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의 기적·무너진 후지산…韓 축구 월드컵 본선 진출사

10회 연속 월드컵에 진출한 축구대표팀. 연합뉴스
한국 축구가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브라질(22회), 독일(18회), 이탈리아(14회), 아르헨티나(13회), 스페인(12회) 등 5개 국가만 이룬 기록이다. 축구 강국 잉글랜드, 프랑스도 해내지 못한 업적이다.

출발은 불안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은 가볍게 통과했지만, 최종예선 1차전에서 이라크와 0대0으로 비겼다. 레바논과 2차전도 1대0으로 힘겹게 이겼다. 3차전도 마찬가지. 시리아에 2대1 신승을 거뒀다.

하지만 4차전 이란 원정 1대1 무승부가 전환점이 됐다. 이후 4경기를 모두 이기면서 남은 2경기 결과와 상관 없이 일찌감치 카타르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6승2무 승점 20점 2위로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을 포함하면 11번째 월드컵 무대를 밟는다.

파란만장했던 한국 축구의 월드컵 진출사를 돌아봤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아시아에 주어진 티켓은 1장. 대부분 국가들은 월드컵 예선을 포기했고, 한국과 일본만 남아 월드컵 티켓을 놓고 다퉜다.

1, 2차전 모두 일본에서 치러졌다. 전쟁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이었지만, 한일전에서는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1차전을 5대1로 승리한 한국은 2차전에서도 2대2로 비기며 스위스로 향했다. 한국 축구의 역사적인 첫 월드컵 진출이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최종예선에서의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제공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월드컵 티켓은 2장으로 늘어났지만, 동아시아에 1장, 서아시아에 1장이 주어졌다. 1차 예선에서 말레이시아를 격파한 뒤 역시나 마지막에 만난 상대는 일본이었다.

원정에서 열린 1차전에서 정용환, 이태호의 연속 골로 2대1 승리를 거뒀다. 이어 홈(잠실)에서 열린 2차전도 허정무의 결승골에 힘입어 1대0으로 이겼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이후 32년을 기다렸던 월드컵 진출이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이탈리아 월드컵 최종예선은 순탄했다. 김주성과 최순호, 황선홍을 앞세운 공격력으로 월드컵 티켓을 거머쥐었다. 3승2무 1위. 한 차례도 패하지 않았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도하의 기적'이 월드컵 티켓을 선물했다.

2장의 티켓이 걸렸지만, 마지막 경기를 앞둔 상황에서 3위에 머물렀다. 북한과 최종전에서 이겨도, 일본과 이라크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했다. 일본이 이기면 탈락이었다.

일단 북한을 3대0으로 완파한 뒤 고개를 숙인 채 경기장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같은 시간 열린 일본-이라크전에서 일본이 2대1로 이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기 직전 이라크의 움란 자파르가 동점골을 터뜨렸다. 2승2무1패 승점 6점 동률인 상황. 골득실(한국 +5, 일본 +3)에서 앞서 순위가 바뀌었다. 소식을 들은 선수들은 환호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최종예선 일본 원정 승리 후 모습. 대한축구협회 제공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역시나 큰 위기는 없었다. 차범근 감독이 예선을 모두 책임진 대회이기도 하다. 이후 파울루 벤투 감독이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예선을 모두 책임질 때까지 월드컵 예선을 모두 지휘한 감독은 나오지 않았다.

"후지산이 무너지고 있습니다"라는 유행어가 나온 최종예선이었다. 일본 원정에서 야마구치 모토히로에게 선제골을 내준 뒤 후반 38분 서정원의 동점골이 나왔다. 이어 이민성의 중거리포가 터지면서 역전승을 거뒀다. 6승1무1패 승점 19점 1위로 프랑스행 티켓을 확보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 진출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어수선했던 월드컵 예선이었다.

출발은 움베르토 코엘류 감독이 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거스 히딩크 감독을 기대했지만, 코엘류 감독은 기대 이하였다. 월드컵 예선 전 아시안컵 예선에서 베트남(0대1), 오만(1대3)으로 패하더니 월드컵 2차예선에서는 몰디브와 0대0으로 비겼다. 결국 경질됐다.

이어 조 본프레레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본프레레 감독은 최종예선을 3승1무2패 승점 10점 2위로 통과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만 2패를 당했다. 하지만 월드컵으로 가지는 못했다. 정작 독일 월드컵은 또 다른 사령탑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지휘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남아공 월드컵 예선부터는 오세아니아 강호 호주가 아시아로 합류했다.

3차예선을 3승3무 무패로 통과했지만, 같은 조 북한 역시 3승3무를 기록했다. 특히 북한이 태극기 게양 및 애국가 연주에 난색을 표하면서 북한 원정이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기도 했다. 무패였지만, 위기가 언급됐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은 최종예선을 4승4무 승점 16점 1위로 마무리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 중동의 모래바람을 이겨내며 7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이끌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정신이 없었다. 조광래 감독이 3차예선에서 레바논에 패한 뒤 경질됐다. 문제는 다음 사령탑이 없었다는 점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최강희 감독을 선임해 급한 불을 껐다. 월드컵 예선만 지휘한 뒤 다시 전북 현대로 돌아가는 독특한 계약이었다.

경기력이 제대로 나오기 힘들었다. 다들 알고 있는 유럽파 사건도 나왔다. 4승2무2패 승점 14점 2위로 월드컵에 진출했다. 우즈베키스탄을 골득실 차에서 1골 차로 따돌린 힘겨운 여정이었다.

최강희 감독은 예정대로 전북으로 돌아갔고, 월드컵은 홍명보 감독이 이끌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8차전 카타르 원정에서 패배한 축구 국가대표팀 슈틸리케 감독이 14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2018년 러시아 월드컵

감독 교체의 악몽은 되풀이됐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과 차근차근 월드컵을 준비했다. 2차예선은 8전 전승으로 가볍게 통과했지만, 최종예선에서 문제가 생겼다. 슈틸리케 감독의 이름에 빗댄 '슈팅0개'라는 조롱이 따라다녔고,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에는 소리아(카타르) 같은 공격수가 없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결국 최종예선 마지막 2경기를 남기고 슈틸리케 감독은 짐을 쌌다.

신태용 감독이 소방수 역할을 맡았다. 마지막 2경기를 모두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4승3무3패 승점 15점 2위로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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