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사고에 건설업계 "중대재해법 보완에 'ㅂ'자도 못 꺼내"

법 시행 직전 터진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에 업계 깊은 한숨

광주 서구 화정현대아이파크 주상복합아파트 구조물 붕괴 사고 현장 모습. 연합뉴스
광주 한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사고로 1명이 다치고 6명의 연락이 두절된 가운데 건설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중대재해특별법(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발생한 이번 사고로 건설업에 대한 여론이 싸늘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건설업계를 비롯한 산업계는 "처벌 대상이 모호하고 과도한 처벌로 기업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중대재해법의 보완 필요성을 주장해왔는데 이번 사고로 이런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신축 아파트 외벽 붕괴…현대산업개발 대표 90도 허리 숙였지만

 
현대산업개발 유병규 대표이사 등 임직원들이 12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신축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 현장 부근에서 사과문 발표에 앞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광주 서구 화정동에서 신축 중이던 현대아이파크 1개동의 23~34층 바깥벽과 구조물이 무너졌다. 당시 39층 옥상에서 콘크리트를 붓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는데 이 사고로 현장작업자 1명이 다쳤고 6명의 연락이 두절됐다.
 
시공을 맡은 HDC현대산업개발(현대산업개발)은 사고 직후 현장에 유병규·하원기 대표이사 등 경영진을 포함한 본사 임직원을 현장으로 급파해 현장 수습과 원인 파악에 집중하고 있다. 12일에는 유병규 대표이사가 "있을 수 없는 일이 터졌고, 모든 책임을 통감한다"며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불행한 사고로 인해 피해를 입으신 실종자분들과 가족분들, 광주 시민 여러분께 깊이 사죄드린다"고 허리를 숙였다.
 
하지만 지난해 6월 광주 학동4구역에서 철거공사를 진행하다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붕괴 사고를 낸 현대산업개발이 7개월 만에 다시 대형 사고를 일으키면서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은 상황이다. 
 

7개월새 2번째 붕괴사고에 여론 싸늘…"문제 있지만 '보완해야' 말 못해"

 
지난해 6월 광주 학동4구역 건물 붕괴 사고 현장에서 매몰자 수색이 진행되는 모습. 연합뉴스
건설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오는 27일부터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청업체인 사용자의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법이 시행되는데 건설업계를 포함한 산업계는 '처벌 대상이 모호하고 과도한 처벌로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광주 학동4구역에서 철거공사를 진행하다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붕괴 사고를 낸 현대산업개발이 재발방지책 마련을 약속했음에도 또 다시 붕괴 사고를 일으키면서 중대재해법에 대한 반대 명분이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대재해법이 발의된 뒤 업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던 중 학동4구역 사고가 나서 입을 뗄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다가 법 시행을 앞두고 보완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찰라에 다시 이번 사고가 터진 것"이라며 "이제는 어디를 가서도 '중대재해법을 보완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앞으로 중대재해법 보완의 'ㅂ'자나 꺼낼 수 있겠냐"고 반문하며 "건설업의 특성상 안전사고가 전혀 발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이번 사고 이후 상황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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