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단체 공무원들, 선거 차출 거부 잇따라…"왜 우리만?"

공무원 노조 "부당한 임금 체계, 다른 소속 비중도 높여라"
기초단체 공무원 선거사무 비율, 50% 이상…"비민주적"

고양시통합공무원노조 제공
기초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전국 곳곳에서 '반강제적인 선거 인원 차출을 반대한다'며 잇따라 거부하고 나섰다.
 
고양시통합공무원노조(이하 고공노)는 지난 12일 고양시 선관위원회를 찾아가 조합원 1400여명이 작성한 선거 인원 차출 부동의서를 전달했다.
 
고양시 노조는 "공직 선거업무는 국가 사무이지만, 의무적으로 해야 할 직무는 아니다"며 "선관위 선거사무 종사의 강제 위촉은 부당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고양시는 경기도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 확진자로 인해 고양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전체 공무원들이 코로나 비상에 투입돼 있다"면서 "지난 5월부터 대선과 지방선거를 대비해서 대안을 마련해 달라고 수차례 요구했으나, 선관위는 수수방관하다 선거가 당장 닥치니까 이제 와서 고양시에만 의존하느냐"고 지적했다.
 
고양시선관위는 지난 1월 초쯤 고공노 사무실을 찾아 "고양시는 타 시군에 비해 적은 인원수로 공무원 차출을 하고 있다"며 "교육청에도 의뢰하고 있지만, 선거 사무종사원들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고양시 공직자들의 도움 없이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며 "노조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국공무원노조 안양시지부 제공

"부당한 임금 체계, 다른 소속 비중도 높여라"

전국공무원노조 안양시지부도 지난달 16일 안양시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무원들의 강제적인 선거사무 투입과 부당한 임금 체계에 대해 반발했다.
 
안양시 노조는 "새벽 5시부터 저녁 7시까지 14시간 온 종일 선거사무에도 임금은 고작 5만 원에 공무원 근로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사례금 4만 원을 더한 게 전부"라며 "세계 10위 경제대국이자 1년 예산 600조 원인 대한민국에서 시급 6천 원의 전근대적 노동착취를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공무원노조 대구경북지역본부 박재현 대구중구지부장은 지난달 27일 중구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선거사무에 기초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을 위주로 편성하는 것을 반발하며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노조는 선거사무 관계자가 대부분 기초단체 공무원으로 이뤄진다며 다른 소속 출신 공무원·직원 비중을 높일 것을 선관위에 촉구했다.
 
앞서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조와 대한민국공무원노조총연맹은 지난해 10월 25일 중앙선관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초단체 공무원에게 편중된 선거사무원 모집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했다.
 
전국공무원노조 제공
이들은 다음 달 17일 조합원 10만6846명이 '선거사무원 위촉 부동의'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기초단체 공무원 선거사무 비율, 50% 이상…"비민주적"

기초자치단체 공무원의 선거사무 비율은 실제로 50% 이상을 차지하며 다른 소속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선거사무원 26만5642명 가운데 기초단체 공무원은 16만6943명으로 62.85%를 차지했다. 이어 교직원 1만5788명(5.94%), 농협 등 조합 직원 2426명(0.91%), 국가공무원은 1781명(0.67%), 공사·공단 직원 359명(0.14%) 순이었다.
 
기초단체 공무원의 비중은 2017년 대선 63.22%(16만5371명), 2018년 지방선거 53.25%(20만1346명), 2020년 총선 52.30%(17만1255명)로 항상 50%를 넘었다.
 
선관위는 각 시·군·구에 필요한 선거사무원 인원을 정해 협조를 요청하지만, 사실상 강제성을 띠고 있다.
 
헌법 제115조에 의하면 '선관위는 선거사무 등에 관해 관계 행정기관에 필요한 지시를 할 수 있고, 지시받은 행정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공직선거법 제5조에도 '공공기관은 선거사무에 관해 선관위의 협조 요구를 받으면 우선해 이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기도 의정부시의회 김정겸 의원은 지난달 20일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선거가 비민주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일침을 가해 눈길을 끌었다.
 
김 의원은 "1948년 첫 선거 이후 70여 년 동안 공무원들이 선거에 강제로 동원되고 있다"며 "지방공무원에 편중된 모집 방식을 개선하든가, 근로기준법에 준하는 수당이라도 지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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