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받으면 기분이 좋거든요…25만원도 아깝지 않은 '미코노미'

명절을 앞둔 금요일 오후, 밀린 업무를 처리하느라 정신없는 하루를 보낸 정모(32)씨는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집 앞에는 붉은 장미와 작약, 핑크색의 라넌큐러스로 제작된 플라워 박스가 도착해 있었다. '나에게 선물하기'로 정씨가 직접 구매한 호텔 플라워 제품이다.

25만원으로 적지 않는 가격이지만, 코로나에 지친 자신을 위한 선물인 만큼 아끼지 않았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카카오 선물하기 내 조선호텔 플라워를 런칭, 프리미엄 플라워&라이프 스타일샵 '격물공부'와 명품 플라워 브랜드 '제인패커' 두 브랜드의 시그니처 플라워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조선호텔앤리조트 제공
"꽃을 좋아하는데 요즘은 환기도 잘 안 되니까 계절감을 느끼고 싶어서 구매했어요. 호텔 웨딩을 책임지는 꽃이라 신뢰가 가는 게 가장 커요."

정씨는 "친구들도 호텔 플라워를 자주 구매한다"며 "명절 직후 엄마 생신에도 호텔 꽃 선물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가족과 모이는 대신 고가의 선물로 마음을 표현하는 이들이 늘어난 가운데 올해는 가족뿐 아니라 나에게도 과감히 지갑을 여는 이른바 '미코노미(Meconimy)'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31일 SSG닷컴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25일까지 명품 전체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과 교했을 때 30%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SSG닷컴 관계자는 "패션에서는 가방, 스니커즈, 지갑, 머플러 등이 인기가 있었으며, "뷰티에서는 파운데이션·쿠션류, 립스틱, 에센스 및 수분크림 등 기초 화장품이 매출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롯데온의 명품 매출 역시 전녀보다 11.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의류와 여성의류가 각각 20%씩 증가했고 신발도 10% 늘었다.

설 명절을 맞이해 미코노미족을 공략한 제품도 쏟아지고 있다.

미코노미족이 많은 MZ 세대를 겨냥해 편의점 GS25는 오디오 명가로 알려진 윌슨베네시사의 레졸루션 오디오세트를 내놨다. 가격은 1억3340만원이다. 또 7천370만원 상당의 캠핑카도 미코노미 상품으로 준비했다.
GS25가 판매하는 윌슨베네시사의 레졸루션 오디오 세트. GS25 제공
설 선물로 선보인 GS25의 590만원짜리 빈티지 와인 세트는 서울 금천구에서 판매됐다. 유명 와인평론가인 로버트 파커가 100점을 준 '샤또마고1996' 와인 등 6종으로 구성된 기획 세트 상품이다.

이 밖에도 '샤또 오브리옹 2002'(133만원)과 '샤또 라피트 로칠드 2002'(193만원), '샤또 라뚜르2002'(161만원) 선물 세트가 각각 1개씩 판매됐다.

CU도 영국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로 알려진 바워스앤월키스의 '하이파이 스피커 800 시리즈'를 선보였다. 가격은 1200만~5700만원까지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세븐일레븐은 MZ세대를 겨냥한 이색 선물세트로 구찌, 프라다, 페라가모 등 명품 브랜드의 지갑과 가방 20여종을 준비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1,2인 가구를 중심으로 편의점에서 명절 선물을 쉽게 구매하는 트렌드가 늘었고, 특히 미코노미 상품과 관련한 소형 가전, 홈 트레이닝 기구, 화장품, 명품 잡화 등의 매출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고향집 방문 대신 호캉스를 선택하는 '설캉스'족도 늘고 있다.

호텔신라에 따르면 연휴 기간 동안 제주 신라호텔의 객실 예약률은 90%까지 치솟았다. 서울 시내 특급 호텔도 80% 안팎의 예약률을 보이고 있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예약 취소는 극소수다.

설캉스를 보내려는 수요에 맞춰 조선호텔앤리조트의 부티크 호텔 레스케이프는 설 연휴를 겨냥한 패키지를 내놨다.

2022년 새해 첫 패키지로 선보이는 '루나 뉴 이어 에피소드(Lunar New Year Episode)'를 다음달 6일까지 진행한다.

해당 패키지는 오는 설 연휴, 멀리 떠나지 않지만 레스케이프의 감성을 담은 객실에서 맥주 한 잔의 여유와 함께 반신욕을 즐기며 편안한 휴식을 즐기고 싶은 고객들을 위한 혜택으로 구성했다.
 
레스케이프 설 패키지. 조선호텔앤리조트 제공
호텔업계 관계자는 "오미크론 확산으로 귀성을 포기하는 대신 호텔에서 명절을 보내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사람이 많이 몰리는 여행지 대신 호텔이 가족 단위 여행에 보다 안전하다는 인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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