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택배업계 사회적 합의 대체로 이행돼"…쟁점은 쏙 빠졌다

국토교통부, 택배업계 사회적 합의 이행 여부 놓고 전국 25개 터미널 불시 현장점검 결과 공개
"분류작업, 대체인력 투입하거나 택배기사에 비용지급하고 있어"
"심야배송 제한, 사회보험 가입 등도 모두 이행 중"
파업 쟁점됐던 택배원가 사용분 사용처는 점검 대상에서 제외…파업 국면 계속될 듯

서울 송파구 서울복합물류센터에서 설 연휴를 앞두고 관계자들이 택배상자를 분주하게 옮기고 있다. 이한형 기자

택배노조 파업이 한 달 가까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 당국이 이번 파업의 최대 쟁점인 '사회적 합의 이행' 상황을 점검한 결과 대체로 이행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정작 택배노조가 지적했던 핵심 쟁점이 점검 대상에서 제외돼 이번 결과 발표에도 택배노조 파업이 계속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1월 1일부터 전면 시행된 택배기사 과로방지 사회적 합의의 이행 여부에 대해 지난 1일부터 21일까지 전국 25개 터미널을 불시 현장점검한 결과를 24일 공개했다.

황진환 기자

앞서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가 파업에 돌입하자 CJ대한통운은 지난 5일 국토교통부에 사회적 합의 이행과 관련해 택배업계 전반에 대한 현장 실사를 요청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국토부는 1월 첫째 주부터 점검을 시작했고, 둘째 주부터는 민·관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심층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앞서 택배업계에서 과도한 업무량을 부르는 주범으로 꼽혔던 분류 작업에 대해 전담인력을 투입하거나, 만약 택배기사가 분류작업을 직접 수행하면 별도의 대가를 지급하는지를 주로 점검하고, 고용·산재보험 가입, 심야배송 제한 준수 여부도 함께 살폈다.

점검 결과를 살펴보면 국토부는 현장점검을 수행한 터미널 모두 분류 전담인력을 투입하였거나, 분류 전담인력을 투입하지 못한 경우에는 분류작업에 참여하는 택배기사에게 비용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분류인력이 전부 투입돼 택배기사가 완전히 분류작업에서 배제된 곳은 7개소(28%)였다. 또 분류인력을 투입했지만 택배기사가 일부 분류작업에 참여하는 곳은 12개소(48%), 택배기사에게 별도 분류비용만 지급하는 곳은 6개소(24%)였다.

국토부 제공

국토부는 "현장인터뷰 결과 사회적 합의 시행 후 전반적으로 작업강도가 낮아진 것은 확인됐다"면서 "택배기사가 분류작업에서 완전 배제되어 작업시간을 실질적으로 줄이게 되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터미널 내 분류 전담인력이 충분히 투입된 경우에도 일이 서툴러 오전 9시 이전에 미리 출근하는 경우도 많았고, 분류 전담인력이 분류작업을 정상 수행한 경우라도 택배기사의 배송경로에 따라 물품을 재배치하는 등 추가적 작업시간이 소요되는 등 문제점도 지적됐다.


또 소규모 분류장 등 터미널 규모가 협소해 동시에 분류작업과 상차작업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택배기사가 일찍 출근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택배기사에게 별도 분류비용만 지급하는 곳은 대부분 지방 등 배송물량이 적은 택배 터미널로 분류작업 시간이 약 2시간 정도로 짧거나, 도심 외곽에 있어 분류 전담인력을 찾기 어려웠던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인력 인터뷰에서 분류인력 구인비용은 올해 최저임금(9160원)보다 높은 시급 9170 ~ 1만 6천원 수준으로 파악됐다. 또 분류비용을 별도로 지급받는 택배기사들은 월 평균 추가 수입이 약 50만원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심야배송 문제의 경우 현장점검 대상 터미널에서는 밤 10시 이후 심야배송이 없다고 확인됐다. 또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가입비용은 사회적 합의대로 전액 본사가 부담하고 있었다.

연합뉴스

앞서 4개 택배사는 국토부에 밤 9시 이후 시스템을 차단해 배송을 제한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만 한정적으로 허가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아울러 사측은 이번 달 기준 주요 택배 4사의 고용·산재보험 가입률도 90%를 넘었다고 밝혔다.

민·관 합동조사단은 분류인력의 숙련도와 택배기사의 작업시간이 연동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분류인력의 숙련도를 서둘러 제고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현실적으로 분류 전담인력 투입이 어려운 지역의 경우에는 휠소터 등 자동화 설비 지원을, 현장이 협소한 터미널의 경우에는 택배기사 시차 출퇴근제 도입 등을 지원하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택배노조가 파업 쟁점으로 "사회적 합의에서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를 위해 인상한 택배요금 원가 170원 중 60%를 CJ대한통운이 가져가고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6월 사회적 합의기구는 분류인력 투입 및 고용보험, 산재보험 가입을 위해 택배원가 170원을 올리기로 결정한 바 있는데, 사측이 합의의 취지와 달리 노동환경 개선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한형 기자

따라서 이에 따라 이번 국토부의 점검 결과에 관계없이 CJ대한통운의 파업 국면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국토부는 택배기사에게 별도 분류비용을 지급하기보다는 분류 전담인력 투입·자동화 설비를 통해 택배기사가 분류작업에서 완전히 배제될 수 있도록 노력하라고 택배사업자에게 권고하고, 택배사별로 월별, 현장별 개선대책을 마련토록하고 대책의 이행상황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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