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은 버블에 갇혀 있는데 中 '자봉'은 어떨까요?[베이징 레터]

취재진에게 친절히 시설 이용방법을 알려주는 베이징 올림픽 자원봉사자. 노컷뉴스


[편집자주] 2022 베이징 올림픽 취재 뒤에 담긴 B급 에피소드, 노컷뉴스 '베이징 레터'로 확인하세요.  

'자봉'이라는 말 들어 보셨나요?
   
자원봉사자의 준말입니다. 특히 올림픽 대회에는 없어선 안 될 현지 도우미입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기억나시나요?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평창과 강릉 등 현장에서 대회를 도왔죠.
   
4일 개막한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원봉사자들은 경기장, 메인프레스센(MPC), 셔틀 버스 정류장, 기타 여러 시설을 돌며 대회의 원활한 운영을 돕습니다.
   
MPC와 경기장 주변에는 젊은 자원봉사자들이 많습니다. 고등학생에서 대학생 정도로 보입니다. 어디서든 취재진을 반갑게 맞아줍니다. 한국어로 인사를 해주기도 합니다.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이들은 어디서 지낼까요?
   
코로나19 여파로 중국은 방역과 안전을 위해 폐쇄 루프, 버블 방식으로 올림픽을 치르는 중입니다. 외부와 단절입니다. 취재진은 숙소와 경기장, MPC 등 버블 밖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이동도 대회 조직위원회에서 제공하는 셔틀과 게임 택시뿐입니다.
   
저희는 외국인이니까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베이징 등 중국 현지 출신 자원봉사자들은 어떨까요? 가까우면 집에 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전혀 힘들지 않다며 자부심을 갖고 일하는 베이징 올림픽 자원봉사자들. 노컷뉴스

5일 MPC에서 한 자원봉사자에게 올림픽 기간 어디서 지내는지 물었습니다. 저희처럼 버블에서 지내는지 말이죠.
   
"네. 저희도 버블로 지정된 호텔에서 단체로 지내고 있어요. 집엔 못 가요."
   
자원봉사자는 제가 알아들을 수 있게 영어로 천천히, 또박또박 대답해줍니다. 자원봉사자들도 셔틀 버스로 이동한다네요. 외부로는 나갈 수 없답니다.
   
언제 버블에 들어왔는지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1월 23일부터 있었어요"라고 합니다. 언제까지 있는지 다시 물으니 "베이징패럴림픽이 끝난 뒤에요"라고 말합니다.
   
참고로 패럴림픽은 3월 13일까지입니다. 한 달 하고도 보름 넘게 버블에 있는 겁니다. 후덜덜하네요. 또 다른 자원봉사자에 물어도 같은 대답이 돌아옵니다. 다만 패럴림픽까지 있는 자원봉사자와 아닌 자원봉사자가 있었습니다.
   
다들 표정은 밝습니다. 이곳에서 배지도 교환하고 재미를 찾고 있습니다. 5일 오후 쇼트트랙 경기장에서 만난 자원봉사자 무리는 모두 힘들지 않다고 합니다. 저는 너무 힘들다고 했거든요.
   
"이런 대회에서 자원봉사를 하게 된 게 영광이죠."
   
유창한 발음으로 영어를 구사하는 한 자원봉사자의 대답입니다. 역시, 젊음은 아름답습니다. 평창은 물론 베이징에서도 국적을 떠나 두 달 가까이 집에 가지 못하는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젊은이들의 자봉(자발적인 봉사) 정신이 있기에 올림픽이 돌아가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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