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취와 관련해, 국민의힘 분위기가 보도를 전후해 반전됐다. 구체적 보도 내용을 몰랐던 국민의힘이 MBC 항의방문까지 하며 총력전을 펼쳤던 것과는 달리, 보도 이후에는 김씨에 대한 우호적 여론이 형성됐다며 안도를 넘어 긍정 평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원희룡 정책본부장은 김씨의 통화 녹취 내용이 방송된 다음 날인 17일 "솔직히 우리가 모르는 충격적인 것이 나올까 아주 긴장했다. 저걸 가지고 나라가 뒤집어 질 것처럼 그랬나는 생각에 한편으로는 안도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선대본 윤희석 상임공보특보 역시 이날 MBC라디오에서 "어떤 부분이 문제가 있어서 방송했는지 의문이 든다. 이걸 지켜보는 국민들 마음도 같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캠프 현안에 깊게 개입한 것을 암시한 듯한 김씨의 발언에도 "선거 때는 가족들이 이 정도는 다 한다"는 입장이다. 또 미투 운동을 폄훼하거나 피해자를 비난하는 듯한 내용의 발언에 대해서도 '사적인 대화'라고 선을 긋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이 부분에서 20대 남성들로부터 김씨의 발언이 호응을 얻었다는 점을 주의 깊게 보는 분위기다.
선대본 관계자는 "우리가 얼마나 긴장을 했겠나, 내용을 보고 안심을 했지만 혹시 반응은 어떨까 기사마다 댓글들을 열심히 들여다 봤는데 김씨의 반응이나 표현을 인간적으로 보고 계신 분들이 많더라"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쥴리 의혹 같은 걸 보면 굉장히 편한 분위기에서 해명을 한 거라, 오히려 설득력을 가지는 분위기"라고 평했다. 김근식 전 선대위 비전전략실장은 CBS라디오'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걸크러시"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오는 23일 MBC의 2차 보도에 대해서도 크게 긴장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관심을 끌어야 하는 첫 보도가 이 정도면 다음 보도도 별 게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치명적 발언이 없다는 데서 안도하고 여론의 반응에서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었다고 판단한 국민의힘은 법적대응을 포함한 반격에도 힘을 싣고 있다.
국민의힘은 서울의소리 측이 김씨의 사무실에서 다자 대화를 몰래 녹음, 유포했다며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최지현 선대본부 수석부대변인은 "어제 MBC 방송으로 '작년 8월 말 서울의소리 촬영 담당 이모씨(이명수 기자)가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여러 명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또 7시간 통화 녹취록' 보도에 대한 법원의 방송금지 가처분 판결로 방송이 금지된 부분을 MBC가 불특정 다수에게 배포했다며 제작진 등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판결 결과가 담긴 부분이 유포되면서 사실상 법원 판결의 효력을 무력화시켰다는 주장이다. 김은혜 공보단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뉴스쇼'에서 MBC를 겨냥해 "사적 통화내용을 공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무차별 공개하는 건 보도가 아니라 폭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