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李 변호사비 의혹' 폭로자의 마지막 통화…"나를 찾아달라"

'이재명 의혹' 폭로자 이모씨, 모텔서 '달방' 생활, 건강 악화 '이중고'
투병 흔적…피 토하고, 머리 맡엔 약봉지 발견
마지막 예상한 듯 측근에게 "연락 안 되면 찾아와달라"
어려운 상황에서도 끝까지 '반(反) 이재명 활동'…"비리 파헤칠 것"
이재명 변호인, 상장사 S로부터 전환사채 20억원 받았다는 녹취 제보 당사자
사인 놓고 '음모' 증폭되는 가운데 A씨 "정치적 악용말라"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처음 제보한 모 시민단체 대표 이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된 서울 양천구의 한 모텔에서 경찰들이 현장 조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최초 제보한 이모(54)씨가 측근과의 마지막 통화에서 "연락이 안 되면 몸이 아파서 죽는 것"이라며 "찾아와 달라"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운명을 예견이라도 한 듯 가장 가까운 인사에게만 행적을 알린 것이다. 실제 이씨의 시신은 사망 이후 상당 시간이 지난 시점에 발견됐고, 경찰에 이씨의 소재를 알린 인물도 이 측근이다.

이씨가 숨진 배경을 놓고 갖가지 의문점이 증폭되고 있고, 13일 부검이 예정된 가운데 이 측근과 경찰 등은 현재까진 병사(病死)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수년 전 사업 실패를 겪었다는 이씨는 급기야 모텔에 매달 월세를 내는 '달방' 형태로 주거하는 등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건강까지 악화되면서 더욱 힘겨운 상황에 놓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그럼에도 최근까지 시민단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존재감을 유지해왔다. 특히 마지막까지 "이재명은 괴물"이라며 '반(反) 이재명' 활동에 열정을 다했다는 게 주변인들의 전언이다.

다만 측근들 사이에선 갑작스러운 사망이 맞물리며 각종 '음모론'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확한 사망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경찰의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운데)가 12일 서울 서초구 대검 검찰총장실 앞에서 권성동 의원 등과 김오수 총장 면담을 요청하며 연좌 농성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최초로 제보했던 이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된 것과 관련해 대검을 항의 방문했던 김 원내대표와 의원들은 이날 김오수 총장 대신 박성진 대검 차장과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제공

지난 11일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한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이씨를 오랫동안 돌봐왔다는 지인 A씨는 12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씨가 생전에 너무 힘들게 살았다. 생활고와 함께 건강까지 악화돼 걱정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씨는 수년 전 사업을 하다가 부도를 맞은 뒤 재기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삶의 의지를 꺾지 않고 조손 가정과 미혼모·부 가정 등을 돕는 시민단체 '차별 없는 시민 가정연합회' 대표를 맡으며 시민사회 활동에 매진해왔다.

특히 그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문제점 등을 파헤치는 데 주력했다. "이 후보를 성남시장 시절부터 지켜봤지만, 대통령만큼은 정말 안 된다"며 주변에 강조하면서 SNS 등에서 활발히 활동해왔다. A씨는 그런 이씨의 성격을 묘사하며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든 무슨 상관이냐, 먹고 살아야 하지 않느냐고 제발 그만하라고 해도 '안 된다, 이재명의 비리를 밝혀야 한다'며 계속해서 달려왔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국회사진취재단

그 과정에서 여러 송사를 겪고 경찰 조사도 받으며 심리적 압박을 겪기도 했다. 함께 활동하는 주변인들에게는 "이러다 변고가 생기면 어떻게 하느냐"며 농담 삼아 얘기도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에는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의혹' 최초 폭로하며 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그는 2018년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맡았던 이모 변호사가 수임료 명목으로 현금 3억원과 상장사 주식 20억원어치를 받았다며 관련 녹취록을 한 시민단체에 제보한 바 있다. 검찰에 고발된 이 사건은 현재 수원지검에서 수사 중이다.

이씨는 지난해 12월 10일 SNS에 '이생은 비록 망했지만 전 딸, 아들 결혼하는 거 볼 때까지는 절대로 자살할 생각이 없다'며 거듭 삶의 의지도 나타냈다. 하지만 그의 의지와는 달리, 생활고와 건강 상태는 더욱 악화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지난해 12월 30일에 만났을 때 밥도 잘 먹지도 못하고 아파 보였다. 병원에 가라고 해도 '돈이 없어서 못간다'고 했다"며 "아이들도 뿔뿔이 흩어져서 거쳐할 데가 없어 친구 집, 지방 어머니 집 등에 머물다가 결국 허름한 모텔방에서 50만원씩을 주고 살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주 목요일(6일) 마지막 통화에서 만약에 3일 동안 연락이 안되면 '자다가 사망하는 것'이라고 자기를 찾아 달라고 했다"며 "가끔 생활비와 방값을 부쳐줬지만 어느 모텔에 있는지는 자존심이 강해서 그동안 말을 안 했는데, 당시에는 모텔과 주소를 얘기해줬다"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이씨는 이달 7일 '범죄자 핏줄'이라는 문구와 함께 '이재명 후보 가족 범죄사'가 적힌 사진을 마지막으로 업로드 한 뒤 지난 8일부터 연락이 두절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의 누나는 11일 오후 8시 35분쯤 "동생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경찰에 신고한 뒤 A씨를 통해 모텔 주소 등을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A씨가 모텔 측에 객실 방문을 요청해 종업원이 객실에 방문했고, 인기척이 없자 비상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 침대에 누워있는 숨진 이씨를 발견했다.
 
이씨 시신에서는 다툰 흔적 등 외상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주변에서 유서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객실에서도 누군가 침입한 정황이나 극단적 선택에 쓰이는 도구 등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해당 모텔에서 장기 투숙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발견 당시 현장에서 이씨 머리맡에는 진통제 등이 담긴 약 봉지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가 피를 토하고 대변을 본 흔적도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 시점은 시신이 발견된 지난 11일보다 1~2일 정도 앞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씨의 건강 상태가 안 좋았다는 점은 유족 측도 증언한 부분이다. 유족은 이날 오전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만나 "이씨가 생전에 몸이 좋지 않았다. 가족력으로 심장이 안 좋고 당뇨도 있었다"고 밝혔다. A씨는 "이씨가 지금 장례 비용도 없는 상태"라며 "주변에서 도와줘야 한다. 환경이 너무 어렵다. 이씨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도 안 된다"라고 호소했다.

이씨 사망 배경을 둘러싸고 지인의 유력한 증언이 나온 가운데, 경찰은 정확한 사망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타살 혐의점 등은 보이지 않는다"며 "정확한 사인은 부검을 통해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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