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돈 빼앗고 불법촬영까지…여전히 판치는 '스토킹·데이트폭행'

가상화폐 투자 명목으로 돈 빌린 뒤 폭행, 불법촬영까지
별거 기간 중 부인 찾아가 욕설과 고성, 협박
주거지 찾아가 스토킹 한 뒤 오토바이 타고 도주도
전문가 "처벌 강도 높이고, 가해자 위험도 평가도 해야"

"코인 투자할 거니까, 돈 좀 빌려줘"


지난해 11월 여성 A씨는 남자친구 원모(34)씨의 요구에 돈을 빌려줄 수밖에 없었다. 어느덧 금액은 3700만 원에 달하고, A씨는 원씨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돌아온 건 난데없는 폭행 뿐이었다.

A씨는 머리채를 잡힌 채 여러 차례 철문에 부딪히는 등 전치 2주에 달하는 부상을 입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했지만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조사 일정을 연기했고, 변호사와 상의해 지난해 12월 원씨를 고소하면서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수사가 시작된 점을 눈치챈 듯 원씨는 A씨에게 "나 고소했느냐"며 물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원씨가 A씨에게 보복을 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원씨를 체포했다.

경찰 조사 결과 원씨는 A씨에게 빼앗은 돈을 개인적으로 탕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뿐만 아니라 폭행 사건이 있기 이틀 전에는 A씨를 불법 촬영한 사진을 SNS상에 유포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연합뉴스
서울 서초경찰서는 상해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반포) 혐의로 원씨를 지난 24일 구속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불안해 해서 주거지와 직장까지 지역 경찰이 동행해 보호조치도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스토킹범죄와 데이트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더욱 높아지고, 경찰 수사도 강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범죄는 끊이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해 말에 발생한 서울 중구 신변보호 여성 살해 사건, 송파 신변보호 여성 가족 살해 사건 등과 같이 강력 사건이 또 다시 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가정폭력에 스토킹범죄가 잇따르는 경우도 있다. 지난 23일 오전 2시 40분쯤 윤모(47)씨는 부인 B씨의 주거지에 찾아와 문을 두드렸다. 가정폭력에 시달려 신변보호까지 받은 B씨는 윤씨와 별거 중인 상태였다.

신고를 받은 경기 분당경찰서는 윤씨를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했다. 경찰 조사 결과 윤씨는 한 달 간 B씨의 주거지에 찾아와 욕설과 고성을 질러댄 것으로 파악됐다. 또 휴대전화를 통해 B씨에게 욕설과 수위 높은 협박성 메시지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 부천에서는 피해 여성 C씨의 집에 지속적으로 찾아간 배모(27)씨가 스토킹 처벌법 위반, 음주운전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배씨는 신고를 받은 경찰을 피해 오토바이를 타고 200m가량 도주했다. 체포 당시 배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정치 수치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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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잇따르는 스토킹 및 데이트폭력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선 피의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함께 범죄 특성에 대한 이해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고 주문한다. 허민숙 입법조사관은 "가해자들은 유사 범죄를 저지른 다른 사람이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는 것을 간접적으로 경험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가해자들은 자신의 행동을 중단해야 할 이유를 찾기가 어렵고, 피해자는 더욱 움츠러 들 수밖에 없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대다수 가해자는 경찰과 재판장 앞에 서면 온순하고 반성하는 듯 행동한다. 경찰과 사법기관은 (선제적으로) 이 가해자가 얼마나 위험한지 위험도 평가를 할 수 있어야 한다"며 "미국이나 프랑스 같은 경우에는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가해자에게 GPS 장치를 부착해 피해자와 경찰이 가해자의 위치를 알 수 있는 시스템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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