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담합 둘러싼 해수부-공정위 갈등 점입가경…두 번째 공방 예고

연합뉴스
해양수산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해상운임 담합제재를 두고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에도 한동안 목소리를 내지 않던 해수부가 제재 발표 6일 만에 공정위를 강도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앞으로 추가적인 해상 운임 담합 제재 여부와 국회 해운법 개정 등을 둘러싸고 두 부처간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공방 2라운드가 예고되고 있는데도 부처 내 조정자는  두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공정위 담합제제 결정에 해수부 "비상식적" 이례적 비판

 
해양수산부는 24일 공정거래위원회의 한~동남아 해상 운임담합 사건 과징금 제재에 대해 이례적으로 설명자료까지 배포하면서 정면으로 비판했다. 962억원이라는 과징금을 부과한지 엿새 만이다.
 
해수부는 이날 설명자료를 통해 공정위의 제재 논리를 요목조목 비판했다.
 
우선 국내외 선사들의 운임 결정 행위에 대해 해수부에 제대로 신고하지 않아 법에 인정한 공동행위로 인정하지 않은 점에 대해 "불합리하고 비상식적"이라고 지적했다. 해수부는 "국내외에서 전혀 문제가 없었던 '공동행위'에 대해 정부나 화주 단체의 요청이 없음에도 자발적으로 신고했어야 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해운과징금 철회 시위. 연합뉴스
한마디로 45년간 해운사의 공동행위는 해운법에 따라 문제없이 운영됐으며 공정위 제재사례도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해수부는 "이번 사안은 해운법상 공동행위의 신고 범위 등에 대한 관계부처 간 입장 차이에서 기인한 문제"라고 규정했다.
 
따라서 "국가 기간산업에 회복이 불가능한 제재를 부과하기보다는 부처 간 협의를 통해 제도를 보완해 원만한 해결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공정위의 제재 결정에 거듭 아쉬움을 표했다.
 
해수부는 무엇보다 공정위의 결정으로 사실상 공동행위 폐지에 따른 화주 피해 증가, 해외 연쇄 제재와 외교 마찰, 아시아 역내 해운 네트워크 상실, 수출입 물류 경쟁력 약화, 국적선사 경영 악화 등을 우려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는 않았지만 내심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해수부가 제기한 논점은 이미 공정위 전체회의에서 모두 반박된 내용으로 새로울 것이 없다"며 평가절하 하면서도 대응방안을 고심하는 눈치이다.
 
특히 공정위의 판결에 다툼이 발생한다면 앞으로 법원에서 서로 다툴 기회가 있다며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한-중 항로 담합 조사·해운법 개정 등 민감한 쟁점 산적… 충돌 불가피 예고

 
부산항. 연합뉴스
문제는 앞으로 두 부처 간 마찰을 빚을 지점들이 산적해 있다는 점이다.
 
우선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한-동남아 항로의 운임담합에 국한된 것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현재 한-일 및 한-중 항로 운임 합의 건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공정위는 이들 사건에 대해서도 한-동남아 항로 운임 담합 제재처럼 엄격하게 조사해 엄정하게 제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번 한-동남아 해운 담합 조사 및 결정 전후로 두 부처 간 대립과 갈등이 빚어졌던 만큼 나머지 노선의 담합 사건 조사에서도 공정위와 해수부가 정면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한-일 노선이나 한-중 노선 모두 쟁점 사안이 이번에 과징금을 부과한 한-동남아 해상 노선 담합 사건과 사실상 같아 제제 수준도 비슷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두 부처 간 힘겨루기는 국회에 계류된 해운법 개정안을 두고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회에는 공정위의 제재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든 해운법 개정안이 계류 중인데, 국회는 두 부처의 협의결과를 지켜본 뒤 처리할 방침으로 일시 법 개정 추진을 보류 중이었다.
 
이에 따라 해수부와 공정위는 그동안 법적으로 애매했던 '공동행위' 적용 여부를 새롭게 마련하기 위해 실무협의를 거쳤다. 해운법을 개정해서 논란을 빚고 있는 '공동행위' 적용 범위를 명확히 한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와 관련해 두 부처 간 그간의 협의를 통해 법 적용을 엄격히 하는 방식으로 대안이 마련됐다고 밝히고 있다. 정상적으로 해수부에 신고 된 공동행위 등의 경우만 공정거래법 적용을 배제하고 나머지는 법 적용을 엄격히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수부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해수부의 한 관계자는 "협의 과정 중이다"고 말하고 있다. 한-일 노선, 한-중 노선 담합 제재 여부에 대한 소급 적용 여부 등이 아직도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한-일, 한-중 노선 등 추가 담합 사건에 대한 처리 방향에 따라 언제든지 해운법 개정안을 두고 두 부처간 마찰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두 부처는 '협의'를 통한 원만한 해결을 말하고 있지만 정부 내에 뚜렷한 중재자나 조정자는 아직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자칫 갈등이 장기화 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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