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중인데요" 홀덤펍 '밤새 영업'…방역당국 '뒷짐'

촬영료 받고 손님 원할 때까지 영업…실제 방송 송출은 거의 없어
업계, 수도권에서만 절반 이상 변칙 영업 추정
단속 기준 있지만 고무줄 적용하는 지자체들…"수칙 지키는 업소가 바보"

지난 5일 새벽 영업 중인 홀덤펍들. 왼쪽은 오전 0시경 인천 모 홀덤펍 모습. 오른쪽은 오전 3시경 경기 안산시 모 홀덤펍 모습. 주영민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으로 수도권에 4단계 거리두기가 시행 중이지만 '홀덤펍'과 '홀덤게임장'이 이를 무시하고 영업하는 곳이 많아 감염 확산이 우려된다.
 
방송 영상 촬영을 핑계로 영업을 하는데 이를 단속해야 할 지자체들은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볼 수 있는지 판단하지 못하겠다며 뒷짐만 지고 있다.
 

촬영료 받고 손님 원할 때까지 영업…실제 방송 송출은 거의 없어


 지난 5일 0시 인천 서구의 한 프랜차이즈 홀덤펍에서는 20여명이 모여 홀덤게임을 했다. 각 게임용 테이블 마다 9~10명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손과 손으로 칩과 카드가 옮겨졌다. 가끔식 마스크를 내리고 대화를 하기도 했다.
 
홀덤 등 보드게임을 하면서 술과 음료를 마실 수 있는 홀덤펍은 방역수칙상 오후 9시까지만 영업할 수 있다. 이 업소는 '케이블방송 생중계 촬영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늦은 밤까지 영업을 이어갔다.
 
이 업소에 입장하는 방법은 업소 입장료와 함께 촬영료 5만원을 더 내는 것이다. 5만원만 더 내면 원할때까지 밤새 홀덤게임을 할 수 있다. 촬영료를 지불하는 것만 빼면 다른 홀덤펍의 영업과 다른 점이 없다.
 
같은 날 오전 3시 경기 안산시의 프랜차이즈 홀덤펍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 업소 역시 20여명이 모여 홀덤게임을 하고 있었다. 이 업소는 유튜브로 게임 장면을 송출한다는 이유로 영업을 했다.
 
이외에도 인천 남동구의 또다른 프랜차이즈 홀덤펍은 '홀덤'을 주제로 드라마 촬영을 할 예정으로 배우 섭외를 한다며 영업을 하고 있다. 사실상 방송 촬영을 핑계로 변칙 영업을 하는 셈이다.
 
이처럼 홀덤펍에서 변칙 영업이 성행하는 것은 홀덤펍 운영자들 사이에서 '영상 제작을 목적으로 홀덤 게임을 하면 영업이 가능하다'는 소문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확인 결과 촬영을 목적으로 변칙 영업하는 홀덤펍의 촬영 영상이 대부분 방송으로 송출되지 않았다. 인천 서구의 모 프랜차이즈 홀덤펍은 민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방역당국 직원에게 국내 스포츠 전문 케이블방송사에 생중계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해당 방송국의 편성표에는 새벽 시간대 홀덤경기 생중계 프로그램은 없었다. 그러나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방역당국은 이를 확인할 수 없다며 그대로 돌아갔다.
 

업소가 영업 시간을 안내하는 문구(왼쪽). 지난달 27일 오후 11시 넘어 업소를 방문하겠다는 손님의 문자와 영업장 내에서 음식을 주문해 먹고 있다며 업소 측이 올린 사진(오른쪽). 인천의 한 홀덤펍이 개설한 단체대화방 화면 캡처

업계, 수도권에서만 절반 이상 변칙 영업 추정

 
업계는 이같은 변칙 영업이 집단감염으로 홀덤펍에 대한 집합금지 조치가 내려졌던 지난해 가을부터 성행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홀덤펍에서 술과 음식을 팔지 않고 정보통신사업자로 등록한 뒤 유튜브 영상을 촬영한다는 명목으로 영업하면 단속 나온 경찰과 시·군·구청 직원들이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볼 수 있는지를 판단하지 못해 해산명령조차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 유튜브 방송 촬영을 이유로 변칙 영업하는 홀덤펍을 단속하겠다는 지침이 나오자 이를 케이블방송 송출로 확대했다고 업계는 설명했다. 심지어 프랜차이즈 업체가 나서서 케이블방송사와 계약을 맺은 뒤 이를 핑계로 영업을 하라고 가맹점에 안내한 곳이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여전히 '방역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업계는 이같은 변칙 영업을 하는 홀덤펍이 수도권에서만 절반을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왼쪽) 경기도의 한 홀덤펍이 개설한 단체대화방에서 업소 측이 새벽 시간대 영업 종료를 알리는 글을 올린 모습 캡처. (오른쪽) 인천의 한 홀덤펍에서 심야영업을 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민원인에게 보낸 문자. 독자 제공

단속 기준 있지만 고무줄 적용하는 지자체들…"수칙 지키는 업소가 바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유튜브나 지상파, 케이블방송사에 송출할 목적으로 영상을 촬영한다고 하더라도 그 행태가 사실상 영업행위에 해당하면 단속 대상이라고 지침을 정했지만 정작 직접 단속에 나서는 지자체는 각기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인천의 경우 홀덤펍이나 홀덤게임장이 없는 옹진군과 강화군을 제외한 8개 군·구 모두 변칙 영업하는 홀덤펍을 단속하는 기준이 다르다. 유튜브 방송 촬영을 허용하는 지자체가 있는가 하면 아예 방송 촬영을 허용하지 않는 지자체도 있다. 경기도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상대적으로 단속이 느슨한 지역의 홀덤펍으로 손님이 몰리는 이유다.
 
변칙 영업하는 홀덤펍이 늘고 있지만 방역당국이 뒷짐만 지면서 "방역수칙 지키는 업소가 바보"라는 말도 나돈다. 한 홀덤펍 업주는 "변칙 영업을 할 경우 방역 수칙대로 오후 10시까지 영업할 때보다 최소 5~6배의 수익 차이가 난다"며 "민원 신고받고 나온 경찰과 지자체 직원도 아무 조치 없이 되돌아가는데 오히려 방역당국이 변칙 영업하라고 업주들을 내모는 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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