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점화된 윤석열의 선제타격론…현실성 있나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2일 오전 세종 비오케이아트센터에서 열린 세종 선대위 필승결의대회에서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힘을 통한 평화를 구축해 나가겠습니다."

북한이 새해 들어 4차례 미사일 시험 발사를 강행한 데 이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유예조치(모라토리엄) 해제를 시사하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이같이 반발하며 '선제타격론' 논쟁을 재점화하고 나섰다.

이에 전문가들은 '현실성이 없고 오히려 남북관계를 악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석열 후보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주재로 열린 당 정치국 회의에서 나온 말을 언급하며 "(북한이) 2018년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 잠정 중단했던 핵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재개하겠다는 엄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에 대한 시위를 넘어 대한민국의 안보를 북한의 핵·미사일로 제압하겠다는 것"이라며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 한미연합훈련을 정상화하고 연합작전태세를 확고히 다지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윤 후보는 "(북한의 핵∙미사일을 발사하기 직전 우리 군이 선제적으로 타격하는 시스템인) 킬체인 선제타격밖에는 막을 방법이 없다", "주적은 북한" 등 연이어 대북 강경 메시지를 내놓았다.

지난 17일에는 '3축 체계 강화' 공약을 발표하며 △ 킬체인 확보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 강화 △북한의 선제공격이 가해질 경우 대량응징보복(KMPR) 역량 강화 등을 내걸기도 했다. 3축 체계는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대비해 구축한 한국군 대응 체계를 말한다.

북한이 17일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는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인 것으로 파악됐다. 연합뉴스
킬체인 구축은 이전 정부에서도 이어져오고 있는 사업이다.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 침몰 사건'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2015년 까지 구축하겠다고 발표했고, 박근혜 정부도 킬체인 구축을 위해 공을 들였다.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도 킬체인 조기 구축을 공약을 내세우기도 했다.

실제 국방부는 지난 2017년 4월 국방 중기계획을 통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238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3축체계를 조기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국방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뿐 아니라 주변국 등의 잠재적 위협에도 대비한다는 취지에서 지난 2019년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정립된 '한국형 3축 체계'라는 용어를 '핵·WMD 대응체계'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이후 킬 체인은 '전략표적 타격'으로,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는 '한국형미사일방어'로, 대량응징보복은 '압도적 대응'으로 바꿔서 부르고 있다.

이와 관련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 '통일의메아리'는 22일 "(남측) 언론들은 '윤석열의 선제타격 발언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에 역행하는 대단히 시대착오적이고 위험천만한 망언이다, 윤석열이야말로 스스로가 전쟁광임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하며 불쾌한 심정을 내비쳤다.


선제 타격론? "현실성 없다" vs "본질 호도"


북한이 2018년 이후 중단했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재개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20일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에서 북한군인들이 임진강변 초소에 모여 있다. 연합뉴스
윤 후보가 주장하는 킬 체인 능력의 핵심은 '북한의 미사일을 탐지'하고, '정확하게 위험성을 판단'해 '시간대별로 위치가 변화는 표적을 신속하게 공격하는 것'이지만, 전문가들은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과거처럼 대규모로 탱크를 동원한다고 하면, 병력의 이동이 사전에 파악되기 때문에 우리가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지만,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려고 할 때 (미사일이) 동해에 떨어질지 남쪽에 떨어질지 미리 알 수 없고, 핵무기가 탑재됐는지 일반 미사일인지도 구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북한의 군부를 자극해서 남북관계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남측이 선제타격을 준비한다고 하면 북한도 똑같이 선제타격을 준비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오해에 의해서 본의 아니게 확전이 일어날 수도 있고, 우발적으로 전쟁이 발발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달리 국민의힘 국방정책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은 "킬 체인을 통해서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과 북한이 도발하는 것은 별개"라며 "선제타격은 우리의 최후 방어 수단인데, 이것을 긴장 조성과 연계하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전 본부장은 이어 "북한이 우리 국민을 위협하는 '적'으로 나타날 때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하고 동시에 대화도 해나가야 한다"며 "그래서 적으로 나타날 때는 국방부가 대응하는 것이고, 대화가 필요할 때는 통일부가 대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선제 타격은 국제법적으로도 인정한다"며 "UN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 자위권 차원에서 합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UN(국제연합) 헌장 51조에는 "국제연합회원국에 대하여 무력공격이 발생한 경우"에만 개별적 또는 집단적 자위의 고유한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UN 헌장 캡처

UN헌장 제51조에 따르면 "국제연합회원국에 대하여 무력공격이 발생한 경우"에만 개별 국가의 자위권 행사를 인정하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평화협력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천해성 전 통일부 차관은 "자위권은 모든 주권 국가들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권리"라고 인정하면서도 "자위권을 확대 해석한다면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도 전작권 전환을 못 한 상황"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탐지 능력보다 미군에게 의존하는 부분이 많이 있는데 우리가 먼저 선제타격을 결단하는 게 (비현실적)"이라고 진단했다.

전시작전통제권이 주한미군사령관에게 있기 때문에, 군 통수권자가 독자적인 공격 명령을 내리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천 전 차관은 또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서 안보를 튼튼히 하고 대비 체제를 해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북한의 핵무기가 하나만 있다고 단정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 선제타격을 하면 북한에서 전면전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이러한 결정을 1분 2분 사이에 내린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통일연구원 이상신 통일정책연구실장은 "선제타격 능력은 보유하되, 우리가 가진 정보를 가지고 국제법에 위반되는지 정치적 윤리적 고려가 필요하다"며 "필요하다면 핵무기 보유를 검토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것을 선거에서 공약으로 내는 것을 위험하다. 외교 문제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발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 미사일 발사 목적? "美에 경고"



북한이 연이어 미사일 시험 발사를 강행한 것을 두고 '북한이 미국에 경고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상신 통일정책연구실장은 "미국이 북한 문제를 방치하면 북한이 이렇게 나올 수밖에 없다고 하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었다"며 "북한이 미국에 구두로 경고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이) 모라토리엄 철회를 언급한 시각도 미국에서 보도하기 딱 좋은 시각이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합참 본부장도 "미국을 대상으로 대결 구도로 끌고 가면서 체제 결속을 하려는 것"이라며 "올림픽을 앞둔 중국의 지원을 얻어내려는 목적도 있다. 대미 압박을 통해서 제재를 빠르게 풀어달라거나 제재에 대한 협상에 임해달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잇따른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한 것과 관련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히면서도 "무력 시위로는 북핵 문제를 풀 수 없다. 대화와 협상을 통해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대북 정책으로 '조건부 제재완화(스냅백)'와 '단계적 동시행동'을 내걸었다. 이는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시 즉각적인 제재 복원을 전제로, 대북제재 완화조치를 단계적으로 실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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