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표 근로감독, 작은 사업장·노동자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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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발맞춰 본사·원청으로 감독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기업 스스로 예방 중심 감독 체계를 구축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산업안전보건감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다만 중대재해법이 초래할 변화에 대응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엿보여 추가 대책이 절실해 보인다.


사업장 하나만 점검해도…본사·원청 통해 안전관리체계 구축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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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가 지난 7일 발표했던 '2022년 산업안전보건감독종합계획'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지점은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본사·원청 및 이들이 관리하는 모든 사업장을 일제 감독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산업재해 직후 노동부가 감독에 나서도 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이나 피해 노동자를 고용한 하청업체에 처벌이 집중될 뿐, 본사나 원청 업체에는 사실상 별다른 반향을 부르지 못했다. 개별 사업장들을 일일이 감독하는 소모적인 장기전이 될 수밖에 없어 감독의 효과도 떨어졌고, 이마저도 재해가 발생한 후 책임자를 찾아 처벌하는 데 머물렀다.

반면 새로운 감독 계획에 대해 노동부 김규석 산재예방감독정책관은 "사업장들을 모두 살피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업장을 감독하더라도 꼼꼼하게 살피고, 본사에 개선 사항을 전달해 기업이 직접 안전체계를 갖추도록 하겠다"고 소개했다.

노동부가 이런 목표를 세울 수 있게 된 일등공신은 물론 중대재해처벌법이다. 이제는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경영책임자에게 처벌이 내려지기 때문에 개별 사업장의 안전 문제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부가 감독한 사업장을 예시로 활용해 개선할 지점을 짚어주기만 해도, 본사·원청업체가 능동적으로 자신들이 관리하는 모든 사업장의 안전보건체계를 개선할 것이라는 기대가 담긴 감독계획이라고 볼 수 있다.


중대재해법 '사각지대'인데도…감독 대상에서 '조연'에 그친 50인 미만 사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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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러한 감독체계의 변화에 장밋빛 미래만 기대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2024년 1월 26일까지 중대재해법 시행이 유예된 5~49인 사업장과, 아예 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된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별도의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특히 노동부는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에 오른 50인 이상 사업장 중에서도 비교적 산업안전보건 준비가 부족할 50~99인 사업장을 주요 감독 대상으로 주목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감독이 느슨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예를 들어 격주로 전국의 소규모 사업장을 점검하는 '현장점검의 날'의 경우, 기존의 50인 미만 사업장 중심으로 이뤄졌던 것을 10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다만 이는 감독 요건을 확대했다는 것 뿐, 인력 여건 등을 고려하면 실제 시행되는 감독 규모는 종전과 같은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뒤집어 말하면 그만큼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감시의 눈길이 느슨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또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본사 및 해당 업체가 관리하는 다른 현장까지 감독하기로 했지만,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등은 감독시점을 단축하는 등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단서를 달기도 했다. 이 역시 감독 업무가 늘어나고 감독의 무게 중심이 옮겨지기 때문에 내린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문제는 소규모 사업장들이야말로 중대재해 취약지대라는 점이다.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자 가운데 5인~49인 사업장의 사망자는 42.4%,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례는 38.3%에 달해 둘을 합치면 80.7%나 된다.

그동안 노동부도 이를 감안해 그동안 소형 사업장을 중심으로 감독을 펼쳐왔다. 이번 계획에서도 노동부가 소형 사업장을 배제했다기보다는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산업 현장의 수요가 바뀐 점을 고려해 감독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의도로 파악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하지만 애초 소형사업장에 대한 기존의 정부 감독체계가 충분한 수준이었는지에는 물음표가 남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전국 5인 미만 사업체는 332만 3천여개, 5~49인 사업체는 80만 2천여개에 달하는데 지난해 정부가 점검한 곳을 모두 합쳐도 약 2만 6천곳에 불과한 수준이다.

게다가 중대재해법으로 산업안전 문제가 발등의 불이 된 50인 이상 사업장들과 달리, 이들 사업장들은 법망을 피한 사각지대로 남게 돼 정부의 감독과 지원이 더 절실한 상황인 만큼 추가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중대재해법에는 노동자 참여 강조하는데…감독 과정, 이대로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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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현장의 안전을 지킬 또 하나의 주체인 노동자에 대한 언급이 빠진 점도 아쉬운 점으로 꼽을 수 있다.

물론 현재 산업안전보건감독에는 노동자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감독을 시행할 때부터 해당 사업장의 노동자대표나 명예산업안전감독관에게 감독의 목적과 취지를 설명해야 한다. 또 감독을 마치면 감독 결과와 조치계획, 개선대책을 설명하고, 감독에 참여한 노동자대표의 서명까지 받아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노동부의 감독 과정에 노동자들이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하루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예를 들어 명예산업안전감독관에게 유급시간을 우선 보장하지 않다 보니 노사 양측의 무관심에 밀려 평소 사업장의 위험요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가 하면, 사외에서 추천된 명예감독관의 경우 실질적인 권한이 너무 약해 사업주를 견제하기 어려웠다.

또 여러 하청업체 노동자가 섞여있는 사업장이나, 소수노조들은 감독 과정에 참여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쉽지 않다.

노조가 있는 사업장의 처지가 이러한데, 노조 없는 사업장에서 근로자대표가 제 역할을 하기는 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국내 노조조직률은 2020년 기준 14.2%, 특히 사업장 규모로 나눠 보면 30~99명 사업장은 2.9%, 30인 미만 사업장은 0.2%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더욱 심각한 문제다.

중대재해법 시행령에서 노동자의 의견 수렴을 회사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 변화를 고려하면 정부 역시 감독 과정에서 현장 노동자들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좀 더 궁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노총 최명선 노동안전보건실장은 "현장의 노동자들이 어떻게 참여하느냐에 따라서 제대로 된 감독이 될 수 있느냐가 갈리는데, 이번 계획에서 강조되지 않은 것은 아쉽다"며 "새롭게 감독 강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노동자 참여를 강조하고, 이에 대한 더 강화된 안을 내놓아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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