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노인 줄?' 박장혁, 통렬한 일침 "中 런쯔웨이? 네가 한 짓을 봐라"[베이징올림픽]

'이것도 반칙이냐?' 박장혁이 9일 중국 캐피털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준결승 경기에서 중국 런쯔웨이를 추월하고 있다. 베이징(중국)=박종민 기자

중국에 유리한 편파 판정의 희생양이 된 아픔을 보기 좋게 날렸다. 특히 개최국 이점을 업고 금메달을 따낸 중국 에이스를 상대로 설욕의 레이스를 펼쳤다. 비록 메달을 따내진 못했지만 고국 팬들에게 그 이상의 통쾌함을 안겼다.

박장혁(스포츠토토)은 9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2분10초176을 기록했다. 10명의 결승 출전 선수 중 7위에 올라 메달은 무산됐다.

하지만 박장혁은 메달 못지 않은 값진 투혼의 레이스를 펼쳤다. 왼손을 11바늘이나 꿰매한 중상에도 결승까지 오르는 성과를 냈다.

박장혁은 지난 7일 1000m 준준결승에서 2위를 달리다 인코스를 무리하게 파고든 피에트로 시겔(이탈리아)과 충돌해 넘어졌다. 뒤이어 우다징(중국)과 다시 부딪혔는데 이 과정에서 스케이트에 왼손이 찢기는 부상을 당했다. 박장혁은 레이스를 이어가려 했으나 흐르는 피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고, 어드밴스를 얻어 준결승에 진출했지만 기권해야 했다.

당초 박장혁은 남은 경기 출전이 불투명했지만 의지를 불태웠다. 1500m에 출전해 황대헌(강원도청), 이준서(한체대) 등 동료들과 함께 결승까지 올랐다.

특히 준결승이 압권이었다. 박장혁은 준결승 3조에서 2분12초751로 2위에 올라 결승에 진출했다. 후위에 처졌던 박장혁은 결승선을 5바퀴 남기고 4위, 4바퀴 전 3위로 올라선 뒤 2바퀴를 남기고 과감하게 인코스를 파고들어 2위로 올라섰다.

무엇보다 1000m에서 편파 판정의 수혜를 입었던 중국 런쯔웨이를 제쳤다. 런쯔웨이는 박장혁이 2위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두 손을 들며 반칙을 어필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2002 솔트레이크시티올림픽 당시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가 김동성에 역전을 허용할 때 취한 '헐리우드 액션'과 흡사했다.

당시 개최국의 이점을 입은 오노의 액션으로 김동성은 실격됐다. 오노가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인들의 공적이 됐다. 그 경기 역시 1500m였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대한체육회의 1000m 판정 관련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제소 등 강경 대응이 통했는지 박장혁은 페널티를 받지 않았다. 런쯔웨이는 다른 선수를 밀어 실격을 당했다. 런쯔웨이는 1000m 결승에서 앞서 가던 샤올린 산도르 리우(헝가리)를 붙잡는 반칙을 범했지만 아무런 페널티를 받지 않고 금메달을 따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결승 뒤 인터뷰에서 박장혁은 부상에 대해 "불편하고 통증이 있던 건 사실"이라면서도 "예선에서 조심히 탔지만 준결승과 결승은 정신 없이 부상 걱정 없이 탔다"고 말했다. 이어 "10명이 1500m 경기를 한 것은 처음이라 대처하지 못해 끝나고 힘이 별로 안 들었을 정도로 준비한 것을 못 보여줬다"면서 "걱정해주고 응원해준 국민 분들이 많은데 보답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준결승에서 통쾌한 질주를 펼쳤다. 박장혁은 "이번에도 나한테 페널티가 주어지면 장비를 집어던지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였다"며 취재진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개인적 생각이지만 전문가들이나 다른 선수들이 페널티를 주지 않을까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부딪침 없이 깔끔하게 들어왔다고 생각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역전하는 자신을 보고 런쯔웨이가 두 손을 든 제스처는 어땠을까. 박장혁은 "런쯔웨이가 그렇게 했나요?"라고 취재진에게 되물으면서 "직접 못 봐서 조심스럽지만 그냥 본인 경기를 많이 되돌려 봤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고 일침을 날렸다. 황대헌이 금메달을 따낸 가운데 박장혁도 국민들의 답답한 마음을 풀어줄 귀중한 레이스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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