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폭로자' 의문사? 정치 유튜버들 막 나가는 '음모론'

경찰, 국과수 1차 소견 통해 '심장 질환으로 인한 대동맥 파열' 사인 판별
'이낙연 지지', ' 극우' 성향 유튜버 '의문사' 입장 안 굽혀
이준석 등 국민의힘 지도부 "연쇄 간접 살인".. 사인과 무관한 '선동'
故人 최측근 "평소에 건강 좋지 않았다".. 유족 "누군가의 가십 거리, 힘들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처음 제보한 이모(54)씨의 사인이 '심장 질환으로 인한 대동맥 파열'이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구두 소견이 나온 가운데, 정치 선동 성향의 유튜버들은 '의문사' 의혹을 굽히지 않은 채 '음모론'을 키우고 있다.
 
경찰은 '심장 질환으로 인한 대동맥 파열'로 보인다는 국과수 잠정 결론을 근거로 이씨의 사인에 대해 '병사(病死)'라는 입장을 굳혀 가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13일 브리핑에서 "(이씨) 부검 결과 시신 전반에서 사인에 이를 만한 특이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대동맥 박리 및 파열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국과수 부검의 구두 소견"이라고 밝혔었다.
 
유일하게 사망 직전 이씨의 거처를 알고 있었던 최측근 A씨 또한 "고인이 평소에 건강이 좋지 않았다"며 자·타살 가능성에 대해 일축한 바 있다.

15일 최측근 A씨는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건강이 안 좋았고 늘 푸석푸석했다. 어느 날은 의사인 친구 병원에 이씨를 데리고 가 혈압을 쟀는데 180에 120이 나왔다. 우리가 다 놀라서 진료 받으라고 했었다"며 "고인이 평소에 건강이 좋지 않아서 친구들이 계속 걱정을 했었다"고 말했다.
 
유족 또한 이씨의 빈소가 차려진 직후인 지난 12일 오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이씨가 생전에 몸이 좋지 않았다. 가족력으로 심장이 안 좋고 당뇨도 있었다"며 "확대 해석이나 곡해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처음 제보한 모 시민단체 대표 이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된 서울 양천구의 한 모텔 모습. 연합뉴스
하지만 장례식 당일 유튜버 백광현씨가 유족 측 대리인으로 나선 이후 유족 측의 입장이 바뀌기 시작했다. 백씨는 생전 이씨의 건강에 대해 "지병이 있다거나 최근에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됐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며 "평소에 건강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백씨는 '변호사비 대납의혹' 녹취를 제공한 깨어있는시민연대당 이민구 당 대표의 측근이자 유튜브를 통해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지지 활동을 하고 있는 인물이다. 평소 이씨의 유족과 안면이 있는 이민구 대표가 백씨를 추천해 대리인 역할을 맡은 것으로 파악됐다.

백씨는 고인의 건강 상태에 대해 유족과 증언을 달리 하면서 생활고에 대해서도 고인의 측근과 반대 입장을 되풀이했다. 또 고인이 생전 민주당 측의 압박을 강하게 받았다는 내용을 강조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이씨의 최측근 A씨는 "백씨의 브리핑 내용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고 고인 죽음을 의문사로 몰아가고 있다"며 "고인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A씨는 "이씨가 생전에 건강이 안 좋았다는 건 친한 친구들은 다 알고 있던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생전에 이씨가 심각한 생활고를 겪지 않았다는 백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고정적인 수입이 있고 경제적으로 형편이 넉넉하면 그 '달방'에 있었겠느냐"면서 "오래전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오랫동안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상황이 맞고 친구들이 가끔 금전적 지원을 했다"고 말했다.
 
A씨는 백씨가 상반된 주장을 펴는 데 대해 "정치적 이슈의 중심에 있으려고 고인의 사망을 의문사로 몰아가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죽음이 특정 이해관계에 귀속되는 것과 관련,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중요한건 이씨가 녹취록 조작 의혹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걸 입증해야 하는 일"이라며 "망자 명예를 회복 시켜줘야 하는 게 친구의 도리인데 왜 자꾸 죽음을 가지고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씨의 유족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죽음에 대한 추측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도 "가고 난 사람을 건드리면 다른 사람한테는 그게 가십거리고 이용할 거리인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자꾸 건드리면 힘들다"고 밝혔다.
 
일부 시민단체들 역시 의혹을 계속해서 제기하는 모양새다. 이씨가 생전 활동했던 '대장동 게이트 진상 규명 범시민연대'는 이씨 발인 전날 빈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문사'라는 주장을 이어갔다.

이밖에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와 일부 정치권 인사들은 이씨 죽음에 대해 '독살 가능성', '간접살인' 등을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가세연은 지난 방송(13일자)에서 "독살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제보도 보내 준다"며 "21세기 들어서도 러시아에서 노비촉이라는 독극물로 야당 지도자를 독살하려고 한 사건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야권에서는 대장동 사건과 연관된 2명이 사망한 것을 거론하며 이번 사건이 우연으로 보기에는 석연찮다는 발언을 쏟아냈다.
윤창원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왜 이렇게 안타까운 일이 자꾸 일어나는지 모르겠다"며 "이재명 후보가 이분에 대해서는 어떤 말씀을 하실지 기대도 안 한다. 지켜보고 분노하자"고 말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도 지난 13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가히 '연쇄 간접 살인사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영화 '아수라'를 본 국민이라면 어느 쪽이 현실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공포감을 느낀다"고 몰아세웠다.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역시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이렇게까지 부검 결과가 빨리 나오는 것을 별로 본 적이 없다"며 "극단적인 선택은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타살의 흔적도 불명확한 것도 틀림없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청에서 (이씨의 부검 결과로) 발표한 것은 심장질환이라고 대동맥 박리, 동맥이 파열된 거다. 심장이 이렇게 부풀어서"라며 "수년에 걸친 심장질환으로 해서 그렇게 될 수도 있고 두 가지 이유가 또 있는데, 하나는 외상, 또 하나는 약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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