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방문 거절했다면?" 靑 김정숙 여사 피라미드 방문 해명 진땀

靑 "이집트 요청에 따른 공식 일정이었다" 해명하면서도 비공개 이유는 "양국 협의"
탁현민 비서관 "음해·곡해 있을지 뻔히 예상돼 文대통령 빼고 김 여사만"

김정숙 여사가 20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 한 호텔에서 열린 이집트 한국문화 홍보 전문가와의 간담회에서 자하드 딜라 알리 명예기자로부터 'K-문화, 나일강에 물들다'라는 문구를 한글과 아랍어 캘리그래피로 나란히 쓴 액자를 선물받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달 이집트 방문 당시에 피라미드를 비공개로 방문한 것이 뒤늦게 알려지자 청와대가 해명에 진땀을 빼고 있다. 청와대는 이집트 측의 요청에 의한 공식 일정이었다고 밝혔지만, 이를 '비공개'로 진행한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한 해명을 내지 못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여사의 피라미드 방문에 대해 "피라미드는 이집트의 상징이다. 자국의 가장 자랑스러운 세계적 문화유산을, 외국 정상에게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집트의 사전 요청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순방에서 이집트와 문화예술 교류협력 MOU(양해각서)를 맺었기 때문에 순방 목적과도 직결됐다"며 "피라미드 방문에 대한 이집트의 정중한 요청 거절했다면 그건 외교적 결례에 해당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국빈에게 경복궁 방문을 요청했는데 거절당하면 어떨까 역지사지 해야 한다"며 "영국 여왕이 안동을 다녀간 것을 기억했으면 한다"고 이해를 구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피라미드 방문은 이집트 문화부장관이 영접부터 가이드까지 한 공식 일정이었다"며 "다만 양국 협의에 따라 비공개 한 것"이라고 공식 일정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청와대 전경. 연합뉴스

하지만 질문은 이어졌다. '이집트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이라면 일정을 굳이 비공개할 이유가 있었냐'는 것이다. 이에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공개냐 비공개냐는 양국 협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고만 답해, 명확한 이유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다만, 탁현민 의전비서관은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당초에 이집트 정부가 문 대통령과 김 여사와 함께 피라미드를 방문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국내 비난 여론을 우려해 문 대통령은 방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탁 비서관은 "이집트는 애초부터 대통령과 여사님이 함께 피라미드를 방문해 주길 강력히 요청했고,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면 우리 역시 해외 정상이 방문 시에 우리의 문화유적지나 현장방문을 늘 요청해왔던 터라 수용하려 했지만, 결국 거절했다"면서 "대통령께서는 정상회담 및 K9자주포와 관련한 중요 일정들이 있기도 했지만, 이집트에서의 유적지 방문에 대해 어떤 '음해와 곡해'가 있을지 뻔히 예상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이집트가 거듭 요청해오자 "비공개를 전제로 여사님만 최소인원으로 다녀오는 것으로 합의했고, 이집트는 못내 아쉬워하며 문화부 장관이 직접 현장에 나와 안내를 해 주었다"며 "이집트는 대통령의 피라미드 방문이 성사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고 전했다.

탁 비서관은 "국빈 방문한 국가원수가 상대국의 문화유적지를 왜 방문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여사님만 가는 것도, 그것도 비공개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 무척 의아해했다"며 "나는 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할 수 없었다"고 밝혀 국내 비판 여론을 의식해 비공개 조치를 한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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