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공약 꺼낸 대선 후보들…"환영" vs "신중해야"

그래픽=안나경 기자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선 후보들이 가산자산 공약을 잇따라 내놓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모두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들었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는 시장투명성과 투자자 보호장치부터 마련한 후 추가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반면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는 "가상자산은 변동성이 극심한 위험자산"이라며 규제하는 내용의 공약을 발표하며 맞섰다.

당선가능성이 높은 유력 후보들이 가상자산 규제 완화 공약을 암시하자, 업계는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李·尹 가상자산 완화, 安 투자자 보호부터, 沈 규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업비트라운지에서 열린 가상자산 거래소 현장 간담회를 마친 뒤 가상자산 관련 정책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이 후보의 '가상자산 과세 합리화' 공약은 첫 번째 소확행 공약이었던 '가상자산 1년 유예'에 이은 약속이다. 이 후보는 당시 "준비 없이 급하게 추진된 과세는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고 밝히며 가상자산 소득 과세 시점을 2023년 1월로 유예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소득세법 개정을 이끌어낸 바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먼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같은날인 지난달 19일 가상자산 공약을 앞다퉈 발표했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강남구 업비트라운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상자산 법제화를 서두르겠다"며 가상자산 투자자와 사업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제도 정비를 신속히 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국내 암호화폐공개(ICO) 및 증권형토큰발행(STO) 검토를 약속한 데 이어 이틀뒤인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 51번째 순서에서 △투자수익 5천만원까지 비과세 △가상자산 손실 5년간 이월공제 등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중 투자수익 비과세는 윤 후보의 공약을 수용한 것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가상자산 개미투자자 안심투자 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윤 후보는 여의도 당사에서 '선(先) 정비 후(後) 과세' 원칙을 강조하며 '개미투자자 안심 투자 환경 마련' 공약을 약속했다.

그는 △코인 수익 5천만원까지 비과세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및 디지털산업진흥청 설립 △거래소발행(IEO) 도입 후 국내 코인발행(ICO) 허용 △NFT 거래 활성화를 통한 신개념 디지털자산시장 육성 등을 내걸었다.

안철수 후보는 시장투명성과 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한 후 시장 논리에 기반한 자율적 가상자산공개(ICO)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가상자산거래업자의 인가 등에 대한 규정 △가상자산거래업자의 거래구조 및 영업방식·경영현황·임직원 등에 대한 정보 공시의무 △범죄에 이용된 가상자산의 거래 중지 요청권 △가상자산거래업자의 자의적인 입출금 제한 금지 등을 약속했다.

이와 달리 심상정 후보는 주요 후보 중 유일하게 가상자산을 규제하는 내용의 공약을 발표하며 "현행대로 250만원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정의당 김창인 대변인은 "가상자산 시장에 뛰어드는 시민들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에 대한 해법이 가상자산 시장을 육성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양당 후보가 하는 방식은 무책임한 정치라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ICO 피해 방지 위해 금지…청년층 표심 노렸나


연합뉴스
후보들이 언급한 ICO는 가상자산업자가 암호화폐 코인을 발행하고 투자자들에게 판매해 자금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우리 정부는 중국 당국에 이어 2017년 ICO를 전면 금지한 바 있다. 명확한 상장 기준이나 규정이 없어 이에 따른 피해를 방지하겠다는 이유에서다.

또 이 후보와 윤 후보 모두 가상자산의 과세 기준을 주식 시장과 동일하게 적용한다고도 밝혔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가상자산 투자수익은 기타소득으로 분류, 양도∙대여로 발생한 소득 중 25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20%의 세율을 부과하고 있다.

반면 주식의 경우 2023년부터 주식 보유액과 지분율에 상관없이 국내 상장 주식 투자로 5천만원 이상 수익을 거두면 양도소득 3억원 이하는 20%를, 3억원 초과는 25%의 세금을 내야 한다.  

이처럼 주요 후보들이 가상자산 완화 규제 카드를 꺼내든 배경에는 청년층 표심을 잡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가상자산의 거래소인 '코인원'에 따르면, 지난해 연령별 신규 가입자는 30대가 34.04%로 가장 많았고, 20대(26.17%)가 그 뒤를 이었다. 20대의 신규가입 비중은 지난해 보다 약 9% 늘어났다.

서울에 거주하는 대학생 이모씨(26)는 "시중 금리가 낮아져 예∙적금으로 자본을 굴리는 것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고 있다"며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주식과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물가 상승률에 맞춰 돈을 불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투자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씨(28)도 "기존 금융기관들까지도 가상자산 시장의 참여자로 등장해 자산으로써의 가치가 생성됐다고 판단했다"며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높은 투자수익률을 얻을 것이라고 판단되어 투자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공제액 상향 업계 목소리 반영" vs "신중할 필요 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이에 블록체인 업계는 환영하는 반응이지만, 일각에서는 가상자산 투자자를 보호할 묘책을 우선적으로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블록체인협회의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공제액 상향 조정이나 과세 시점 유예에 대해서는 업계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이기 때문에 환영할 만한 내용들"이라며 "업계를 보호하고 육성하겠다는 차원의 정책들이 나와서 환영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에 "기본적인 정책 방향이 규제보다는 진흥에 초점을 맞춘 정책들이 수립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달리 서울시립대학교 김우철 세무학과 교수는 "국제 자본시장에서 우리나라만 (가상자산 시장을) 억제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다른 나라보다 가상자산을 활성화시키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우철 교수는 이어 "여전히 가상화폐는 자금세탁과 편법 증여에 이용된다"며 "가상화폐를 만드는 벤처기업이 처음에 자본을 모을 때는 도움이 되지만, 시장 자체가 위험성이 높고 가상 자산은 금융 기능이 없다. 대규모로 소지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익만 올라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9월부터 특정금융거래정보법에 따른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됐지만, 여전히 불법적인 자금 세탁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 교수는 또 두 후보가 꺼낸 5천만원 가상자산 비과세 한도에 대해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한도를 만들어도 청년 세대가 5천만원의 양도 차익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가 소수에게만 구속력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 공약들이 가상화폐에 대한 진지한 접근에서 나온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한양대학교 주동헌 경제학부 교수도 "주식 시장은 엄연하게 기업들이 실물 투자를 위한 자본을 조달하는 시장인 반면, 가상자산 시장은 변동성이 크다"며 "자금 세탁을 막을 방법은 형평성 있는 과세를 조속히 도입하는 방법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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