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팍스로비드' 등 100만명분 계약…13일쯤 도입
10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우리 정부가 계약한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100만4천명분 중 화이자사의 '팍스로비드' 물량 일부가 이번주 중 도입된다. 정부는 팍스로비드 76만2천명분과 머크(MSD)사의 '몰누피라비르' 24만2천명분을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도입 날짜는 오는 13일 전후로 방역당국은 이보다 앞서 먹는 치료제의 투약대상과 방식 등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 중 고령자나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에 주로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한 바 있다. 또 의료인이 직접 진료해야 하는 주사치료제와 달리 먹는 치료제를 스스로 복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재택치료에도 활용될 수 있다.
먼저 국내 처음으로 도입될 팍스로비드의 경우, 총 30알이 들어있는 팍스로비드는 분홍색 '니르마트렐비르' 정제와 흰색 '리토나비르' 정제로 구성됐다. 처방을 받은 환자는 분홍색 2정과 흰색 1정을 하루에 2회씩 5일 동안 복용해야 한다.
가격은 5일치 30알에 약 62만원 정도로 전해졌다. 비용은 환자가 부담하지 않고 국가가 부담한다.
구체적인 처방 과정은 논의중이지만, 당분간은 일반 약국에서 전문의약품을 처방받아 구매하는 방식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과거 신종플루 유행 막바지 상황에서는 특별한 검사 없이도 처방전을 받으면 약국에서 타미플루를 구매할 수 있었다. 먹는 코로나19 치료제의 경우 특정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팍스로비드의 경우 실험 과정에서 일부 미각이상, 설사, 혈압상승, 근육통 등 부작용이 보고됐지만 대부분 경미한 증상으로 확인됐다.
단, 간이나 콩팥에 문제가 있는 일부 환자는 사용이 제한될 수 있다. 고지혈증이나 통풍, 협심증 등 질환으로 기존 약을 복용하던 환자도 의료진의 상담이 필요하다. 연령은 12세 이상이어야 하고 40kg을 넘어야 복용할 수 있다.
입원·사망율 88%↓…게임체인저? 오미크론은 막나?
반면 머크의 몰누피라비르는 입원과 사망 등 중증화를 30% 감소시키는 데 그쳐 효과는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이다. 이에 의료계에서는 몰누피라비르의 경우, 팍스로비드를 처방받기 어려운 환자에게 보조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팍스로비드의 임상시험 결과를 볼 때, 먹는 치료제가 코로나19 유행을 상당히 억제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천은미 호흡기내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입원율을 90% 가까이 줄인다면 게임체인저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며 "머크사의 몰누피라비르의 경우 효과가 떨어지지만 간이나 신장에 문제가 있어 팍스로비드를 처방받지 못하는 환자에게 대체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먹는 치료제의 경우 부작용이 크게 나타나지 않는 편"이라며 "코로나19 대응에 있어서 조금은 우리가 긍정적으로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기대했다.
반면에 먹는 치료제가 고위험군의 중증화율은 낮출 수 있지만 유행을 반전시키는 건 지나친 기대라는 반론도 나온다.
가천대길병원 엄중식 감염내과 교수는 "게임체인저까지 기대하기는 어렵고 중환자 발생을 줄이는 정도의 기여는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예방용이 아니라 이미 확진된 환자에게 투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 유행 감소에는 상당히 큰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환자를 감소시킨다고 유행이 반전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중환자 감소로 의료대응 체계의 부담을 줄일 수는 있어도 유행을 줄이거나 패턴을 바꾸는 데 기여하는 건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제약사 측의 임상시험 결과도 최대한 보수적인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실험에서는 입원·사망을 88% 감소시킨다고 하지만, 실제 투약 대상인 60대 이상 중환자로 한정할 경우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구체적으로 제시된 바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투약시 50% 정도 효과에 불과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같은 기준으로 효과가 30%에 불과한 머크사의 몰누피라비르는 사실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르면 이번달 내 우세종이 될 것으로 보이는 오미크론 변이도 주요 변수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유행 초기 집단면역을 통해 유행을 통제할 수 있다고 봤지만 거듭되는 변이로 백신의 효과가 급감하자 방역전략을 수정한 바 있다.
정부는 먹는 치료제가 오미크론 변이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 고재영 위기소통팀장은 6일 브리핑에서 "현재까지의 정보로는 기전상 오미크론 변이가 단백질 분해 효소 억제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여 효능이 유지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설명했다. 식약처도 지난달 27일 팍스로비드를 긴급사용 승인하면서 다양한 변이에 대해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다만, 먹는 치료제가 오미크론 변이에 효능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연구된 결과는 나오지 않아 단정은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영국 의약품규제청(MHRA)은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31일 팍스로비드를 승인하면서도 "오미크론 변이에도 효과가 있는지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판단을 유보한 바 있다.
이밖에 우리나라가 계약한 100만4천명분의 물량이 오미크론 변이 확산 속도를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회의적인 전망도 제기된다.
"골든타임 5일 내 투여하도록 체계 갖춰야"
기존 검사 방식대로라면, 통상 환자들이 증상이 나타난 후 검사를 받는 데 1~2일이 소요되고 검사 결과가 나오는 데 하루가 더 걸린다. 이후 처방받고 약을 배송 받으면 이미 '골든타임'을 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배송 과정을 생략하고 처방 과정을 효율적으로 간소화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천 교수는 "확진 판정을 받은 후 보건소 등으로부터 약을 배달받다 보면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도 있다"며 "진단 후 본인이 자차로 직접 약을 수령하거나 보호자가 받아오는 식으로 체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