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관전기…기다림·추위에 반감된 재미와 감동

안성용 기자
얼마 전 중국 외교부에서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가고 싶은 기자들은 신청하라는 연락이 왔다. 개막식 앞뒤로 최소 며칠씩 격리를 해야만 개막식장에 들어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격리는 없다는 얘기를 듣고 신청했다.
 
개막일이 다가오면서 이런 저런 요구들이 붙었다. 14일 동안 베이징 밖을 벗어나지 않았어야 하고 4차례의 핵산검사를 받아야 했다. 취재가 아닌 단순 관람이며 1천암페어 이상인 핸드폰 보조 배터리도 안 된다고 했다.
 
드디어 개막식 당일. 행사시작 9시간 전인 오전 11시 베이징 미디어센터에 도착했다. 여기서 외국 매체 기자들에 대한 인원 점검을 거쳐 2차 목적지인 차오양구 차오양공원으로 향했다.

안성용 기자
40여분 달렸을까 곧 차오양공원에 도착했다. 그런데 차와 사람들이 장난이 아니었다. 베이징 시내 각 구와 국유기업, 공공기관 등에서 선발된 개막식 참가자들이 개막식장으로 가는 중간 기착지여서 생긴일이다. 여기서 태어나서 가장 긴 화장실 대기줄을 봤다.
 
개막식장으로 향하는 버스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공원을 나서면서 긴 장사진이 만들어졌다. 이어 개막식이 펼쳐지는 국가체육장이 있는 올림픽삼림공원에 도착해 한 켠에 버스를 세워놓고 개막식장까지 도보 이동을 시작했다. 
 
안성용 기자
곳곳에 대학생들로 추정되는 남녀 대학생들이 중국의 대표적 새해인사인 신니엔콰일러(新年快了)를 연발하며 입장객들을 맞았다. 예전에 몇 번 와봐서 익숙한 곳이지만 개막식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물결은 곧바로 흐르지 않고 이리 저리 굽이치듯 왔다갔다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개막식장 부근에 외국에서 온 매체들이 이용하는 메인 미디어센터가 있는데 폐쇄루프로 운용하면서 생긴일이었다. 
 
이 곳을 피하기 위해 디귿(ㄷ)자 형태로 돌아가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원래 길을 따라 일직선으로 가더라도 폐쇄루프 미디어센터는 일직선 길에서 50m도 더 떨어져 있어 설사 코로나19가 바이러스가 있다고 해도 서로에게 전이되는 것은 불가능했다.
 
개막식이 끝나고 귀가하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나와 이 곳에 이르러 좁은 길로 돌아가게 되면서 병목현상이 발생했고 아주 길지는 않은 시간이었지만 사람들이 영문도 모른 채 추위에 떨어야 했다.
 
안성용 기자
2차례 더 보안검사를 거쳐 개막식장에 도착했을 때 날은 이미 어둑어둑해 졌지만 2시간 이상을 추위에 떨며 더 기다려야 했다.

9만 1천명을 수용하는 일명 새둥지(냐오차오) 국가체육장 관중석은 서서히 채워졌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전후좌우로 자리를 비워놓았지만 무관중이었던 반년전 도쿄하계올림픽에 비해 꽉찬 느낌이었다.
 
이윽고 시작된 개막식.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날 개막식의 주인공이었다. 그가 모습을 보이자 관객들은 사전에 통지받은대로 기립해 박수를 보냈다. 선수단 입장식때는 대만과 홍콩, 파키스탄 선수들이 입장할 때 큰 박수를 받았다.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현장. 안성용 기자
개막식 각종 행사가 흥미진진했지만 한겨울에 지붕이 씌워지지 않은 사실상의 야외 공간에서 5시간 이상 있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주최측에서 털모자와 무릎담요, 핫팩 등을 미리 나눠줬지만 추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개막식이 끝나고 그 열기도 식어갔지만 상당수 관객들은 식장을 빠져나가지 못한 채 수십 분을 벌벌 떨다가 30분 가까이 밤길을 걸어 타고왔던 버스에 도착했다. 이미 이 때는 밤 12시가 넘은 상황. 하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타고 앞차가 가기를 한참 기다린 끝에 버스는 움직였고 수십분 뒤에 1차 집결지였던 차오양 공원에 도착했다.
 
여기서 다른 차를 타고 이동하거나 스스로 교통편을 찾아서 귀가해야 했다. 새벽시간에 난데 없는 교통체증이 벌어졌고 100미터 앞에 있는 택시가 목적지에 도착하는데 5분 이상 걸렸다. 우여곡절 끝에 집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2시. 전날 오전 10시에 집을 나선지 16시간 만의 귀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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