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리뷰]극초음속 치닫는 동북아 군비경쟁…日 재무장 박차

북한이 시험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 조선중앙통신 캡처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주장하면서 동북아 정세가 다시 출렁이고 있다. 극초음속 무기는 러시아와 중국, 미국은 물론 프랑스와 일본, 호주, 한국 등도 개발에 가세했다. 하지만 북한의 경우는 핵 확산 차원에서 역내 안정을 깨는 위협 요인으로 간주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0일(현지시간) 북한 발사체 문제를 논의 중이다.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의 시험발사에 대해 과장된 것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하지만 북한은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서도 예상 밖의 속도전으로 허를 찌른 전례가 있다. 극초음속 무기 보유도 결국은 시간문제로 보고 그 파장과 대책을 마련하는 게 불가피하다.
 

北, '게임체인저' 극초음속 무기에 한발짝 더…유엔안보리 주목

극초음속 무기는 실제 사용 가능성이 희박한 핵무기를 대체해 세계 군사안보 질서의 판도를 바꾸는 차세대 '게임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속도가 음속의 5배를 넘는데다 낮은 고도에서 변칙 기동까지 하기 때문에 요격은커녕 탐지도 어렵다. 군사 강국 지위를 원한다면 누구나 탐내는 무기가 아닐 수 없다.
 
형혁규 국회입법조사처 외교안보팀장은 "극초음속 무기 개발 경쟁은 지속적으로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동시에 국제적 규제의 필요성도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나라도 새로운 국제 무기통제 협정이 논의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관련 기술을 확보할 필요성을 지적했다.
 
북한 역시 이런 군사안보적 측면에 주목했을 것으로 보인다. 핵무력 완성은 선언했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핵은 한동안 '절대 무기'였지만 극초음속 같은 신무기 등장에 점차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창과 방패의 끝없는 첨단무기 경쟁에서 뒤쳐질 경우 핵조차 '만능의 보검'이 될 수 없다.

일본 육상자위대. 연합뉴스
 

"선제적 확보 중요" 경쟁 치열…"北 행보에는 일본 요인도 작용"

북한은 특히 일본의 재무장 움직임을 경계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일본은 이미 2019회계연도에 1억 2200만 달러를 초고속 활공형 발사체(HVGP) 개발에 투자하는 등 극초음속 무기 개발을 본격화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온건파 이미지와 달리 '적기지 공격 능력'을 언급하며 군비증강에 나서고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 시대에 들어 일본에 대한 경계심이 더욱 커졌고 이런 경향은 일관성과 지속성을 보여왔다"며 "핵을 가져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는 점을 감안해 국방과학기술자들에게 (극초음속 무기) 연구를 지시한 게 꽤 오래 됐다"고 말했다.
 

日도 북한 빌미삼아 군비증강 잰걸음…역내 정세불안 악순환 고리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북한의 이런 행보는 일본 재무장의 빌미가 되고 있다. 일본 현 집권세력은 '잃어버린 20년(30년)'에 따른 우경화 흐름과 함께 '보통국가'(전쟁 가능한 국가)를 향한 헌법 개정을 집요하게 추구하고 있다. 내년도 방위비는 사상 최대인 56조원에 달해 국내총생산 대비 1% 금기가 깨질 게 확실시된다.
 
여기에다 일본은 지난 7일 미국과의 외교‧국방장관 회담에서 북한 극초음속 무기에 대항할 무기체계의 공동개발 약속을 발 빠르게 얻어냈다. 이와 관련, 요미우리신문은 이번 회담에서 일본의 '적기지 공격 능력'에 대한 의견이 조율됐고 미‧일 방위협력지침 재검토 가능성도 거론됐다고 보도했다. 파장이 확산되는 가운데 일본은 조용히 실리를 챙긴 셈이다.

연합뉴스

한국은 군비경쟁 압박, 대북정책 딜레마 이중고…멀어지는 출로

물론 일본에게 북한은 핑계일 뿐 진짜 노림수는 중국 견제에 있다.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에 편승해 평화헌법 이탈을 기정사실화하고 군사대국화의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중국의 극초음속 무기 개발이 일본을 자극하고 이는 다시 북한에 위협 요인으로 인식되는 악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이런 상황은 한국에도 또 다른 안보 불안 요인이자 군비경쟁을 압박하는 동시에 대북정책의 딜레마를 심화시킨다. 꼭 북한이 아니더라도 주변국 잠재 위협에 대처하지 않을 수 없지만 북한이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 리는 없다. 북한이 '이중기준' 철회를 내세우며 끊임없이 신경질적으로 반응해온 이유이다. 결국 남북 간 불신의 매듭을 과감히 끊어내기 전에는 출로 찾기가 거의 불가능한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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