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37, 울산 현대)은 '축구 천재'라는 애칭과 함께 한 시대를 수놓은 공격수다. 특히 해외에서 뛴 시간을 제외하면 줄곧 FC서울에서만 활약했다. 서울에서만 279경기 76골 23도움을 기록한 서울의 심장이었다.
하지만 서울은 박주영에게 지도자 변신을 제안했고, 박주영은 현역 연장을 위해 새 둥지를 찾아 떠났다. 행선지는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합작한 홍명보 감독의 울산이었다. 지난 16일 박주영의 울산행 오피셜이 떴다.
강원FC 최용수 감독은 박주영을 영입한 홍명보 감독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최용수 감독은 박주영과 인연이 깊다. 2006년 플레잉 코치로 서울에 돌아와 2008년까지 박주영과 손발을 맞췄다. 이후 감독 시절이었던 2015년 박주영이 유럽 생활을 접고 컴백하면서 다시 사제의 연을 이어갔고, 2018년 10월 최용수 감독이 서울로 돌아온 뒤에도 함께했다.
최용수 감독은 "주영이와 상당히 좋은 시간을 보냈다"면서 "주영이가 전성기 10년 동안 국민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준 것은 인정해야 한다. 조금 더 리스펙트하고, 제2의 축구 인생에 대해 축구인들이 선뜻 용기 있게 나서지 못해 조금 안타깝다. 홍 감독님께 고맙게 생각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분명 박주영의 경기력은 예전에 비해 떨어진다. 최용수 감독도 서울 시절 겪었던 문제. 하지만 한국 축구를 빛낸 레전드에 대한 예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최용수 감독은 "당장 성적보다는 박주영 같은 친구들이 한국 축구 지도자로서 더 많은 후배를 양성하는 등 선순환이 돼야 한국 축구가 건강해진다"면서 "당장 보이는 경기력으로 주영이를 평가하고 싶지 않다. 그 친구가 걸어온 길을 존중해야 한다. 우리보다 축구를 더 잘했다.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서는 따뜻한 뭔가가 필요하다. 홍 감독님께서 용기있는 결단을 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