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왜 첨단 미사일 발사 현장에 계속 불참하나?

북한이 2021년 12월 27일부터 31일까지 진행한 노동당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당 총비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차세대첨단무기 '극초음속미사일' 발사를 참관하지 않았다.
 
대신 노동신문에는 이번 발사에 대해 "당 중앙은 시험발사 결과에 커다란 만족을 표시하며 해당 국방과학연구부문에 열렬한 축하"를 보낸 것으로 되어 있다.
 
북한에서 김 위원장을 뜻하는 '당 중앙'이 참여는 않고 크게 만족하며 축하만 보냈다는 것이다.
 
'당 중앙'이라는 간접적인 지칭도 그렇고 이번 발사와 관련해 전반적으로 김 위원장의 존재를 직접 드러내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이런 동향은 연말 전원회의 보도에서도 나타났다. 국방력 강화와 관련된 문장이 5문장으로 개발 의지만 아주 건조하게 피력했다.
 
대남·대외 분야는 "다사다변한 국제정치정세와 주변 환경에 대처하여 북남(남북)관계와 대외사업부문에서 견지하여야 할 원칙적 문제들과 일련의 전술적 방향들을 제시했다"는 단 한 문장에 그쳤다.
 
앞으로 개발할 첨단무기의 종류를 자세히 언급하고 대남·대미 메시지를 분명하게 밝힌 1년 전 8차 당 대회 보고와 극명하게 비교된다.
 
사실 김 위원장은 지난 2020년 3월 21일 평북 선천 일대에서 동해로 쏜 '전술유도무기 시범사격' 참관 이후 그 어떤 시험 발사나 군사 훈련 현장에도 나타난 적이 없다.
 
북한은 특히 지난해 9월과 10월 장거리 순항미사일, 열차발사 탄도미사일, 극초음속미사일, 반항공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최첨단 미사일을 연달아 시험 발사했는데, 김 위원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특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은 전략무기로서의 성격이 강한데도 당시 노동신문 보도는 4문장에 그칠 정도로 소략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지난 2020년 들어 동해안 일대에서의 4차례 훈련지도, 3월 20일 인민군 서부전선 연합부대 포사격대항경기 참관, 3월 21일 전술유도무기 발사 참관 등 6차례 적극적인 군사행보를 하며, 대대적인 선전을 한 것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심야 열병식이나 국방발전전람회 등 국방 관련 행사에 참석한 경우에도 양복이나 코트를 입는 등 군 관련 색깔을 크게 드러내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첨단무기 발사 현장을 찾지 않는 등 일정한 거리를 두는 데는 북한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감염 차단 등 건강문제, 업무 권한을 과감하게 하부에 맡기는 김 위원장의 '위임 통치술' 차원, 대남·대미 메시지의 수위 조절 차원 등으로 해석하기도 하나, 보다 전술·전략적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가장 크게는 최첨단 전략무기의 시험발사를 김 위원장이 애써 참석하지 않아도 되는, 평범한 일로 일상화 시키는 맥락이다.
 
특정 국가를 위협할 목적이 아니라 주권국가라면 누구나 안보를 위해 수행하는 국방력 강화 차원이니 간섭하지 말라는 것으로 북한의 핵과 첨단 미사일 개발을 정당화하는 논리인 셈이다.
 
노동신문은 이번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극초음속미사일 부문에서의 연이은 시험성공은 당 제8차 대회가 제시한 국가전략무력의 현대화 과업을 다그치고 5개년 계획의 전략무기부문 최우선 5대과업 중 가장 중요한 핵심과업을 완수한다는 전략적 의의를 가진다"고 보도했다.
 
요컨대 8차 당 대회에서 제시된 국방 분야 5개년 계획에 따른 전략무기 개발이라는 설명이다.
 
5일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과 작년에 발사한 화성-8형(오른쪽). 탄두부 모양이 다소 다른 모습이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의 친동생 김여정 당 부부장은 이미 지난해 9월 15일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한 비난 담화에서 같은 논리를 언급한 바 있다.
 
김여정 부부장은 당시 "그 누구를 겨냥하고 그 어떤 시기를 선택하여 도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당 대회 결정 관철을 위한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의 첫해 중점과제수행을 위한 정상적이며 자위적인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면 남조선의 '국방중기계획'이나 다를 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발전 5개년 계획에 따른 무기개발로 남한의 '국방중기게획'과 같은 것이니 이중기준을 적용하지 말라는 요구이다.
 
이런 논리는 결국 북한은 앞으로 계속 첨단 무기 개발과 시험 발사를 이어가겠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박원곤 이대 교수는 "북한은 특정 세력에 대한 공격이 아닌 자위력 확보를 위한 것으로 국방발전 5개년 계획에 따라 시행된 시험발사임을 거듭 확인하고 있다"며, "신무기 시험발사의 성공에도 김 위원장이 참관하지 않은 것은 일상적 행위로 치부해 핵·미사일 개발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행위"라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으로서는 전략·전술 무기 프로세스를 5개년 계획으로 진행하는 동안, 국제사회 반발, 추가적인 대북제제, 미국의 강경한 대북정책 전환, 한국의 반발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세의 안정적 관리가 필요하다"며, "전략 전술무기 개발을 통해 한미가 비핵화를 요구할 수 없을 정도로 핵 무력의 고도화를 달성한 뒤 제한적인 핵군축 협상을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을출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은 동북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최첨단무기 경쟁에서 뒤쳐질 경우 체제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한다"며, "국방발전 5개년 계획에 따른 첨단 미사일 발사도 대남·대미 메시지의 발신보다는 경제발전 5개년 계획처럼 내치적 성격이 더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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