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멸공' 논란 불붙인 윤석열, 집토끼 단속 노렸나…당내 갑론을박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지난 8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사고 있다. 국민의힘 선대위 제공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멸공(滅共)' 논란에 불을 붙이면서 당내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윤 후보가 이를 '표현의 자유'라고 옹호한 데 대해 강성 보수층 표심 결집을 노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 가운데 철지난 이념 논쟁에 기댄 퇴행적 행태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윤석열, '멸공' 논란에 "표현의 자유" 옹호…당내 공방전 

윤 후보는 10일 멸공 논란과 관련해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 질서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선 누구나 의사 표현의 자유를 갖는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로서 보장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표현의 자유'를 근거로 사실상 '멸공' 주장을 옹호한 셈이다. 앞서 지난 8일 윤 후보는 서민 물가 체험을 위해 신세계 이마트에서 '멸치와 콩' 등을 구매하고 이를 자신의 SNS에 공개했다. 당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SNS를 통해 '멸공' 주장을 해온 점을 고려하면 '멸공'을 연상케 하는 식품을 윤 후보가 구매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윤 후보는 "멸치 육수를 내서 많이 먹기 때문에 멸치를 자주 사는 편"이라며 "아침에 콩국 같은 것을 해놨다가 많이 먹어서 콩도 늘 사는 품목 중 하나"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윤 후보가 구매한 멸치는 '국물용'이 아니라 '조림용'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외려 논란은 더 거세졌다. 윤 후보는 자신의 일상적 행위를 지나치게 정파적으로 해석했다는 취지로 반박했지만, 처음부터 의도된 설정이라는 데 무게가 실렸기 때문이다.
 
윤 후보가 불을 붙인 멸공 논란은 당내로 확산되며 격한 공방도 이어졌다. 윤 후보의 SNS 게재 직후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최재형 전 감사원장, 김진태 전 의원이 '멸공 챌린지'에 가세하면서 여론의 관심을 끌었다. 당내에서 강성 보수층 인사로 꼽히는 나 전 원내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에서 공산주의 이야기만 나오면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오히려 지나치다"며 "표현의 자유 부분에서 (자유 억압에) 항의하는 차원으로 동참했다"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국회사진취재단
반면 이준석 대표를 비롯한 원희룡 선대위 정책본부장 등은 멸공 논란의 확산을 우려했다. 2030세대 공략 등 중도층 확장에 나선 상황에서 자칫 이념 논쟁에 매몰돼 전략적 패착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정책 메시지가 잘 전달되는 상황에서 이념 메시지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며 "윤 후보를 예의 주시하는 다른 정치인들이 과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원 본부장도 이날 오전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누구 아이디어인지, 실제로 (윤 후보가) 의도한 건지는 추측의 영역에 불과하기 때문에 말씀드리기 그렇다. 저도 썩 동의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호남 지역구 소속으로 최근 입당한 이용호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좌우 막론하고 멸공'을 외칠 때는 아니다"라고 말했고, 역시 호남 출신인 김근식 전 정세분석실장도 "은유적인 놀이가 아니라 진짜 멸공이라는 구호로 정치적 논쟁을 확대하는 것은 결코 득표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지지율 급락, 반등 전략은 집토끼?…젠더갈등 불씨도

 
윤 후보의 이같은 행보는 최근 급격히 하락 중인 지지율 반등을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후보와 함께 범야권 후보로 꼽히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10%를 돌파하면서 윤 후보를 위협하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TK)과 60대 이상 연령층에서도 윤 후보의 지지율이 흔들리자, 강성 보수층인 '집토끼' 표심을 결집시킨 후 반등에 나서겠다는 구상으로 관측된다. 선대위 내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이준석 대표와 갈등, 김건희씨 허위이력 파동 등으로 윤 후보가 너무 큰 타격을 입은 상태"라며 "안 후보가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지금은 중도표심을 노릴 만한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꺼내 놓은 단 일곱 글자짜리 공약 '여성가족부 폐지'에 연일 대선판이 뜨거워지고 있다. 사진은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17층 여성가족부 모습. 연합뉴스
'여성가족부 폐지'와 '병사 월급 200만원' 
등 주로 20대 남성 표심을 노린 공약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10월 여가부를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겠다고 했던 윤 후보는 최근 이 대표와 극적 화해 후 지난 7일 여가부 폐지 공약을 내걸었다. 선대위 내부에서도 공약 발표 직후 '폐지'인지 '개편'인지 혼선이 빚은 가운데 나 전 원내대표는 젠더 갈등을 우려했다. 나 전 원내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후보가 어쨌든 지금 정확히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며 "정치권이 스스로 논의를 하면서 젠더 갈등 이슈로 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윤 후보의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에 대해 "예전에 국민의힘에서 '부사관 월급이 사병 월급보다 적으면 누가 지원하냐'고 한 적이 있다"며 "그와 관련해 국민의힘에서 먼저 답변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소속 한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정용진 부회장은 개인 자격으로 '멸공'이든 뭐든 말할 수 있지만, 야당이 이걸 정치적 소재로 삼으면 안된다"며 "전통 지지층만 바라보고 선거를 치르는 것은 패배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당내 한 관계자는 "대선을 두 달 앞두고 중원에서 싸우진 못할망정 지금 강성 지지층에 매달리고 있다는 것 자체가 위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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