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노트]중국인들의 일상이 된 핵산검사…연휴 이른 시간부터 긴 줄

베이징 시내 한 병원에 핵산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 안성용 기자
춘제 연휴 사흘째이자 춘제 다음날인 2일 베이징의 아침. 평소 같았으면 출근길 시민들로 붐볐을 거리지만 연휴여서 오가는 차와 사람이 거의 없었다. 한국의 설 연휴 아침 풍경과 비슷했다.
 
기자는 한국인이 많이 사는 왕징 시내의 한 병원으로 향했다. 4일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게 됐는데 이를 위해서는 2일과 3일에 각 1회씩, 그리고 개막식이 끝나고 2회 등 모두 4차례의 핵산검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휴일이어서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아침 8시 조금 넘은 시간이었음에도 병원에는 핵산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간단한 등록 절차를 마치고 우리 돈으로 6500원 조금 넘을 35위안을 내니 병원 밖으로 나가 왼쪽으로 꺾어지면 검사 받는 곳이 있다고 그 곳으로 가라고 했다.
 
베이징 시내 한 병원에 핵산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로 만들어진 줄. 안성용 기자
병원 문을 나서 왼쪽으로 향하자 작은 컨테이너 박스로 꾸민 핵산 검사소가 있었고 그 앞에 20여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몇 번의 검사를 통해서 핵산검사가 별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긴장은 되지 않았다. 면봉을 목구멍 근처까지 집어넣고 휘휘 돌리기를 두 세 차례 하면 끝이다. 통증은 없고 오히려 제대로 하기나 하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검사 때마다 든다. 
 
핵산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은 다양해 보였다. 비교적 쌀쌀한 날씨에 두꺼운 외투를 걸치고 묵묵히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순서가 되면 검사원을 향해 4-5초 정도 입을 벌리면 끝이다. 
 
이렇게 검사를 받으면 공식적으로는 24시간 안에 결과가 나오지만 대개는 그날 안에 젠캉마라고 하는 핸드폰 앱에 결과가 표시된다.
 
코로나 시대 3년차에 접어들면서 중국에서 핵산검사는 이제 필수이자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도시를 떠날 때도 24시간 또는 48시간, 72시간 이내에 받은 핵산검사 음성 결과지를 요구하고 어느 도시에 도착했을 때도 출발지에서 받은 음성 검사서를 요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다가 어느 한 곳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해당 동네는 기본이고 심한 경우 도시 전체가 봉쇄된 채 확진가 0이 나올 때까지 2~3일 간격의 핵산검사를 무한반복 한다.
 
미디어센터에 들어가기 위해 핵산검사를 받으려고 길게 줄 선 모습. 안성용 기자
특별한 행사에 참가하거나 특정한 장소에 가기 위해서도 핵산검사가 필요하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미디어센터가 2일 문을 열었는데 여기에 들어가려면 48시간 이내에 받은 핵산검사 음성증명서가 있어야 한다.
 
핵산검사에 대한 중국인들의 태도는 당연 그 자체다. 왜 하냐, 왜 이렇게 줄이 기냐, 결과가 왜 빨리 안 나오나, 효과가 있느냐 등등…한국 같으면 다양한 반응이 있었겠지만 중국은 다르다.
 
하라는 대로 할 뿐 소란이나 반발은 일절 없다. 방역정책을 통해서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는 순종적인 중국인들을 목도하면서 행정 효율성은 끝내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또 한편에서는 적어도 방역정책에 적극 협조하는 게 긍정적임에도 불구하고 비판적 사고와 행동이 금지된 사회에 미래는 있을까, 이런 사회에서 민주주의란 무엇이고 어떤 의미가 있을까하는 데로 생각이 번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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