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코로나 와중 세번째 설…무료 배식소, 평소처럼 붐벼

설 연휴, 노인·노숙인들 평소처럼 무료급식소 찾아
급식소 관계자들 "코로나19 영향으로 연휴에도 급식소를 찾는 사람들이 줄지 않아"

설 연휴 둘째 날인 30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무료급식소에서 시민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모두가 쉬는 연휴에도 무료 급식소는 필요합니다"

설 연휴 둘째 날인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 공원 앞 '원각사 노인 무료급식소'에는 평일과 다름없이 많은 사람들도 북적였다. 배식을 10분 앞둔 오전 10시 30분쯤엔 영하의 추위를 대비하기 위해 설치된 천막 안 350석의 의자가 가득 차기도 했다.
 
3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설 연휴에도 무료급식소는 평소처럼 붐빈 채 365일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다. 코로나19가 유행한 뒤로 벌써 세번째 맞이한 설임에도 오미크론의 확산에 따라 이동이 제한받고 있는 탓에 연휴 기간 한가한 무료 급식 상황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였다.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사회복지원각 고영배 사무국장은 "280명 정도의 노인들이 무료급식소를 찾았다"며 "평소에는 350명 정도 오시는데 그나마 조금 덜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고 사무국장은 "명절에 가족들을 만나거나 고향에 내려가는 분들이 있어 조금 덜 오는 경향이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숙인, 독거노인 등 365일 배고픈 사람이 있기 때문에 연휴에도 쉬지 않고 운영한다"고 덧붙였다.
 
30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무료급식소에서 시민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무료 급식소에서 취재진과 만난 독거 노인들은 "급식소 덕분에 설날 연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동대문구에서 왔다는 독거 노인 김모(86)씨는 "운동 겸 나와서 급식을 받아간 지 두 달 정도 됐다"며 "설날 연휴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이렇게 나와서 사람들 만나는게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혼자 살고 있고 복지관에서 주기적으로 집에 찾아와 이것저것 관리해 준다"며 "그렇다고 집에만 있으면 오히려 건강에 안 좋다. 이렇게 운동이라도 해야 늙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30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무료급식소에서 시민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매일 이곳을 찾는다는 한 노인 또한 "연휴를 같이 보낼 가족이 없어 명절이 명절 같지 않았는데 급식소에 와 친구들과 밥을 먹을 수 있어 행복하다"며 "연휴라고 쉬는 급식소도 있는데 이곳은 쉬지 않는다고 해 찾았다"고 말했다.
 
서울역 13번 출구 앞 무료급식소 '따스한 채움터'에도 무료 급식을 이용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탑골공원 앞 무료급식소처럼 긴 대기줄이 늘어서진 않았지만, 노숙인들은 점심 배급 시간인 오전 11시부터 2시간 동안 꾸준히 급식소를 찾았다.
 
급식소 관계자들은 노숙인들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나 PCR 검사 결과를 확인한 뒤 입장시켰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자주 오는 노숙인에겐 신상 정보 등이 담겨 있는 출입증을 발급하기도 했다.
 
따스한 채움터 관계자 A씨는 "이곳을 찾는 사람 대부분은 노숙인들이다"며 "연휴라고 운영하지 않으면 저 분들 밥을 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365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영향으로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연휴에도 급식소를 찾는 사람들이 줄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점심 식사를 마친 지진구(54)씨는 "설 연휴라 괜히 싱숭생숭 했는데 밥을 먹고 사람들 만나니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서울역 부근 한 공원에서 지내고 있다는 지씨는 "가족은 있지만 설 연휴 가족을 만나진 못할 것 같다"며 "매일 점심 급식소에서 밥을 제공해주시는 분들 그리고 적적할 때 다운받아 보는 히든싱어가 큰 힘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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