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중국이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없는 이유

4일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중국 국기 게양식이 진행되고 있다. 베이징(중국)=박종민 기자

중국은 외형적으로만 볼 때 분명 큰 나라로 이른바 '대국(大國)'이다.
 
인구는 2021년 기준으로 14억4800만 명으로 여전히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땅도 넓어 2019년 기준 총면적이 9억6천만 헥타르(ha)로 러시아, 캐나다, 미국에 이어 세계 4위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1인당 GDP가 1천달러 미만 수준이었으나 싼 인건비 등을 무기로 세계 해외기업의 공장이 되면서 지금은 미국과 사사건건 대립할 정도로 경제대국이 됐다.
 
팬데믹 초기 세계 각국의 유명 연구기관들은 오는 2028년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의 놀라운 외형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글로벌 리더 국가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높은 게 사실이다.
 
'왜 일까?' 질문에 답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의외로 쉽다.
 
바로 맹목적 민족주의인 이른바 '중화사상(中華思想)'이 중국인들 전반에 뿌리 깊게 박혀있기 때문이다.
 
'중화사상'은 한마디로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며 최고의 문명국이라고 믿는 것이다.
 
시진핑. 연합뉴스

일당 독재 체제인 중국 정부가 조장하는 측면이 크지만 인민들 스스로 맹목적인 민족주의에 빠져 외부의 객관적인 충고나 분석조차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중국인들에게 '중화사상'은 정치와 관련된 분야뿐 아니라 스포츠 · 예술은 물론 심지어 연예계나 예능 프로그램 까지 지배한다.
 
사드 배치 이후 내려진 한한령(限韓令)은 그렇다 치더라도 UN연설에서 방탄소년단(BTS)의 원론적인 6·25전쟁 관련 언급에 중국 누리꾼들이 보였던 행태는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됐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중국은 모든 것을 자기중심적으로 파악하려는 경향이 커 아직도 주변국들은 모두 '소국(小國)'이고 이른바 '오랑캐'라는 오래된 편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주변국들의 민족적인 특성이나 독자성을 인정하지 못하고 좋아 보이는 것은 모조리 중국으로부터 유래됐다는 그야말로 막무가내 심보가 강하다.
 
김치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몰이를 하자 김치의 기원이 중국이라고 우기더니 요즘은 한복의 아름다움이 세계의 관심을 끌자 한복은 '한푸'의 일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야말로 세계 최초 가운데 자국 후베이성에서 최초로 발견된 '코로나19'를 제외하고는 다 중국이 원조라고 우기는 모양새다.
 
중국의 이런 태도는 고구려 역사를 자기네 역사로 편입하려는 '동북공정'의 일부분으로 여길 수밖에 없어 우리가 민감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중국에 대한 비호감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의 반 중국 정서도 급증하는 분위기다.
 
한 여론조사 결과 2015년까지만 해도 30~50% 수준이던 반 중국 정서는 한한령 조치와 황사·미세먼지 파동 등을 겪으면서 급증해 지난해에는 국민 10명 중 8~9명으로까지 늘어났다.
 
서울대 아시아연구소가 발표한 '2021 한국인의 아시아 인식 설문조사 결과 분석 보고서'. 20개 주요국에 대한 호감도를 보여주는 '감정 온도'를 0~100도 사이에서 고르도록 했는데, 중국(35.8도)로 18위를 차지했다. 김성기 기자

특히, 젊은 층의 경우 일본보다 중국을 더 비 호감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력이 커지면 거기에 걸맞게 '국격(國格)'도 성숙해야하는데 중국이 보여주는 모습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중국은 경제 대국이 되자 아프리카를 비롯한 약소국에 엄청난 지원을 퍼부으면서 영향력을 전 세계로 확대하고 있다.
 
미국을 넘어 글로벌 1위 즉 'G1' 국가가 되는 게 최종 목표인 듯하다.
 
하지만 중국이 진정한 글로벌 리더가 되고자 한다면 외형적인 성장 뿐 아니라 '중화사상'이라는 맹목적 민족주의를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최근 베이징 올림픽에서 경기 중 실수로 넘어진 자국대표 피겨스케이팅 선수를 대하는 중국인들의 모습을 보면 글로벌 리더가 되기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미국에서 태어나 중국대표로 출전한 혼혈 선수가 엉덩방아를 찧자 '나라 망신'이라며 수억 명이 달라붙어 무차별 공격한 중국 네티즌들은 민도의 현 수준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1984> <동물농장> 등의 작가이자 스페인 내전에 뛰어들어 공화국 정부를 지키기 위해 싸웠던 영국인 '조지 오웰'은 맹목적 민족주의의 위험성을 꿰뚫어 보았다.
 
그는 '민족주의는 타민족에 대한 우월성과 배타성을 담고 있어 공격적이고 쉽게 이데올로기로 흐를 수 있다'며 국기 등 상징물을 내세워 무조건적인 충성을 요구하는 것을 경계했다.
 
오웰은 그러면서 자신의 애국주의는 '태어난 땅에 대한 사랑'이라며 '영국의 문학이나 관습, 산하 등에 대한 사랑 거기서 멈추는 방어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진정한 '大國'이 되고자 한다면 오웰의 충고를 곱씹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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