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윤석열 잇따른 '숏폼' 공약…'득' 될까 '독' 될까

유튜브 영상 캡처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들이 10분 이내의 짧은 영상으로 콘텐츠를 즐기는 이른바 '숏폼(short-form) 콘텐츠'를 통해 공약을 연이어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참신하다'며 해당 영상을 공유하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일각에선 이러한 선거 방식이 '관심끌기'에만 이용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숏폼 콘텐츠가 대선 후보 사이에서 본격적으로 화제가 된 것은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유튜브 채널 '이재명'에 '밈(meme) 영상'을 올리면서부터다

15초 분량의 해당 영상은 탈모약을 건강보험료에 지원한다는 공약으로 '이재명은 심는다'는 문구와 함께 화제에 올랐다.

이에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59초공약짤'을 키워드로 이준석 대표와 원희룡 국민의힘 선대본 정책본부장과 함께 찍은 '쇼츠(shorts)'를 게시하며 맞불을 놨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핵심만 콕 박사 안철수의 철책상' 등을 통해 정책을 선보였다.

이같은 대선 후보들의 파격적인 모습에 일부 누리꾼들은 "임팩트 있다", "귀에 쏙 들어온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후보의 탈모 공약 관련 조회수는 17일 기준 11만 회 이상 집계됐으며 윤 후보의 전기차 충전요금 관련 영상 조회 수는 75만회에 달했다.


"대중의 관심이나 감성만 자극한 공약? 누가 책임지나"


위 사진은 아래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박종민 기자
숏폼 콘텐츠의 활용을 두고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이다. 임팩트에 비해 공약 내용의 전달력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성공회대학교 김서중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짧은 공약 표현 방식은 꼭 젊은 세대만이 아니라 많은 유권자들에게 공약의 핵심과 본질을 알 수 있게 만든다는 점에서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김 교수는 '중요한 전제'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숏폼 형식을 활용할 땐 후보자가 신중하게 고려해 준비가 이미 잘 된 공약을 짧게 표현하는 것이여야 한다"며 "짧은 공약 제시 방식이 충분한 자료나 논리를 갖지 못한 상태에서 대중의 관심이나 감성만 자극하기 위해서 만들어진다면 선거 공약으로서 의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 선거 자체를 망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거나, 공약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는 누가 책임지겠냐는 설명이다.

김성수 문화대중평론가도 "숏폼은 공약에 대해 길게 알려하는 것을 불편해 하거나, 짧은 시간에 공약이나 인물을 파악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좋다"면서도, "충분한 서브자료들을 다른 공간에서 제시하는 수준이 아니면 '사기'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숏폼 형식의 경우 충분한 자료 제시와 재정 마련 설명이 뒷받침 되면 좋은 전략이 될 수 있지만,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며 "장단점이 다 있겠지만, 진정성 있는 자료 제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이광재 사무총장은 숏폼 콘텐츠의 활용이 공약이 아닌 '정책 아이디어'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이 사무총장은 "행정학에서 '재정 없는 정책은 허구다'라는 말이 있다. (후보들의) 공약들을 보면 입법이나 재정이 필요해 보이는데, 정작 방법에 대해선 생략돼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의 무상보육 공약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재정, 입법 설계가 없는 공약은 '희망모음집'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시 후보 시절 무상보육 공약을 내놨지만, 제대로 된 실행 계획 없이 임기 내내 보육예산을 시도교육청에 떠넘겼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정보 쉽게 접해" 긍정적이지만…"보여주기식" 반응도


박종민 기자
시민들의 반응도 엇갈린다. 대전에 거주하는 이모 씨(25)는 "기존 선거 방식들은 기성세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하는데, 숏폼 형식은 커뮤니티 및 SNS에서 파생되었다고 생각한다"며 "젊은 세대들이 관련 정보를 쉽게 접함으로써 후보의 활동이나 장점들 또한 많이 봤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대학생인 이모 씨(22)도 "밈 자체만 보고 완벽하게 공약을 파악하기는 무리가 있더라도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했다"며 "해당 밈이 2차 재가공되고, 그런 과정에서 밈이 더 확산되니 자신의 정책을 홍보하는 데는 확실히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대학생 송모 씨(24)는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함께 나온 영상에 다소 흥미를 느꼈지만, 보여주기식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밝혔다.

앞으로의 홍보 방식에 대해선 "오히려 삼프로(삼프로TV_경제의신과함께) 같은 전문적인 유튜브 채널 혹은 TV토론에 나와 후보의 정치철학과 국정 운영의 치밀함을 보여주는 게 더욱 건강하고 멋진 홍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신모 씨(40)도 "젊은 사람들은 짧고 간략한 걸 원할지 모르겠지만, 나이 있는 사람들은 자세하고 긴 걸 원할 것 같다"며 "후보 등록이 되고 공약집이 나오면 그때 가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후보의 경우 지난 14일 '탈모치료 건보료 적용' 공약을 공식화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 후보는 "탈모인이 겪는 불안, 대인기피, 관계 단절 등은 삶의 질과 직결되고 또한 일상에서 차별적 시선과도 마주해야 하기에 결코 개인적 문제로 치부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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