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5부(윤강열 박재영 김상철 부장판사)는 25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은순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최씨는 의료인이 아닌데도 2013년 2월 요양병원을 개설·운영하면서 2015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22억9천만원을 수급해 의료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최씨 측은 의료재단 설립에 필요한 자금 중 일부를 빌려줬다가 돌려받고 재단의 공동이사장에 취임했을 뿐 요양병원 개설이나 운영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실질적으로 요양병원 개설 과정에 공모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입증됐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따라서 건강보험공단을 기망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최씨가 동업자 주모씨를 비롯한 주모자 3명과 공모했는지에 대한 판단에서 1·2심의 유·무죄 판단이 갈린셈이다. 검찰이 최씨와 공모 관계로 지목한 이들은 모두 재판에 넘겨져 2017년 주범인 주씨가 징역 4년을, 나머지 2명은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각각 확정받았다. 1심 재판부는 최씨가 이들과 결탁해 병원 설립과 운영에 본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최씨가 주씨로부터 받은 책임면제각서에 대해서도 판단했다. 재판부는 "(최씨가) 법적 책임을 지게 될까 우려되어서 책임면제각서를 주씨로부터 징구(요구)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최씨)는 이런 징구만으로, 병원의 설립과 운영에 주도적으로 관여했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지난해 9월 보석으로 풀려난 최씨는 이날 선고가 나온 뒤 별다른 소감 없이 담담한 표정으로 법원을 빠져나갔다. 최씨의 변호인 손경식 변호사는 기자들에게 "검찰은 있는 기록을 합리적 해석 통해 판단 내리면 됐을 일을 특정 편향성을 갖고 많은 왜곡을 하고, 일부 증거를 기록에서 빼는 등 은폐했다는 점에서 크게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같은 비판에 대해 "항소심에 제출된 증거들은, 피고인의 가담행위에 앞서 피고인의 공범들과 사건관계인 사이의 분쟁과정에서 이루어진 민형사 사건의 판결문 등으로 객관적인 자료들"이라며 "이번 항소심 판결은 이미 의료재단의 형해화에 관한 기존의 대법원 판결과도 배치되고, 중요한 사실관계를 간과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는 판단이 내려질 수 있도록 검찰은 상고제기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