솟는 등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소명해 판사와 국민들을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의 이례적인 제동에 피신청인(보건복지부 외 2인) 측은 분주하게 소송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피신청인 측을 대리하는 정부법무공단은 심문을 하루 앞두고 답변서제출시간 연장신청서를 내는가 하면 답변서 2건을 차례로 제출했다.
반면 신청인 측은 방역패스가 코로나 안정세에 큰 도움이 되지 않으며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는 다른 조치들이 우선해야 한다는 점을 주장할 계획이다. 무증상·경증 환자와 백신접종자를 중심으로 집단면역을 유도하고 중증환자에 대해서만 집중적 치료를 하는 스웨덴, 대만 등의 사례를 주로 언급하고 있다.
교육시설 방역패스 관련 사건의 경우 첫 심문 후 2주 안에 결론이 나온 만큼 늦어도 이달 안에 방역패스의 전면 정지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