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14억 안티 생겨도 할 말은 한다!' 곽윤기의 진심[베이징 현장]

   
곽윤기(오른쪽)와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들. 베이징(중국)=박종민 기자

곽윤기(34·고양시청)는 흥분하지 않았다.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봤다.
   
소신을 굽히지도 않았다. 할 말은 했다. 그렇다고 핑계로 상황을 돌리지도 않았다. 인정할 부분은 인정했고, 받아들일 부분은 받아들였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6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체육관에서 훈련을 소화한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을 지나쳤다. 거의 대부분 선수들이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전날 2000m 혼성 계주 첫 경기 예선 탈락의 여파가 있는 듯했다.

라이벌 중국이 금메달을 따낸 것도 한몫을 했다. 이날 중국은 편파 판정 논란 끝에 결승에 올랐고 결국 금메달을 획득했다. 여러모로 입을 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맏형이 나섰다. 예민한 상황에서 곽윤기는 취재진의 요청에 믹스트존 마이크 앞에 섰다. 대표팀이 아쉬운 경기를 했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다만 중국의 금메달에 대해서는 소신 발언을 했다. 그날 벌어졌던 중국팀 경기에 대해 진짜 이야기를 들려줬다.
   
쇼트트랙 대표팀의 맏형으로 후배들을 이끌고 있는 곽윤기. 연합뉴스

곽윤기는 "중국팀 우승까지의 그 과정이, 어떻게 보면 심판의 판정이라 받아들이는 것도 선수의 몫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선수이기 전에 사람"이라면서 말문을 열었다. 이어 "사실 어떤 마음인지 좀 설명이 잘 안 된다. 왜냐하면 '내가 꿈꿔왔던 금메달이라는 자리가 그런 곳인가?'라는 생각 때문에 한편으로는 '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을 이어갔다.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 선수의 상황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대표팀에도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만약에 편파 판정의 피해 당사자가 우리가 된다면 너무나도 억울할 것 같다"는 것이 곽윤기의 평가다.
   
그는 "실격이 세 팀이 나왔다. 이미 관중석에서도 다 그렇게 얘기를 했다. 그러면 '결승이 세 팀인가?'라고 네덜란드 선수들도 그런 식으로 이야기했다"면서 당시 주변 상황을 언급했다. 당시 준결승에서 중국은 선수 교대 때 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중국의 터치를 방해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와 교체 선수가 미리 라인에 들어와 있다던 미국이 실격을 당했다.

곽윤기는 "(오랫동안 비디오 판독을) 계속 봐서 설마설마했는데 진짜 그 설마가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개최국 중국만 결승에 올라간 상황을 꼬집었다. 
   
6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쇼트트랙 대표팀이 훈련하고 있다. 베이징(중국)=박종민 기자

말이 안 되는 상황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곽윤기는 선수였다.
   
"어쩌겠어요. 진짜 너무 좀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지만 지나간 건 지나간 거고 받아들이고 다음을 준비해야 하는 게 저희의 몫인 것 같아요."
   
곽윤기는 이번 대회 직전 훈련 과정에서 중국의 편파 판정을 조심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인터뷰가 나가자 중국 팬들은 곽윤기의 인스타그램에 몰려와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나 곽윤기는 그 상황에서 오히려 "중국 응원 받는 중 ^.^v"이라며 의연하게 대처했다. 대표팀의 맏형다운 면모였다.
   
곽윤기 인스타그램 캡처

이에 대해 곽윤기는 "그런 비난에는 사실 좀 무딘 편이지만 혹시라도 저 말고 다른 선수들이 그 상황을 겪을까 봐 공개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우리를 많이 응원을 해 주는 메시지를 보내달라'는 메시지였다"고 덧붙였다.
   
"저보다 후배들이 좀 더 상처받고 좀 기가 죽을까 봐, (한국 팬들에게) 우리 같이 좀 응원을 해주세요라는 메시지였어요."
   
곽윤기는 10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취재진의 질문에 모두 대답을 해줬다. 그의 진심은 모두 대표팀과 후배들에게 향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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