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완성'했다는 北 주장 '극초음속 미사일'…어떻게 막나?

북한 국방과학원이 11일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진행해 성공시켰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까지 참관한 자리에서 발사한 미사일에 대해 이를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주장하면서 군 당국도 긴장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5일 미사일 발사 이틀 뒤인 7일 브리핑을 자처해 이 미사일의 성능이 과장돼 있으며 국제사회가 통상적으로 정의하는 극초음속 무기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지만, 다시 나흘 뒤 북한이 최고속도 마하 10을 기록하는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 당국은 이 미사일에 대해 탐지와 요격이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중간에 궤도를 바꿀 수 있다는 미사일 특성을 고려해볼 때 상당히 까다로울 전망이다. 이른바 '선제타격론' 또한 전술적으로는 유효할지 몰라도 실제로는 국제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전략적 허점이 있다.

北 "'극초음속 미사일', 600km 비행 뒤 활공재도약하며 240km 선회기동" 주장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2일 자신들이 전날 발사했던 탄도미사일이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주장하며 "발사된 미싸일에서 분리된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는 거리 600km 계선에서부터 활공재도약하며 초기발사 방위각으로부터 목표점 방위각에로 240km 강한 선회기동을 수행하여 1천km 수역의 설정표적을 명중하였다"고 보도했다.

일반적인 탄도미사일(초록색 선)과 HGV(빨간색 선)가 비행하는 모습. 파란 점선은 레이더 탐지 범위.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 'Hypersonic Weapons: Background and Issues for Congress'

극초음속(hypersonic)이란 음속(340m/s, 마하 1) 5배, 즉 마하 5 이상을 뜻한다. 선진국들이 개발에 열을 올리는 극초음속 무기 가운데 하나인 극초음속 활공비행체(HGV)란 탄도미사일을 1단 추진체로 하고 2단에는 자체 추진력 없이 활공하는(gliding) 비행체를 실어 날려보내는 방식이다. 활공체엔 자체적으로 가속하는 엔진은 없고, 날개와 추력기(thruster, 자세 제어 등에 쓰이는 소형 로켓)를 통해 비행 경로를 바꾼다.

이날 함께 공개된 사진에서 '극초음속미싸일 비행궤도'라고 적혀 있는 화면을 보면, 이 미사일은 자강도에서 발사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앞바다까지 일반적인 탄도미사일처럼 날아가고, 이 곳에서 방향을 틀어 일본 홋카이도 북서쪽에 낙하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시험발사는 개발된 극초음속 무기체계의 전반적인 기술적 특성들을 최종 확증하는 데 목적을 두고 진행되였다"며 "최종 시험발사를 통하여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의 뛰어난 기동능력이 더욱 뚜렷이 확증되였다"고 자화자찬했다.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까지 1년 10개월만에 발사를 공식적으로 참관했다는 점은 이 무기가 단순한 허세가 아니며 북한 지도부가 자신감을 갖고 공개했다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다.


HGV? MaRV? 구분 모호해 국방부, 전문가들도 다르게 해석

다만 이 미사일이 정말로 HGV인지, 탄도미사일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개량한 '기동형 전방체' 또는 '기동탄두 재진입체'라고 번역되는 MaRV인지는 다소 논란이 있다.

MaRV는 이미 수십년 전부터 탄도미사일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개발된 개념으로, 1단 추진체가 분리되고 난 뒤 2단 탄두가 별도로 장착된 엔진을 통해 비행경로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둘 다 탄도미사일을 이용한다는 특성상 HGV와 MaRV 구분이 다소 모호하기는 하다. 전자는 하강단계에서 지속적으로 극초음속을 유지하며 다수의 변칙 기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후자는 탄착 때까지 극초음속을 유지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대신 탄두 자체가 기동을 통해 일정 부분 비행경로를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미군이 1980년대 실전배치한 퍼싱 2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에 장착된 MaRV가 어떻게 표적을 향하는지 표현한 그래픽. 미 육군 제공

앞서 군 당국은 지난 7일 브리핑을 자처해 그보다 이틀 전 발사한 미사일이 "속도 마하 6.0, 고도 50km 이하, 비행거리는 북한이 주장한 700km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HGV가 아니라 MaRV에 가깝다"고 주장했었다.

군 관계자는 "실제 궤적을 확인한 결과, 구체적으로 답변드릴 수는 없지만 북한 주장이 완벽히 구현되지 않았다"고 말하며 '기술이 업그레이드된 일반 탄도미사일로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국방부 산하기관 관계자는 그 근거로 "상승한 뒤 하강하는 과정에서 속도가 떨어졌다"며, "같은 초기속도로 활공시켰을 때 얼마나 멀리 날아갈 수 있는지 양항비(lift-to-drag ratio, 항공기나 글라이더 날개의 받음각에서 양력과 향력의 비율)를 보면 이번 미사일은 낮은데, 원뿔형이어서 활공하기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 형태를 보면 지난해 9월 발사한 화성-8형과는 또 다른, 일반적인 미사일에 가까운 곧은 원뿔 형태에 가깝다. 화성-8형은 위에서 볼 때 오히려 오징어와 좀더 비슷한 날렵한 글라이더 형태였다. 극초음속 무기 선진국인 러시아 '아방가르드', 중국 DF-17 HGV는 모두 화성-8형처럼 가오리 또는 오징어에 가까운 글라이더 형태다.

미군이 개발하고 있는 LRHW. 미 육군 제공

하지만 미국이 개발하고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인 LRHW와 이 미사일에 탑재되는 비행체 C-HGB는 글라이더가 아니라 원뿔형이다. 아직 실전배치되지는 않았지만 이미 시험비행도 한 상태다. 게다가 해당 브리핑 나흘 뒤 쏜 미사일이 원뿔형이면서도 최고속도 마하 10을 기록하면서 군 당국 설명은 다소 의구심을 들게 한다.

미사일 분야 권위자인 한국항공대 장영근 교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기반으로 한 HGV는 대기권에 재진입한 뒤 마하 20 정도에서 활공비행을 하고, 다중 풀업기동이나 측면기동을 통해 극초음속을 유지하며 지면에 탄착한다"며 "MaRV는 극초음속을 내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탄두에 장착된 날개를 이용해 활공하고 불규칙 기동을 수행하며 지면에 탄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둘을 명확하게 구분하거나 정의내리기는 어렵다"면서도 "하강단계에서, 추진체와 탄두가 분리된 뒤 마하 10의 속도를 얻었다면, 낮은 고도에서 공기 마찰을 고려하더라도 상당한 시간(거리) 동안 극초음속을 유지할 수 있어 HGV로 보는 쪽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장 교수는 "추진체가 분리된 뒤 재도약과 활공을 하던 중, 낮은 고도에서 강한 진동이나 열 문제로 불타서 실패했을 수도 있다"며 "하지만 우리가 700km 이후 비행을 탐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북한이 성공했다고 거짓말로 발표해도 사실인지 여부를 모를 수 있다"며 여지를 두긴 했다.

HGV의 여러 가지 다양한 형태들. 2019년 영국 국방부 발표자료 'UK Hypersonic Glide Vehicle Concept and Performance Assessment'

진짜 문제는 '막기 어렵다'는 점…선제타격은 전술적으론 유효, 전략적으론 패착

물론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이며, 특히 전략무기에 대해선 어느 나라든 100%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특성상 여러 방향으로 분석이 나오는 일은 사실 일반적이다.

진짜 문제는 이 미사일이 HGV인지 MaRV인지보다는 북한이 이런 식으로 빠르게 비행하면서 변칙기동을 하는 미사일을 실전배치해 발사하면 우리가 어떻게 막느냐는 쪽에 더 가깝다.

합동참모본부는 11일 "우리 군은 이번 발사체에 대해 탐지 및 요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응체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실 강대국들조차도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패트리엇 PAC-3,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SM-3 등 우리에게 익숙한 서방권 요격미사일들은 대부분 날아오는 미사일의 기존 궤도를 분석해 어디로 갈지를 예상하고, 그쪽으로 비행해 탄두를 직접 운동에너지로 때리거나 근처에서 폭발해 화염과 파편으로 미사일을 파괴한다. 최근 들어서는 직접타격 방식이 대세다.

하지만 HGV나 MaRV는 중간에 궤도를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어디에 떨어질지 예측하기가 어렵고, 따라서 요격미사일도 다중으로 배치해야 한다. 360도 전방위가 아니라, 한 쪽 방향을 부채꼴 모양으로 탐지하는 현행 한국군 요격미사일 레이더 특성 때문이다. 또한 속도가 빠른 만큼 우리도 탐지하자마자 얼마 안 되는 빠른 시간 내에 대응해야 막을 수 있다. 극초음속 무기가 무서운 진짜 이유는 이 때문이다.

아예 탄도미사일에 실려 하늘로 떠오르는 상승단계에서 요격하거나, 발사 직전에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을 가해 파괴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러려면 미사일 발사 징후를 사전에 포착해야 하고 이 미사일이 우리를 향한다는 확증이 있어야 하며, 요격(또는 공격)미사일까지 미리 준비해 둬야 하는 데다 그 미사일 자체도 아주 빨라야 해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시도 아닌 평시, 또는 둘 사이 구분이 모호한 회색지대(gray zone, 전투나 전쟁 위험을 피해 일부러 점진적이고 애매모호하게 목표 달성을 노리는 것) 분쟁 상황에서 북한 상공에 떠 있는 미사일을 우리가 쏴 요격하거나, 북한 땅에 있는 발사대를 섣불리 선제공격했다가는 국제적인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문제다.

즉 미사일을 쏜 뒤에 막기는 어려워 선제타격이 유효하기는 한데, 북한이 바로 그 미사일로 남한을 공격하려 한다는 확실한 증거를 입수해야만 해당 공격이 정당화될 수 있다.

사실 이는 회색지대 전략전술을 사용하는 나라들이 노리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어떤 나라가 다른 나라를 선제공격할 때 충분한 증거와 명분을 제시하지 못하면 국제여론은 먼저 공격을 시작한 나라에 대해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전술적으로는 유효하더라도 전략적으로는 그렇지 않은 이유다.

북한 또한 이런 점을 노렸다고 추정된다. 실제로 미사일을 발사해 한국이나 일본을 공격할 경우 바로 보복공격을 받아 체제 멸망으로 이어지겠지만, 역으로 서방측이 요격하기 어려운 미사일을 개발해 시험발사와 보여주기만 할 때는 다르다. 공격을 받지는 않으면서 원하는 효과를 일정 부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재래식 전력이 매우 후진적인 북한이 미사일 개발에 '올인'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한미일 등 군비증강으로 힘의 균형이 깨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반복해서 언급했는데, 이는 군비경쟁이 지속되는 한 북한의 추가적 전략무기 개발과 시험발사를 막을 수 없다는 명확한 결론을 보여준다"며 "미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관여해 협상 테이블로 북한을 끌고 나오는 외교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전략무기 개발 추세를 깨뜨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국제사회의 판에 박힌 규탄식 대응으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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