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색해진 백악관 "러 침공 '임박' 표현 안 쓸것"

우크라이나군 제92 기계화여단 소속 장갑차들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북동부 하르키우 지역의 기지에 주차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라고 러시아를 오히려 부추기고 있는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에 대해 미국이 공개적으로 기정사실화하면서부터 제기된 의문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중순부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초읽기에 들어간 듯한 분위기를 여러 차례 풍겼다.
 
일찌감치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과 가족들을 철수시킨데 이어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는 물론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나서 러시아 침공이 '임박했다'는 말을 반복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 27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에서도 러시아의 공격이 임박했다고 말했다.
 
작년 9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백악관서 회담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젤렌스키 대통령의 실제로 일어날지 확실하지 않다고 완곡히 반박하면서 정상 간 통화가 심각해지기도 했다.
 
급기야 침공 임박이라는 표현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러자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반성의 말을 했다.
 
그는 1일 NPR과 인터뷰에서 "우리가 러시아에 통행금지령을 내리기 위해 외교적 해결책을 계속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임박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고백했다.
 
문제 제기는 2일에도 계속됐다. 백악관의 대변인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이 나왔다.
 
젠 사키 대변인은 이 질문에 대해 "내가 (임박) 표현을 쓴 것은 한번"이라며 "다른 이들도 한 번 썼다"고 말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 연합뉴스
 
그 동안 누가 몇 차례 '침공 임박' 표현을 썼는지 미리 조사해 본 듯한 반응이었다.
 
백악관 내부적으로도 문제 제기를 사전에 인지했다는 증거다.
 
사키 대변인은 "(표현을) 한번 썼지만 더는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의도하지 않은 메시지를 보내지 않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 같은 문제 의식을 바이든 대통령도 공유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미국정부가 버릇처럼 입에 올려 온 '침공 임박' 표현을 주워담았지만 행동은 여전히 '침공 임박'에 가깝다.
 
이날도 바이든 대통령이 동유럽에 미군 병력 3천명 배치를 전격 승인했기 때문이다.
 
폴란드에서 나토 훈련에 참여하는 미군 포병부대.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아직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인접국인 폴란드와 루마니아에 병력을 투입하는 우회 개입을 선택했다.
 
이를 위해 미국 본토에 대기중인 병력을 조만간 출병시킬 계획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시에만 병력을 전개하겠다던 말을 바이든 대통령 스스로 뒤집었다는 비판에 대해 국방부는 해명했다.
 
존 커비 대변인은 이날(2일) "왜 지금이냐고? 미스터 푸틴이 병력과 무기를 배치하고 있다. 심지어 어제도 그랬다. 그는 긴장 완화에 의지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
 
하지만 러시아의 병력은 지난해부터 배치돼 왔던 것이라 왜 지금 대응 배치냐는 질문에 답이 되기는 어렵다.
 
오히려 1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발언에서 답을 찾는 것이 쉬워보인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NATO에 가입하게 되면 러시아와 NATO간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푸틴 대통령은 "그러나 여전히 대화는 열려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이 '대화'는 빼고 '전쟁' 언급만 받아들여 강대강으로 나선 셈이다.
 
영국 존슨 총리도 이날(1일) "러시아 발끝이 우크라이나를 넘어오는 순간 자동으로 강력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시작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존슨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의 공통점은 국내에서 하야 요구를 받고 있을 정도로 신뢰를 잃은 지도자들이라는 점이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