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으로서 공수처의 1년 성적은 낙제점에 가깝다. 공수처가 직접 수사한 것으로 알려진 13건 가운데 단 한 건도 기소를 하지 못했다. 공수처에 검찰 고위직을 포함한 고위공직자의 비리 의혹을 파헤쳐달라는 기대가 컸던 것은 검찰의 독점적 기소권을 깨뜨리며 탄생해서다. 그러나 지난 1년은 공수처에게 그리 호락호락하지 못했다. 4월 첫 번째 검사와 수사관 채용에서 정원의 절반밖에 채우지 못했고, 10월 두 번째 채용에선 겨우 정원을 맞췄다. 부족한 수사 인력을 메우기 위해 경찰로부터 가장 많은 파견(34명)을 받았다. 하지만 공수처 파견 경찰의 수사 투입 자체가 위법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이 됐다. 이같은 법적 쟁점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파견 왔던 경찰들은 전원 복귀했고 5명이 새로 투입된다.
지난해 가장 공들인 '고발 사주 의혹' 수사는 개시한 지 5개월이 되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공식적인 자리에 설 때마다 신속하게 수사를 마무리 해 대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수사는 한 없이 늘어지는 모양새다. 해당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손준성 검사는 공수처에 8주 이상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의료진 소견서를 제출했다. 이 시기는 선거일인 3월 둘째 주까지다. 고발 사주 의혹 수사에 번번이 막힌 공수처가 판사 사찰 의혹으로 돌파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지금 결론을 내면 무혐의가 나오니 일부 검찰이 하는 것처럼 사건을 들고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압수수색 절차 논란에 더해 통신 사찰 논란까지 불거진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 수사도 잠시 소강 상태다. 사건을 주도하던 파견 경찰이 복귀하면서 다른 검사로 사건이 재배당되면서다. 앞서 수사팀은 대검 감찰부에 3차례나 공문을 통해 "진상 조사 자료를 임의제출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이에 정식으로 법원 영장을 받아 압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한편, 일각에선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이 사건은 압수수색 대상자였던 현직 검사들에 의해 압수수색을 취소하라는 준항고 신청이 제기됐고, 영장청구 기록을 공개해야 한다는 행정소송도 진행되고 있다.
통신 사찰 논란도 현재 진행 중이다. 'TV조선의 이성윤 황제 조사 보도' 관련 내사와 '이성윤 공소장 유출 의혹', '고발 사주 의혹' 등과 관련 통신영장(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요청 허가서)을 통한 수사 과정에서 기자, 야당 의원, 교수 등 무더기로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으로 드러나며 반(反) 인권 수사를 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공수처는 현재 내부 점검을 통해 개선안을 내놓겠다며 일부 검사들이 통신자료 조회와 통신영장 통계를 취합하고 있다. 아직까지 취합본을 내놓지는 못했다. 사건을 관리하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이 아직 구축되지 않아 수기로 집계하고 있으나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하면서 빚어질 불필요한 오해를 우려해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공수처는 이날 오후 2시 출범 1주년 행사를 외부 인사 초청 없이 처·차장과 부서장, 검사 등만 참석한 채 비공개로 진행할 예정이다. 처장의 기념사만 배포하고 기자간담회는 열지 않는다. 지난해 1월 21일 당시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추미애 법무부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현판 제막식을 여는 등 성대하게 진행한 출범식과는 대조적이다. 고발 사주 의혹 등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관련된 사건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에 대한 내용을 일부라도 공개할 경우 피의사실 공표 논란으로 불거질 우려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신 사찰 논란도 통계조차 취합되지 않은 상황에서 답변하기 곤혹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 관계자는 "공소장 유출 의혹 수사가 중단됐다거나 하는 등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수사 중"이라면서 "다른 사건들의 처리 및 결과에 대해서는 지휘부가 여러 생각들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