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특송' 감독이 원한 여성 원톱 액션의 모습

영화 '특송' 박대민 감독 <상> 여성 원톱 액션에 관하여

영화 '특송' 박대민 감독. NEW 제공
20대 후반, 반려묘 포동이와 함께 사는 은하(박소담)는 평범한 20대이자, 자기 일에 충실한 직업인이다. 은하의 직업은 '돈만 되면 물건도 사람도 가리지 않고 배송하는 특송'하는 성공률 100%의 '특송 전문 드라이버'다.
 
그런 은하가 배송사고로 반송 불가 수하물을 떠맡게 되면서 '특송 완료'를 위해 앞을 향해 질주한다. 배송사고가 난 수하물은 물건이 아닌 김서원(정현준)이라는 이름의 아이. 은하는 자신과 서원을 쫒는 추격자들을 따돌리기 위해 기상천외한 드라이빙 테크닉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 소지품과 지형지물을 이용한 액션으로 처리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 '특송'은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편견은 제거하고, 은하가 가진 능력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박소담은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그리고 고유의 아우라를 통해 은하를 멋진 특송 전문 드라이버로 그려냈다.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NEW 사옥에서 만난 박대민 감독은 여성 원톱 액션 '특송'의 시작점과 중심축 중 하나인 배우 박소담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영화 '특송' 스틸컷. NEW·엠픽처스 제공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강한 여성의 이야기에서 시작한 '특송'


▷ 오랜만에 만나는 여성 원톱 액션 영화다. 먼저 물건도 사람도 가리지 않고 배송한다는 소재로 영화를 만들게 된 시작점에 관해 듣고 싶다.
 
박대민 감독(이하 박대민) : 
작품을 준비하면서 속도감 있게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 속에서 강한 여성이 등장해 풀어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같이 기획했던 친구와 주인공이 운전대를 쥐고 있는 인물이면 속도감이 있겠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특별한 게 뭐가 있을까 하다가 일반적 배달이 아닌 특별한 배송을 하는 전문 배송 기사로 해보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 이러한 영화의 주인공을 여성을 설정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박대민 :
 '니키타' '글로리아' 그리고 최근에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등 너무 좋은 영화가 있었다. 이런 영화들이 등장할 때마다 관심이 갔고, 나도 한 번 그런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또 전작들에서 조연 캐릭터로 진취적인 여성을 그려봤는데, 역할의 비중 등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던지라 나름 갈증도 있었다. 그래서 전체적인 이야기를 끌어가는 중심에 여성을 놓고 해보고 싶었다.

영화 '특송' 스틸컷. NEW·엠픽처스 제공
▷ 흔히 여성 액션이라고 할 때 여성성을 부각하거나 혹은 남성성을 과도하게 부여하려는 시도가 생길 수 있는데, 은하를 그리는 데 있어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나?
 
박대민 :
 그런 선을 잘 타야 한다는 걸 고민을 많이 하긴 했다. 전형적인 느낌으로 표현하고 싶지 않았고, 평범한 20대 청춘 느낌으로 표현해야 거기에 매몰되지 않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액션도 마찬가지다. 여자가 보여주는 액션 하면 제일 많이 나오는 게 아크로바틱한 액션이다. 무술 감독님과 처음 액션을 디자인할 때도 말했던 게 은하가 고도로 훈련된 사람이 아니긴 했지만, 그런 아크로바틱한 액션은 하지 말자는 거였다. 그냥 은하가 살아왔을 환경 등에서 가능한 선이 무엇인지, 그리고 최대한 감정적으로 잘 어울리는 액션만 만들기로 했다.
 
▷ 은하와 한미영(염혜란), 김서원(정현준) 등 소위 우리 사회에서 약자라고 할 수 있는 여성과 아이와 주축이 되어 영화를 이끌고 또 주요한 역할로 등장한다. 이처럼 약자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또 나약하지만은 않게 그려내고자 했던 것도 의도한 부분인지 궁금하다.
 
박대민 :
 그렇게 보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실은 초고 시나리오는 좀 더 노골적인 부분도 있었다. 은하를 도와주거나 은하와 서원의 상황을 해결해주는 주변 조력자들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했는데, 너무 배치된 느낌이 들어서 정리한 후 현재 인물들과 상황으로 완성했다. 기본적으로 먼치킨이 나와서 모든 걸 해결하기보다, 약자들 혹은 핍박받는 사람들끼리 좀 더 힘을 합쳐서 한계를 극복하고 타개하는 이야기에 마음이 더 기우는 것 같다.
 
▷ 은하를 새터민 출신으로 설정한 것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나온 배경인 건가?
 
박대민 :
 백강산업에 모이는 인물들은 새터민, 이주노동자 등 일종의 '이방인'들이다. 소외된 인물들이 서로서로 돕고 연대한다. 그 안에서 소중한 사람을 잃고 혼자가 된 또 다른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것 역시 이야기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은하를 새터민으로 설정했다. 그렇다고 은하를 상처 입은 영혼처럼 표현하고 싶지는 않았다.

영화 '특송' 스틸컷. NEW·엠픽처스 제공
 

그 자체로 멋진 아우라를 발산하는 박소담이 완성한 드라이버 은하

 
▷ 배우 박소담이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연기로 은하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한 것 같다. 박소담 캐스팅 과정에 관해서도 이야기해 달라.
 
박대민 : 
박소담은 딱 은하였다. 은하는 쿨한 느낌에 현대 살아가는 청춘으로 그려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쿨한 느낌이 박소담에게 있었다. 무엇보다 연기를 잘한다는 것이 선택의 가장 첫 번째 이유였다. 그 나이 배우 중 소담씨는 거의 톱급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검은 사제들' '국가대표 2' 등에서 몸을 잘 쓰는 것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액션을 하면 그것도 새로운 느낌이면서도 잘 해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 감독의 말마따나 박소담의 연기력은 이미 입증됐다. 그렇다면 액션 배우로서 박소담은 어떤 배우였나?
 
박대민 : 
무술팀과 연습하는 걸 봤는데 센스가 있더라. 합을 정리하고 그걸 습득하는 시간도 굉장히 빨랐다. 그래서 합을 맞춘 뒤에 정말 진짜같이 보이도록 반복해서 연습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그리고 조금만 해도 뭔가 멋이 나는 느낌으로 표현되는 거 같다. 멋을 부리는 게 아니라 표정 연기나 몸을 표현하는 데에서 멋이 난다. 본능적으로 그런 걸 아는 느낌이랄까. 욕심을 많이 내면서 매일 무술팀과 연습하고, 정말 열심이었다.
 
▷ 영화의 톤이 마냥 어둡지도 않고, 또 경쾌한 리듬을 갖고 있다. 영화의 전반적인 톤앤매너를 어떻게 가져가고자 했나?
 
박대민 :
 주인공이 하는 일이 범죄와 연루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어두운 이야기이고, 또 악당에게 쫓기면서 아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처절하게 흘러갈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의 핵심은 주인공 은하(박소담)가 특송이란 일을 직업으로 가진 프로페셔널한 인물이고, 생동감 있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전반적인 톤도 그 기조에 맞췄다.
 
그래서 백강산업을 포함해 은하가 있는 곳은 생동감 있는 공간으로 만들려고 노력했고, 특히 카체이싱을 보여줄 때는 은하의 직업을 소개하는 동시에 아주 스피디하면서도 살아있는 느낌, 경쾌한 느낌을 주려고 했다. 서원(정현준)과 엮이면서 감정도 많이 들어가고, 절박한 느낌도 있지만 전반적인 기조나 템포는 생동감을 이어가려 했다.


영화 '특송' 스틸컷. NEW·엠픽처스 제공
 

또 다른 여성 원톱 액션을 준비하다

 
▷ 은하의 머리색부터 쨍한 컬러, 조명 활용, 심장을 울리는 음악이나 사운드 역시 '특송'의 속도감 있는 드라이빙과 맨몸 액션과 궤를 같이할 수 있도록 공을 들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대민 :
 영화의 톤앤매너 자체를 생동감 있게 가져가려고 고민하면서 그게 다 맞물려서 갔다. 음악이나 비트도 계속 끌어 올리는 느낌을 가져가려 했다. 의상이나 헤어도 거의 처음 시나리오 단계만 해도 훨씬 더 전사 같은 이미지가 있었다.
 
그런데 청춘의 느낌을 살려가기로 하면서 머리색도 그렇고, 의상도 무채색 블랙이 아닌 광택이 있는 소재로 바꿨다. 어떤 조명을 받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느낌이 있다. 우리가 밤 촬영 신이 많은데, 덕분에 그 안에서도 변화하는 느낌으로 생동감 있게 보일 수 있었다.
 
백강산업도 처음엔 헌팅을 통해 기존에 있는 곳에서 촬영하려다가 기존 폐차장이 가진 칙칙한 이미지가 은하나 백강산업에 어울리지 않겠다 싶어서 세트를 제작했다. 색감이 다양하게 살아있는 컨테이너를 활용하는 등 전체적으로 톤업하면서 현재의 모습이 나왔다.

 
▷ 근미래가 아니더라도 혹시 또 다른 여성 원톱 액션 혹은 여성이 주축이 되는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박대민 : 
근미래에 있다.(웃음) 지금 초고가 나온 시나리오가 있는데, 여성 원톱 액션 영화다. 지금 고민하는 건 중년 여성이 주인공이 어떤 사건을 겪게 되면서 액션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아마 '이런 이야기는 이만하면 됐다' 싶을 때까지는 파볼 거 같다.
 
▷ 관객분들께서 '특송'에서 이런 점만은 놓치지 않고 봐주셨으면 한다는 게 있나?
 
박대민 :
 만들면서 제일 잘하고 싶기도 했던 게 액션 장르 영화로서 만족도나 쾌감이었다. 여자 주인공이 보여주는 나름 색다른 매력의 액션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심플하지만, 그 안에서 과정을 풀어가는 액션이 시원시원한 영화니까 그런 부분을 관객분들이 즐겨주시면 좋겠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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