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구실로 '남방 만리장성' 쌓는 中 속셈은

WSJ 캡처

중국이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동남아 국가와 국경을 맞댄 서남쪽에 또 다른 장성을 쌓고 있다. 높은 철조망과 조명에 감시 카메라까지 등장하면서 접경 지역 주민들의 삶을 바꾸고 교역을 번거롭게 만들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는 2일(현지시간) 중국이 남부 국경을 따라 3천마일에 달하는 국경을 따라 광범위한 장벽을 건설중이라고 보도했다. WSJ에 실린 사진만 놓고 보면 남한과 북한을 갈라 놓고 있는 휴전선이나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 시절 불법 이민자들을 막기 위해 멕시코 접경 지역에 설치한 장벽과 흡사하다.
 
미얀마 옆 최남단 중국의 작은 도시 루이리시는 지난 2년 동안 국경에 울타리를 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철조망과 감시카메라, 센서가 설치됐다.
 
루이리보다 더 동쪽인 베트남과의 국경지역에도 12피트(약 3.6m) 높이의 울타리가 생기면서 베트남 현지인들이 옥수수를 수확하거나 약초를 팔기 위해 중국으로 가는 게 힘들어졌다. 한 현지인은 철조망 장벽이 마치 감옥처럼 보인다고 했다.
 
중국이 서남부 국경지역에 울타리 장벽을 설치하는 공식적인 이유는 밀입국을 제한해 코로나19가 중국에 수입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그래서 관영매체들은 면역 만리장성이라고 부르지만 현지인들과 소셜미디어에서는 북쪽의 만리장성에 빗대 남방 만리장성이라고 부른다.
 
핵산 검사하는 중국의 한 도시 모습. 연합뉴스

하지만 남부지역 장벽이 코로나19 방지만을 위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상품 이동과 사람들의 움직임, 특히 밀입국을 통제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중국은 코로나19 이전에 이미 두만강을 따라 북중 접경지역과 서부 국경지역인 신장에 장벽을 세웠다. 
 
미얀마 국경지대에 관한 책의 저자인 데이비드 브레너 석세스 대학 강사는 "중국은 밀수와 마약 밀매와 같은 활동을 억제하기 위해 수년 동안 미얀마와의 국경을 통제하려고 노력해 왔다"며 "팬데믹이 끝난 후에도 상황을 지배할 것이다"고 말했다.
 
결국 중국의 남방 만리장성은 성격상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 접경에 쌓던 반(反) 이민장벽과 같은 것이다. 베트남 등 중국과 국경을 맞댄 국가들로서는 기분 나쁜 일이 아닐 수 없겠지만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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