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보안요원, 생중계 카메라 앞 난입 기자 끌어내…방송 중단

생방송 중인 네덜란드 기자 끌어낸 뒤 "내 이마에 땀 봐라..잘 가세요"
네덜란드 공영 방송사 NOS, "중국에서는 일상적인 일..유감"
해당 영상 SNS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가
중국 매체 "기자가 통제구역 안으로 들어와..안보요원 존중 안했다"
IOC "일회적인 일..대회 취재 중인 해외 취재진에게 영향 없을 것"

연합뉴스
베이징올림픽을 취재하던 외신기자가 개막식 현장을 생중계하다 중국 '안보 요원'에게 끌려가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혀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 매체는 "기자가 신분을 밝히지 않고 통제구역으로 들어갔다"며 기자에게 책임을 돌렸다.
 
6일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네덜란드 공영 방송사 NOS의 중화권 특파원인 쇠르드 덴 다스 기자는 지난 4일 저녁 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베이징 국가체육장 밖에서 생중계를 시도했다.
 
기자가 마이크를 든 채 보도를 시작하자마자, 팔에 안보(安保·치안과 보위) 요원이라고 적힌 붉은 완장을 찬 남성이 카메라 앞으로 난입해 기자를 잡아 끌어냈다.
 
영상을 보면 기자는 "지금 방송 중이다"라고 밝혔지만 안보 요원은 자신의 이마를 만지며 "내 머리에 땀 좀 보라"면서 기자를 다시 카메라에서 밖으로 끌어냈다. 이후 안보 요원은 방송 제지에 대한 설명없이 "안녕히 가세요"라고 말한다.
 
기자는 끌려나가면서도 보도를 이어가려 했지만 안보 요원에게 떠밀려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네덜란드 현지 방송국 스튜디오에서 이를 지켜보던 앵커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며 중계를 중단했다.
 
네덜란드 방송국 NOS 트위터 캡처
이 화면은 SNS를 통해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생중계 당시 화려한 올림픽 경기장 대신 어두운 길거리가 배경으로 나온다는 이유로 보안 요원이 방송을 제지했다는 목격담도 나온다. 덴 다스 기자는 몇 분 뒤 다시 개막식 중계를 이어갔다.
 
덴 다스 기자는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오후 7시 직전에 국가체육장 주위를 찍고 있었는데 경찰이 해당 공간이 폐쇄되니 떠나달라고 했다"면서 "우리는 하라는 대로 했고, 생방송을 위해 준비하고 있었는데 경찰이 재차 폐쇄된 도로 끝으로 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직후 나는 '공공안전을 위한 자원봉사자'라는 붉은 배지를 단 사복을 입은 사람에게 사전경고 없이 강제로 화면에서 끌어내졌다"면서 "그는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았고, 매우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보였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사람은 우리 조명을 훔쳐갔다"면서 "그들은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정확히 말하지 못했다. 생방송은 이후 코너를 돌아 주차장에서 이어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NOS는 유감을 표명했다.
 
NOS는 트위터 계정에서 "우리 특파원이 카메라 앞에서 보안 요원에게 끌려나갔다"면서 유감스럽게도 이런 일이 중국에 있는 취재진에게는 점점 일상적인 일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하루 뒤 해명을 내놨다. IOC 대변인은 이튿날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누군가 지나치게 열성적이었던 것 같은데, 당시 기자는 곧 보도를 이어갈 수 있었다"라며 "이런 일은 일회적인 일이며, 베이징 대회를 보도하는 해외 취재진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중국 환구시보와 관찰자망 등 중국 매체는 네덜란드 기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 매체는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전 세계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동안 네덜란드 기자가 임시 통제구역 안으로 들어왔다"면서 (안보 요원은) 정중하게 설득했지만 기자는 신분을 증명하지 않았고 안보 요원을 존중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네덜란드 공영 방송사 NOS에 대해선 중국 안보 요원을 비방하는 글을 인터넷에 게시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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